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건 결혼한지 채 1년도 안된 때였다. 시댁에 갈 일은 왜 이렇게 많고, 무슨 놈의 집들이는 이다지도 자주 해야 하는지, 신혼에 대한 환상이 야금야금 깨져갈 때쯤 그녀의 만화를 만났다. 자신의 신혼생활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그린 만화였는데 보는 순간 마음에 들어왔다. 흔히 신혼이라고 하면 ‘깨를 볶는다’, ‘닭살이다’ 하며 애정이 철철 흘러 넘칠 거라 짐작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는 사실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생활 자체만 놓고 본다면 솔로일 때보다 훨씬 더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 바로 결혼생활이다. 특히 집안살림에는 도통 소질이 없고 어른공포증마저 있는 나 같은 타입에게는 더욱 더 적응하기 힘든 체제인 것이다.
만약 이 만화가 ‘난 너무 행복해요’라며 자랑질이나(?) 해대는 샤방샤방 신혼 일기였다면 아예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 만화는 그렇지 않았다. 퇴근 시간에 맞춰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기는커녕 이제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얼굴로 남편을 맞이한다거나, 남편이 출근하면서 현관문을 닫는 순간 생글거리던 얼굴이 곧바로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변한다거나. 신혼로망을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피식피식 웃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런 에피소드는 이들 부부가 함께 쌓아온 따듯한 추억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생일에 ‘설거지 1회 면제권’, ‘잔소리 거부권’과 같은 쿠폰을 여러 장 발행하여 그들 고유의 애정과 배려의 표현을 하기도 하고,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시아버지에게 문자 보내는 법을 알려드리기도 하며, 재미있고 맛있고 좋은 것은 꼭 나누고 싶어하는 귀여운 이야기들도 많다.
내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원하는 성격과 조건만을 조합한 배우자를 만날 수 없듯이,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만으로 신혼 일기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실제 결혼생활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주는 그것과는 한참 다른데 말이다. 연애할 땐 죽어도 보여주기 싫었던 모습, 화장은커녕 세수조차 안 한 몰골로 24시간을 함께 보내도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결혼생활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신혼일기라 좋았다.
덤으로 딱 내 수준 정도인 생활의 지혜편도 좋다. 따라 하기 힘든 주부9단의 내공보다, 살림이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터득한 새댁의 지혜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닭살스러움이 없고 적당히 시니컬하게 때문에 결혼한 사람이나 모태솔로나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만화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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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NANDA) ,본명 : 김민설 낮에는 생활인, 밤에는 만화가.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혜성같이 등장했다. 현재 미디어 다음 〈만화 속 세상〉에 『어쿠스틱 라이프』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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