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패션에디터가 모였다. 오래간만에 안부를 묻고 서로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문득 툭 하고 터진 화두였다. “스타일이 뭔데?” 워낙에 업이라 이런 얘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아니었지만 우리들의 짤막한 수다를 공개하기로 했다. 누구 맘? 내 맘!
스타일은 모름지기 적당해야 해. 나이와 체형을 고려해 아이템을 고르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정도를 아는 것이야말로 스타일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중요하지. 그것이 바로 스타일의 철학아냐?
늘 많은 이들은 되뇌이지. 나조차도 “내 옷장은 한참 부족하고 모자라” 그런데 그것 역시 하나의 스타일 철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어. 부족하게 입기, 다 입고 난 뒤 한 가지 아이템을 덜어내기, 넘치는 것보다 모자라게, 빈틈 있고 여유롭게, 터지기 일보 직전의 긴장감으로 가득찬 빽빽한 옷장과 스타일링은 가끔씩 숨이 막힐 때도 있기 때문이야. 같은 쇼핑마니아라도 개념족의 경우는 ‘내가 걸친 물건이 가장 나다워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 그렇게 천천히 자신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적용해 변형시키는 것, 부족하게 입기의 포인트는 불쌍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내 스타일이 적용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야. 지금 우리의 옷장에는 앞으로 내 취향과 삶의 방식이 적용되어야 하는 옷들과 오랫동안 내 몸에 맞게 변형된 옷들이 걸려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당신다운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 때 그 때 버린다고? 그럼 어쩔 수 없고!
규격화된 스타일이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의 스타일이 없는 것은 아니야. 언뜻 보면 스타일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패션에 대한 사고관이 열려 있다는 뜻도 된다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실험하고 놀이처럼 패션을 즐기는 것. 이들은 패션의 노마드족과도 같아. 스타일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자유분방한 족속들이지. 입을 수 있으면 좋지만 입을 수 없는 것들도 사곤해. 낭비같다고? 노노!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아무렇게나 입어봐. 어떻게 입느냐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떤 옷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야. 따라서 이들에게 쇼핑은 취미이고 운동이자 놀이란 생각이 들어.
꼭 옷을 잘입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양하게 경험하고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랄까.
에이…스타일의 철학은 밸런스지. 밸런스가 깨지면 좋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없어. 체형, 분위기, 키, 피부색과 입고 있는 옷들의 길이와 피트, 소재까지 모든 것이 고려 대상이야. 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만 알고 있으면 밸런스를 지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글 | 안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