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서두는 그만, 사실 요즘 안냥이 패션 감각을 잃었다. 패딩 하나로 겨울을 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나름 사정이 있으나 절대 그 패딩이 예뻐서 그런 건 아니다.) 요번 겨울 참 날씨한번 제대로 춥다. 아침이면 손 발이 오그라들 정도다. 그래서 도무지 멋을 못부리겠다. 이러한 결정타에는 '차인 데에 대한 책임'도 있겠지만 패션과 뷰티에 대한 감을 추위에 놓아버린 것이다.
슈즈? 슈즈랄 것까지도 없다. 늘 아디다스 운동화 하나. 거지처럼 그것만 질질 끌고 다니니 말이다. 오다기리죠의 패션을 거지패션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거지는 진작에 따로 '여기'있으니 말이다. 주변을 힐끔힐끔 둘러보니 여자들은 겨울이 될 수록 더 화려해지더라. 아무래도 연말인 탓도 있고 그 분위기란 게 무시못할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거꾸로 가도 될까? 싶을 정도로(오죽하면 '아 커피마시면 다 지워지는데 립스틱 아까워'라며 립글로스도 안바르고 나온 날도 있다-_-;; 오매) 요즘 막 가고 있다. 공감하는 여자 몇 안될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를 쓰는 데에는 본인의 실패기가 남들의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실 160이라고 뻥치고 다니지만 159.4cm(요즘 보기드믄 여자 프로도 아닌가!)의 키에 발 사이즈는 230이다.
시크해지려야 질 수 없다. 시크해지려면 이 키에 41KG이 나가야 정상인데 50KG나간다.-_- 아… 역시 패션을 전공하는 이들의 현실은 다 이렇듯 바닥을 친다. 그리하여 시크해질 수 없는데 시크해지자고 지난주 목이터져라 외쳐댔다. 실제로 필자가 맥퀸 스타일의 프라다 소재의 패딩을 하나 샀는데 그야말로 '경찰'같았다. 완전 반품할 예정이다. 직업을 속이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름 시크해진답시고 모노톤 스타일만 다 사 모았는데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처럼 통통하고 키가 작은 타입은 주제를 알고
'칼라풀 걸'이 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오늘 다 지적하겠다. 익명이지만…
첫째. 당신 주변에 기모 후드로만 겨울을 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둘째. 당신 주변에 상 하체의 비율을 고려치 않고 어그를 신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셋째. 당신 주변에 겨울인데도 높은 굽만 센스없이 고집하는 바보가 있진 않은가?
1,2,3 모두 다 필자와 같은 바보들이다. 그리고 전혀 시크하지 않다. 아주 쉽게 시크함이 어울리는 사람에 대해서 말해주겠다.
1. 말랐다. 2. 적당한 무게나 키가 큰 편이다. 3. 어그를 신지 않는다. 4. 플랫을 신어도 신체의 비율이 잘 맞는다(이건 키와 절대 상관없다) 5. 모노톤의 컬러를 입어도 얼굴이 예쁘다(패완얼-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다)자, 시크해지기 참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필자의 후일담? 그래, 포기하고 귀여워지기로 했지, 근데 귀여운 아이템치고 싸보이는 것 투성이더라. 그래서 잘 매치해야 한다. 싼녀로 안보이려면 말이다. 안 그러면 어디 니트 수공예 회원인 줄 알까 두려워지는 패션을 겨울 내내 하고 다니게 생겼다. 아… 뭐 필자같은 체형의 이들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있긴 하다. 스모키 메이크업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하면 되는데 그것도 신체 비율이 가인과 같지 않으면 끝장이니 본인이 잘 판단하시라.
글| 안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