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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나서도 히트작 만든 가수, 국내엔 김현식

“死後 영광의 히트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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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힘은 예술가가 죽고 난 뒤에도 히트작을 만들어낸다. 아니, 사후(死後)에 더 거대한 규모의 성공을 누리기도 한다. 대중음악 역사를 장식한 사후(posthumous) 히트곡을 정리해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예술은 당대로 효력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대물림을 계속한다. 예술가의 영예는 결코 그가 살던 시대로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의 힘은 예술가가 죽고 난 뒤에도 히트작을 만들어낸다. 아니, 사후(死後)에 더 거대한 규모의 성공을 누리기도 한다. 대중음악 역사를 장식한 사후(posthumous) 히트곡을 정리해본다.


사후 차트 1위곡의 첫 번째 기록은 일각에서 소울의 왕(King of soul)로 불리던 오티스 레딩(Otis Reddin)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67년 12월10일 미국 위스콘신 주 레이크 모노나에서 비행기 추돌로 26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기 18일 전에 녹음한 곡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은 싱글로 발표되어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전미 차트 1위로 치솟았다. 그에게 차트 넘버원 송은 이게 처음으로 사망 후에야 비로소 대중적 영예를 누린 셈이다. 오티스 레딩은 이후에도 「The happy song(dum-dum)」(1968년 25위), 라이브인「Papa's got a new brand bag」(1968년 21위) 등 싱글이 줄줄이 출시되었다.

두 번째 사후 1위곡의 주인공은 1970년 10월4일 헤로인 과용으로 사망한 ‘진주(Pearl)’ 재니스 조플린이다. 죽기 며칠 전 앨범 < Pearl >을 제작하면서 수록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 작곡의 「Me and Bobby McGee」는 이듬해 1월 싱글로 나와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역시 재니스 조플린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넘버원 송이다.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이 곡을 재니스 조플린이 녹음한지도 몰랐으며 발표한 날 처음 들었다고 한다. 「Me and Bobby McGee」는 1969년 컨트리 스타 로저 밀러(Roger Miller)가 먼저 취입해 히트시킨 바 있다.

3J(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가운데 넘버원 송은 재니스 조플린뿐이다. 1970년 9월18일 스물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뜬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경우는 사후 싱글 「Freedom」이 나왔지만 실적은 미미했다(1971년 59위). 그는 하지만 앨범과 위상으로 누구보다도 사후 영예와 포상을 독점한 레전드 중 레전드다. 도어스(Doors) 짐 모리슨(Jim Morrison)은 1971년 7월3일 죽은 바로 그날 앨범 < L.A. Woman >의 수록곡인 「Riders on the storm」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등장해 14위까지 올랐다. 이 노래는 나중 1990년 도어스의 드러머 존 덴스모어의 자서전 제목이 되기도 했다.

세 번째 사후 넘버원 인물은 「Time in a bottle」의 짐 크로치(Jim Croce). 그는 「Bad bad Leroy Brown」의 빅히트로 바쁜 순회공연을 전개하던 중 1973년 9월20일 루이지애나 한 지역에서 비행기 추락해 숨졌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고 앨범 < I Got A Name >의 녹음을 마친지 겨우 일주일이 지난 때였다. 이미 그가 출연한 TV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주목받고 있었던 시점에 그의 사망소식은 미국 전역의 거대한 추모 분위기를 불러왔다.

이전에 발표한 앨범이 무더기로 앨범 차트 톱10에 진입했으며 동시에 동명의 싱글 「I got a name」이 10위에 올랐고, 사망한 지 3개월이 흐른 1973년 12월말에는 내면적인 성찰이 돋보이는 곡 「Time in a bottle」이 정상에 등극했다. 짐 크로치는 사망 후 더 존재감이 상승해 이 두 곡 외에도 「I'll have to say I love you in a song」이 톱10(9위)에 오르고 「Workin' at the car wash blues」도 톱40(32위)을 기록, 톱40 네 곡과 톱10 세 곡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존 레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도 짐 크로치처럼 사망할 무렵에 신보를 발표, 거대한 사후 열풍을 야기했다. 사망 회오리와 후폭풍이 존 레논처럼 거대한 사례도 없다. 1980년 12월 그는 5년의 공백을 깨고 앨범 < Double Fantasy >을 가지고 컴백했다. 그가 12월8일 팬의 총탄에 피격, 사망한 주에 싱글 「(Just like) Starting over」가 3위까지 올랐으니 넘버원이 되는 것은 따 논 당상. 죽고 나서 12월 마지막 주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사상 네 번째 사후 넘버원 송.

이 곡은 하지만 존 레논이 살아 있을 때 싱글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세 곡의 사후 1위곡과는 다르다. 존 레논은 사후 이 곡에 이어 「Woman」(2위), 「Watching the wheels」(10위) 그리고 1984년에도 「Nobody told me」가 빌보드 싱글 5위에 올라 사후 히트 기록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굳이 우리 사례를 들자면 김현식이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사망하기 전에 녹음한 6집 앨범은 죽고 나서 2개월 후 발매되어 전국적 히트를 기록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사후였지만 그의 최대 히트곡이 됐고 이어서 「추억 만들기」도 라디오 전파를 수놓았다. 이 앨범은 당시 도매상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CD 밀리언셀러라고 한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는 사후 넘버원 곡과 관련해 또 하나의 기념비적 역사를 썼다. 동서 힙합 두 진영의 반목과 충돌의 결과로 희생당한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모두 사후 전설로 비상했지만 싱글 차트 실적에 관한 한 비기 스몰스(Biggie Smalls, 노토리어스의 별명)가 우위를 보였다.

1997년 3월9일 스물넷의 한창 나이에 총탄의 비명에 사라져갔지만 죽고 나서 바로 나온 싱글 「Hypnotize」 그리고 퍼프 대디, 메이지와 함께 한 「Mo money mo problems」 두 곡이 모두 빌보드 정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사후 두 곡의 넘버원은 비기 스몰스밖에 없다. (사후 넘버원 송은 이리하여 총 6곡이 된다) 심지어 「Going back to Cali」도 차트 순위 22위에 그쳤지만 플래티넘 판매를 기록하는 대박을 쳤다.

사후 열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경우 사후 히트곡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 「My way」의 라이브로 22위에 올라 골드 판매를 기록했다. 이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톱40 연속 히트기록 연수를 23년으로 늘려주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 사망 파고도 드높았다. 1991년 11월24일 사망에 따른 추모 열기에 힘입어 영화 < 웨인즈 월드(Wayne's World) >에 삽입된 퀸의 1975년 클래식 「Bohemian rhapsody」가 다시 차트에 올라 2위에 오르는 대박을 기록했다. 오리지널 순위(9위)보다도 높았다는 것은 당시 프레디 머큐리 죽음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가를 알려준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사후 히트작은 < MTV Unplugged >의 「About a girl」과「The man who sold the world」로 메인차트가 아닌 빌보드 방송(Air) 차트에서 각각 22위, 39위를 차지했다. 2002년에 나온「You know you're right」는 싱글 45위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1995년 3월31일 사망한 라틴 여가수 셀레나(Selena)도 언론에 의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싱글 「I could fall in love」가 빌보드 9위,「Dreaming of you」가 22위에 올랐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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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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