명품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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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천의 하나인 포코노 나일론으로 만든 가방 | |
왕실을 위한 가죽가방을 만들어 100년 가까이 이어온 외할아버지의 프라다를 물려받은 미우치아는 명품의 조건을 새로 제시했다. 명품은 특별한 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며, 품위 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우치아는 고급 가방은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외할아버지의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방수 천의 하나인 포코노(Pocono) 나일론을 선택했다. 방수 기능이 뛰어나 군용 텐트나 낙하산으로 사용하던 포코노 나일론은 외할아버지가 만들던 고급 가죽 가방을 덮어두던 것이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천연 가죽을 소박하고 부드러운 나일론으로 대체해서 낙하산 천도 명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작은 차이를 통한 명품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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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프라다 재단에서 설립한 뉴욕 에피센터 내부의 모습. 다양한 문화 예술의 실험 및 전시를 하고 있다. | |
소재나 스타일에 있어 최소의 요소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프라다는 예술에서도 새로운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내 디자인의 핵심은 새로움”이라고 말하는 미우치아는 고정관념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 예술의 영역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신념에서 1993년 프라다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회화, 사진, 영화,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이 재단이 추구하는 예술은 세상을 향한 도발이다.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는 1995년 「세상을 뒤집으면」이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바닥에 놓인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의 둥글고 매끄러운 표면에 비친 대상은 관객에게 세상이 뒤집어진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공간에 대한 환상을 만들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보이는 세계가 진짜일까? 새로운 재료와 어우러진 공간에서 생겨나는 예술은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
또한 2001년 설립된 뉴욕 에피센터는 명품 매장의 조건을 바꾸어 놓았다. 이곳은 간판도 없고, 미술관 같기도 한 패션, 예술, 인테리어를 통합한 실험적인 공간이다. 판매 의도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상품 하나하나를 프라다 이미지와 연결하여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문화행사를 하기 위해 상품 진열대를 공연장으로 변신시키거나, 다른 LA 매장은 고객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벽을 개방하고, 출입문을 감춰버리는 식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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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와 렘 콜하스가 공동 작업한 움직이는 건축물 프라다 트랜스포머. 경희궁에서 진행했을 때의 모습이다. | |
프라다가 만든 건축과 패션 그리고 미술을 통합한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가 2009년 서울 경희궁에서 6개월간 진행됐다. 미우치아가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khaas)와 공동으로 작업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움직이는 건축물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다. 이 구조물은 한 면이 육각형 , 직사각형, 십자형, 원형으로 된 20미터 높이의 4면체다. 한 면씩 회전할 때마다 콘텐츠가 달라지는 움직이는 구조물이다. 그래서 트랜스포머다. 기중기로 들어 올려 뒤집은 뒤 각 면에서 의류 전시, 영화 상영, 미술 전시, 특별 행사를 진행했다. 한 면씩 회전할 때마다 콘텐츠가 달라지는 움직이는 구조물이다. 그래서 트랜스포머다.
손으로 굴리거나 들어올릴 수 있는 작은 장난감도 아닌데 프라다는 왜 거대한 구조물을 움직이려 했을까? 사면체의 모양이 바뀔 때마다 프라다가 보여주려 했던 예술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프라다의 패션을 입으면 도발을 꿈꾸는 악마가 되듯, 건물이 프라다의 예술을 입으면 혁신을 기도하는 악마가 된다. 틀에 박힌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면 트랜스포머에 들어가라! 그리고 패션, 영화, 미술의 다양한 예술과 자유롭게 소통하라! 그러면 프라다가 추구하는 예술을 즐기고 혁신을 꿈꾸는 악마로 변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