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을 통과시켜야 하거나 예산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가정하자. 자료 조사도 충분히 했고 설득을 위한 논리도 갖추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회의이고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면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회의 테이블에서 적절한 자리를 선정하고 자신의 의견에 찬성해줄 동조자를 포섭하는 일이다. 물론 동조 발언의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틴저(Stynger)는 소규모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행태를 연구해 ‘스틴저 효과’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적의 정면에 앉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의견과 가장 반대되는 의견을 가졌거나 대립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람, 또는 과거에 입씨름을 했던 사람이라면 정면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빈자리가 많은데도 굳이 당신의 맞은편 자리에 와서 앉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에게 뭔가 반대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회의 내내 그의 발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제 회의에서든 영화에서든 옆에 나란히 앉은 상태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흔히 보지 못한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전체 회의의 진행 패턴이다. 회의를 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의견이 개진되는 데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찬성 의견만 줄기차게 나오거나 반대 의견만 줄기차게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번 찬성 의견이 나오면 다음은 반론이 나오고, 다시 반론이 나오는 형태를 띠곤 한다. 회의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집단 무의식에 따른 결과다.
만약 회의에서 당신의 의견을 통과시키고 싶다면 미리 그 의견에 찬성해줄 사람을 선정해서 발언 타이밍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즉 의견이 개진된 뒤에 바로 찬성 의견이 나오면 반론의 역풍을 피해 갈 수 있다.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또한 어떤 의견 다음에 바로 찬성하는 의견이 이어질 경우 그 의견의 영향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그다음에 반론이 나오더라도 그 영향을 많이 축소시키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은 회의실의 자리 배치다. 처음 방문하는 회사의 직원들이나 다른 팀과 회의를 할 경우 참가자들의 성향을 빨리 파악한다면 회의를 순조롭게 진행해 나갈 수 있다. 가장 쉬운 접근법은 앉는 자리를 보고 참가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스틴저 효과에 따르면 긴 테이블의 양쪽 끝에 앉는 사람은 리더십이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보통 대가족의 식탁에서 가장인 아버지가 주로 앉는 자리이기도 하다.
소극적인 사람이거나 리더십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그 자리에 잘 앉지 않는다. 어떤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회의라면 테이블 양 끝에 앉은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긴 테이블의 정중앙에 앉은 사람도 리더십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앉은 바로 그 자리다. 정중앙에 앉은 사람은 리더십이 뛰어나지만 남에 대한 배려가 많기 때문에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