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만들 때 현지 특성에 맞게 조리하여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예컨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햄버거에 쇠고기를 넣지만, 인도의 햄버거에는 닭고기나 양고기를 넣는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여 쇠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각 종교에서 금기하는 음식에는 뭐가 있을까? 그리고 종교마다 어떻게 다를까?
기독교의 모체인 유대교에는 음식에 대한 여러 금기가 있다. 유대교 성전인 《구약성경》에는 먹어서 좋은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게 자세히 적혀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 발굽이 갈라진 짐승이나 되새김질하는 동물은 먹어도 좋다. 다만 낙타, 너구리, 산토끼, 돼지는 먹어서는 안 된다.
- 바다나 강에 있는 물고기 중에서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은 먹어도 좋다.
- 새 중에서 독수리, 솔개, 매, 까마귀, 타조, 갈매?, 올빼미, 따오기, 펠리컨, 황새, 박쥐 등은 먹어서는 안 된다.
-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곤충은 먹어서는 안 된다.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곤충 중 그 발에 뛰는 다리가 있어서 땅에서 뛰는 것은 먹어도 좋다. 즉, 메뚜기 종류는 모두 좋다.
이렇게 유대교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침이 참으로 까다롭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음식에 대한 금기 사항이 없다. 그리스도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어찌 이리도 깨달음이 없느냐.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이는 마음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에 들어가 뒤로 나감이니라.”이처럼 그리스도는 어떤 음식이든 깨끗하다 했기에 기독교에서는 음식에 대한 금기가 없다. 하지만 이슬람교에는 금기가 있다. 가장 금기시되는 게 ‘돼지고기’다.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은 돼지가 더러운 동물이라고 《코란》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고기’와 ‘동물 피’도 마찬가지 이유로 먹지 않는다.
죽은 짐승의 고기, 고사나 제사상에 오른 고기도 먹지 않는다. 닭고기도 마찬가지다. 목을 비틀어 잡는 것이 아니라 단칼에 목을 자른 것이어야 한다. 비쓰밀라, 즉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해야 한다는 《코란》의 가르침 때문이다.
이슬람 도살장에서는 짐승을 죽일 때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가장 잘 드는 칼로 목의 식도와 정맥을 단번에 절단하여 피를 완전히 제거한다. 물론 병든 짐승이나 강제로 물을 먹인 짐승의 고기는 어떠한 경우에도 식용으로 허용하지 않으며, 질식시켜 죽인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슬람교도는 원칙적으로 단칼에 목을 자른 고기만을 먹는데, 이런 의식을 거친 고기를 ‘할랄 미트(허용된 고기)’라고 한다. 할랄 미트의 맛은 일반 육류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약간 담백한 느낌이 난다.
불교의 음식 문화는 일반인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불교에서는 본래 음식에 대한 금기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스님은 육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건 불교의 자비 정신에 따른 것으로 석가모니가 육식을 금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오늘날 인도나 태국의 승려는 신자가 공양한 것은 무엇이든 먹는다. 어느 특정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것을 공양한 신자는 공양의 덕을 쌓지 못하기 때문이다. 깊은 불심으로 유명한 태국인들은 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여, 아침마다 스님에게 공양한다. 따라서 불교에도 음식에 대한 금기는 본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우리나라 스님들은 왜 육식을 금하는 걸까? 그것은 선종의 전통 때문이다. 선종은 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데, 배부름을 경계하여 최소한의 식사만 한다. 중국의 달마 대사에서 시작된 선종 계통의 절에서는 육식은 물론 ‘술’과 ‘훈(?)’도 금지하고 있다. ‘술’은 정신을 혼란하게 한다 하여 금했고, ‘훈’은 냄새가 독한 야채를 말한다. 부추?파?마늘?생강이 그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의 불교 신자들이 개고기를 금기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는 ‘팔만대장경’에 적힌 개를 ‘눈이 셋인 삼목대왕(三目大王)의 환생’으로 묘사한 불교 전설의 영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