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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건, 늘 기다리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새들이 모두 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오리 아저씨에게는 알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리 아저씨는 길에서 예쁜 알을 발견합니다. 다른 새들은 이상한 알이라 수군거렸지만, 오리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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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빠
에밀리 그래빗 글그림/공경희 역 | 푸른숲주니어
조금은 유별난 오리 아저씨가 커다랗고 수상한 알을 발견하고 품게 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아이가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특별하다 여기는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른 새들이 무시하고 비웃어도 자신이 품은 알을 위해 끝까지 참고 또 기다리는 오리 아저씨의 우직한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오랜 기다림 끝에 태어난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또한 자신이 세상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저에겐 새해가 되면 4살이 되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못나 보이더라도, 제 눈에는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이 귀한 아이입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해. 너는 나에게 누구보다 특별해’ 라고 이야기하지요. 여느 때처럼 딸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다 발견하게 된 『오리 아빠』는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들이 모두 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오리 아저씨에게는 알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리 아저씨는 길에서 예쁜 알을 발견합니다. 다른 새들은 이상한 알이라 수군거렸지만, 오리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알 속에서는 새끼들이 모두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오리 아저씨의 알은 미동도 없네요. 다른 새들은 태어난 새끼들을 잘 돌보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오리 아저씨는 느긋하기만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사용할 덧신과 목도리를 뜨개질하며 아이를 기다립니다. 한참이 지나, 예쁜 알에서 태어난 아이는 놀랍게도(!) 악어였습니다. 다른 새들은 악어의 모습에 놀라 난리를 치지만, 오리 아저씨는 태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악어는 오리 아저씨를 ‘엄마’라 부르면서 그림책이 마무리됩니다.


무던히 기다리던 오리 아빠의 모습에서 부모가 가져야 할 모습을 발견합니다. 오리 아빠는 왜 아직 태어나지 않느냐며 알을 두드리거나, 알을 억지로 깨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기쁜 마음으로 아이가 태어날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부모는 항상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태어나길 기다리고,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 걷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손을 잡아주거나 새로운 길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억지로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면 (모두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반항만 키울 뿐이죠.

아이를 키우다보면 말썽을 피우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곧잘 하게 됩니다. ‘넌 누굴 닮아서 이러니~’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분신이 아닙니다. 오리 아저씨의 알에서 태어난 악어처럼, 부모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 그 아이 자신인 겁니다. 악어의 모습이든, 새의 모습이든 오리 아저씨가 자신의 아기로 받아들였듯이, 우리도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해줘야 할 것입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여, 부모의 욕심대로 하려고 한다면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부모가 아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영원히 부모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어머니를 죽이고 몇 달간 집안에 유기한 학생의 범죄가 세간에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입시, 성적 위주의 평가 때문에 엄마는 아이의 성적을, 더 나아가 인생을 엄마의 뜻에 맞게 살도록 강요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그런 기준으로 일그러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 속에서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한다는데!’ 하며 조급해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부모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정확히는 뒷 표지)에는 ‘꽥!’ 이라는 한글자가 등장합니다. 과연 이 ‘꽥!’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앞 장에서 ‘엄마’라고 부른 악어에 대한 오리 아저씨의 답변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옹알이를 하던 아이가 어느새, 자신을 향해 ‘엄마’, ‘아빠’라고 부릅니다. 내가 아빠인데 엄마라고 부르면 어떻고, 엄마인데 아빠라고 부르면 어떤가요. 아무개 씨, 누구 씨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빠, 엄마가 되는 건 바로 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리 아저씨도 오리 아빠가 된 그 순간 기쁨의 한마디를 했겠지요. 바로 ‘꽥!’ 이라구요. 전 여기에 한가지 상상을 더 보태봅니다. 오래지 않아, 악어도 ‘꽥!’ 이라고 외치는 그 순간이 올 것입니다. 악어가 아빠(혹은 엄마)가 되는 그 순간이겠지요. 그렇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단순한 혈연관계라는 것을 뛰어넘어 작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끝없이 계속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에밀리 그래빗 (Emily Gravett)
1972년 영국 브라이턴에서 태어났고, 브라이턴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했어요. 첫 작품인 『늑대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2005년에는 영국 최고의 그림책에 수여하는‘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받았답니다. 지금은 고향에서 남편과 딸, ‘버튼’과 ‘미스터 무’라는 이름의 쥐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주요 작품으로 『또 읽어 줘!』『원숭이랑 나랑』『네가 좋아』등이 있어요.

박진필 (컨텐츠팀)

YES24 리뷰어클럽 (//club.yes24.com/reviewers)에서 carrot이라는 닉네임으로 열혈(?) 활동 중. 취미는 이벤트 책 선정하기, 리뷰 읽기 등이며, 관심사는 여행, 공예, 사진이다. 요즘은 Carrot Jr. 키우는 재미에 빠져 유아책 중심의 책 읽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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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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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유별난 오리 아저씨가 커다랗고 수상한 알을 발견하고 품게 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아이가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특별하다 여기는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른 새들이 무시하고 비웃어도 자신이 품은 알을 위해 끝까지 참고 또 기다리는 오리 아저씨의 우직한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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