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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곧 경쟁력, 세계 최고의 걸그룹들

국내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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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탄생한 걸그룹들은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음원 차트에 오른 그룹만 골라내도 30개가 훌쩍 넘는다.

 
킬러 콘텐츠 승부사들
정해승 저 | 몬스터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무한 혁신, 그 치밀한 전략
K-POP은 전 세계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문화현상이자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K-POP 열풍의 진짜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한류 열풍 뒤에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뛰어든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과감한 혁신과 치밀한 전략이 그 비밀의 답이었다. 이 책의 저자 정해승은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스스로 글로벌스탠더드가 되라

한국 걸그룹의 일본 정복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해외진출 전략 중 상품과 서비스를 최대한 현지화시키는 다국적 전략이 아니라 자국의 상품을 그대로 가져가 성공하는 글로벌 전략을 취했다는 데 있다. 글로벌 전략은 보통 경제 강국이 경제 약소국에게, 문화 선진국이 문화 후진국에게 자국의 상품과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어 진출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외진출 전략을 글로벌 전략으로 가져가는 나라는 20세기 초부터 전 세계에서 슈퍼파워를 자랑하는 몇 개국 외엔 없다. 후발 주자들은 대부분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후 글로벌전략을 취하는 단계적 진출방식을 택한다. 지금 세계 톱클래스에 올라 있는 한국 전자제품들도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쳤다. 1970년대 한국의 전자제품들은 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글로벌 기업의 현지 하청업체로 그들의 상표를 빌려와 제조만 담당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한국 걸그룹도 이와 유사한 단계를 거쳤다. 보아와 동방신기가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일본에서 활약하며 한국 가수의 초기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전자제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현지화된 상품으로만 접근했다. 매니지먼트도 일본 기업이 담당하고 일본에서 신인가수가 데뷔하는 것과 동일한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를 통해 한국음악은 몰라도 한국가수의 실력은 인정하는 성과를 낳았다. 제품의 기술이나 브랜드는 몰라도 제조기술 하나는 인정해주는 OEM 생산업체와 같은 수준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 단계를 거친 후에야 걸그룹들이 본격적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젠 한국에서 이미 히트한 자신들의 음악과 안무를 그대로 들고 경쟁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자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해외에 수출해 성공하는 꼴인데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한국의 걸그룹이 일본에 들고 간 것은 한국의 전자제품이 일본에 수출한 것과는 제품의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그 기능과 쓰임새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있는 상태다. 하지만 걸그룹은 음악이라는 문화상품이기에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비빔밥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선 세계인들의 입맛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계화가 어렵다는 것과 동일한 장벽이다. 하지만 영리한 한국 걸그룹들은 ‘한국적이기만 한 것’으로 승부하지 않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음악을 들고 공략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 작곡가들로부터 수천 곡의 음악을 받아 DB 구축을 해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녀시대는 이를 활용, 음악이라는 원재료에 한국적 아이돌 트레이닝이라는 시스템을 얹어 일본에 수출했다. 정리하자면 글로벌 스탠더드가 어려운 문화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인 원재료에 문화와 언어장벽이 필요 없는 한국적 시스템을 얹어서 이를 경쟁우위의 상품으로 만들어 수출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SM엔터테인먼트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그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치열한 경쟁이 자양분이다

2010년부터 이루어진 걸그룹의 일본 진출은 2009년까지 일본 시장을 현지화 전략으로 잘 닦아 놓은 보아와 동방신기의 역할도 크지만 2008년부터 대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한국 내 걸그룹의 경쟁도 일조를 했다. 공급의 과잉은 경쟁의 과잉도 불러오는데 여기선 경쟁기업들의 역량이 향상된다는 순기능도 있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쟁 과잉은 이후 일본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 한국 TV 제조사 간의 경쟁과잉도 LCD, 스마트 TV를 거쳐 3D TV까지 국내 업체들이 세계 표준을 결정하는 위치에 이르게 만들었다.

국내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이후 탄생한 걸그룹들은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음원 차트에 오른 그룹만 골라내도 30개가 훌쩍 넘는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이런 경쟁을 통해 걸그룹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걸그룹들이기에 그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작은 한국시장을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국내 경쟁에서 다소 뒤지더라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한국 걸그룹이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 걸그룹의 퍼포먼스를 본 일본의 한 PD는 “이건 도저히 과학으로도 따라올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과학으로도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은 상대가 범접하지 못할 경지에 올라 있어 도저히 추월이 불가능한 실력을 갖췄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2010년, 한국의 소녀들이 일본을 문화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에 나오는 문화강국론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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