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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수였어?” - 김창완 <기타가 있는 수필>

여백의 미학을 보여주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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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이 산울림 헌정 프로젝트 앨범을 기획중에 있습니다. < 리본(Reborn) 산울림 >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이 작품에는 크라잉넛, 십센치, 웅산, 김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알리, 해금 연주자 꽃별 등 쟁쟁한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한다고 하네요.

김창완이 산울림 헌정 프로젝트 앨범을 기획중에 있습니다. < 리본(Reborn) 산울림 >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이 작품에는 크라잉넛, 십센치, 웅산, 김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알리, 해금 연주자 꽃별 등 쟁쟁한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한다고 하네요. 이번 주는 김창완의 1983년 솔로 앨범 < 기타가 있는 수필 >을 소개합니다.


김창완 < 기타가 있는 수필 > (1983)

드라마와 영화 연기자, 라디오 디스크자키는 기본이고 3년 전에는 ‘남자 이영애’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든 CF 모델 등 ‘구수한 아저씨’ 김창완의 활동 무대는 전방위적이며 넓다. 그러다보니 기성세대들은 그가 1970년대 말 록그룹 ‘산울림’의 전설을 일궈낸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가 가수였어?” 하는 신세대의 의아함과 자주 부딪친다.

그가 자신의 두 동생과 함께 산울림에서 들려준 작렬하는 록과 달리, 차분한 포크 감성을 드러낸 이 솔로앨범은 1983년에 발표되어 자그마한 메아리를 울렸다. 앨범 타이틀 그대로 어쿠스틱 기타로 엮어낸 음악수필이 전하는 소박한 감동이 팬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 것이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어머니와 고등어」는 이전 김창완 창법에서 느낄 수 없는 트로트방식의 친밀감과 가사가 지닌 천진난만함으로 인해 지금도 널리 애청되고 있다. 아마도 우리 대중가요 가사에 ‘고등어구이’나 ‘냉장고’와 같은 투박한 언어가 아늑한 시어(詩語)로 상승해 어울림을 빚어낸 노래는 적어도 힙합 이전에는 이 곡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곡은 얼마 전 우유제품의 광고에 삽입되어 신세대와 친분을 쌓았다.

역시 수년전 패스트푸드 광고음악으로 쓰인 곡 「빗소리」 또한 김창완이 직접 플라스틱 빗과 비닐을 이용해 만든 빗 피리와 아이들의 순진한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걸작 소품. 산울림 시절부터 김창완 음악의 적지 않은 지분이 동요에 있음을 말해주는 곡이기도 하다.

‘예쁜 성이 있어서 거기 왕자가 살고 또 다른 성에는 공주가 살고 있으면 좋겠다. 나는 거기 백성이고 날마다 날마다 공주를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어느날 공주가 왕자와 함께 사랑에 빠져 숲 속으로 달아났으면 좋겠다…’ 하는 토크송「꿈」의 언어들도 동요만이 가능한 온 가족 지향이다.

그밖에도 통기타 음악이 비록 울림은 엷으나 선율감은 구현하기 좋은 장르라는 것을 말해주는 「그래 걷자」와 「초야」를 비롯해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비닐장판의 딱정벌레」 「계절이 끝날 무렵」도 그만이 가지는 독특한 읊조림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 노래들은 그가 비록 화려하지는 않으나 흡수력 강한 멜로디의 술사임을 웅변한다. 확실히 이 무렵 김창완 음악의 무게중심은 산울림 시절의 폭발적 충격보다는 투명한 서정성으로 이동되었다. 그가 사실상 혼자 음악을 다 꾸려냈어도 앨범의 주체를 산울림으로 고집한 그가 굳이 이 앨범만은 솔로로 내놓은 것도 감성의 다른 층위를 의식한 까닭으로 보인다.

특기할만한 곡은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우리 대중가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방의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 빈 곳을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 앉으면/ 꽃이 되어버렸다고들 말들 하겠지…’

이후 1991년에 발표된 산울림 12집 < 꿈꾸는 공원 >에서 전면적으로 나타난 죽음과 짙은 허무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침울함보다는 담담함 쪽이다. 음악 뿐 아니라 실제 삶에 있어서도 그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에 빠져 있었다.

악기라곤 오로지 통기타 그리고 김창완의 목소리뿐이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어머니와 고등어」로 알 수 있듯 가창의 전통적인 개념으로 볼 때 그는 결코 노래를 잘하고 있지 않다. 스스로도 “다르게 부르려고 애썼다. 친근하게 들리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라디오 전파를 꾸준히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잘 들리는 것’을 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중이 받아들여 느끼기를 바랐을 뿐이다. 실로 우리는 「어머니와 고등어」를 통해 음악은 여백의 미학(‘사운드를 채우지 말고 비워두라!’)이자 가사로 들려주는 이야기임을 실감한다. 만약 지루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앨범 아닌 듣는 사람의 설렘이 부재한 탓일 것이다.

가수의 앨범이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역시 서정성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음반이다. 한권의 에세이집을 읽은 것 같은 편안함이 있다. 당시 TV를 휘감은 오빠부대들의 아우성 속에서 차분함으로 일각의 팬들에게 더 돋보였으며 지속적으로 소구되었던 작품이다. 앨범은 「꿈」의 동영상 애니메이션을 보너스로 담아 96년 CD로 재출반되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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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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