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디자인이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외국인을 데리고 한국을 보여준다면 어디를? 한번쯤은 이런 경험이나 생각을 가졌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어디를 갔을 때 좋아할까? 좋아한다면 그 기준과 정보는 무엇을 통해 얻을까? 외국에서의 한국을 기억하는 것은 그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올림픽이나 남북전쟁 정도로만 기억을 하거나 가끔 매체를 통한 끔직한 데모 현장을 보고 기억 하는 경우들이 거의 다였다. 그 이후 한국은 드라마, 월드컵, 스포츠 스타를 통해 다시 한번 보게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 이 부분을 다시 정리해보면 보고 싶은 것은 알고 싶은 것이고,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본 것이 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본 것은 매체가 다고 이러한 측면에서의 한국은 그동안 무엇을 보여줬을까?
몇년전 중국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50명 정도 우리나라에서 일주일 정도 워크샵을 같이 진행한 적이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 워크샵은 바삐 진행되었고 약간의 관광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광의 내용 중에는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유적지가 포함되어 있었고 학생을 포함한 교수들은 물론 그 일정에 맞춰 동행을 했다. 이 부분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중국 학생들과 교수는 만족했을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한국을 기억하는 것은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아는 것이고, 가고 싶거나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이 뭔가를 보고 느낀 것이다.
하루를 못견딘 학생들은 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그 이후의 일정은 모두 취소되고 자유시간으로 바뀌었다. 교수도 물론. 그 이후 그들은 어디를 갔을까? 명동이다. 그리고 남대문…. 학생들이 가장가고 싶은 곳 1위가 명동이었고 하고 싶은 것 1위가 찜질방 가서 머리로 계란 깨는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드라마 속 유명 장소…….
그런데 왜 명동을 선택했을까? 왜 그들은 한국적 전통 문화 장소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여기서 ‘한국적’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한국적 문화에 대한 전통이 아닌 현재 알려진, 가지고 있는 현 국적 문화를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명동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 중에 쇼핑의 큰 역할인 화장품도 있겠지만 정신없이 화려한 간판도 중요한 기호로 작용한다. 조금더 깊이 들어간다면 개성있고 자신의 표현이 들어나는 간판 또한 한국적 모습일 것이기 때문에, 교복 입히듯이 끼워 맞추는 간판 정리 또한 한번 더 고민하고 결정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위의 사진은 필자가 2005년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키친x키친’전에 전시했던 넵킨 디자인이다. 이 작품을 전시하고 제안할 때의 컨셉이 바로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위의 냅킨 디자인을 얘기하자면, 냅킨은 우리나라 것이 아니고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식당에서 사용되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냅킨위에 수저를 올려 주는 것이 한국 문화에 자리잡은 새로운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의 위 디자인은, 한국적 디자인은 멀리(예전)것 만이 아니라 지금 현시대에 우리에게 작용되고 재해석되고 있는 것들에 주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과연 한국적 디자인일까? 한국적 문양은 완전 크레이티브일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국적 디자인이란 그 시대, 그 문화, 그 사회적 배경을 담은 것이 그 나라의 디자인이다. 네덜란드의 유명디자인 구룹인 ‘droog design’이 한국에서 전시하면서 ‘droog design’대표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테이블 중앙에 구멍이 뚫어 불이나오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며
“정말 굿 디자인 이네요”라고 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그 것을 보고 디자인이라고 말하지 않았었고 관심도 었없다. 그렇다면 아주 오래전 한국 전통 밥상이 이렇게 생겼을까?
위 디자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면서 신경쓰는 위생에 필요한 수저 받침을 아애 수저에 붙임으로서 수저의 새로운 컨셉을 제안한 것이다.
“커피가 쓴 한글 ‘ㅇ’” 이라는 주제로 커피를 마시다보면 자연적으로 흐르는 커피자국을 컵이 가지고 있는 원형의 굽과 굽에서 오는 ‘ㅇ’의 기호를 부각시켜 한글 ‘ㅇ’이 표현되도록 살짝 고쳐 디자인한 커피잔이다.
이 디자인은 약간 다른 시각에서의 한국적 디자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제목이 “서먹서먹 할 때 쓰는 우산” 으로, 서로가 우산을 들기 뭣 할 때 사용하라고 한 디자인이다.
한국인을 위한 디자인, 한국인이 아는 디자인, 한국에만 있는 디자인, 이런 것이 한국적 디자인이 아닐까?
다시 언급하자면 전통적 무늬만 두른다고 한국적 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문화적 기호를 그 시대적 문화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한국적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언급하자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에펠탑은 프랑스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처음 에펠탑이 만들어졌을 때는 전혀 프랑스답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프랑스를 기억시키고 인식 시키는 하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 자유의 여신상도 그렇다. 처음 자유의 여신상을 제안한 조각가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에두아르 드 라불레가 남북전쟁 후에 자유의 여신상 건립을 제안했으나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거절했고 그 후 미국의 도움으로 뉴욕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자리잡았다. 현 시대에 자유의 여신상은 분명한 미국적 느낌이고 상징물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파리에 설치되었다면 분명 그것은 프랑스의 대표적 상징물로 에펠보다 먼저 자리잡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 무엇을 세우고 있는가? 남의 것?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되었다.
우리 것을 만들 때가 되었다.
역사 속 우리가 살아오면서 잘 하든 못하든 지금의 모습이 우리나라다. 침략을 받은 것도 우리나라고 불에 탄 남대문도 우리나라다. 한 예를 들면 남대문이 불에 탔다. 가슴 아프고 온 국민이 슬퍼했다. 그러니 예전과 똑 같이 만들어 놓자? 물론 복원이 주는 의미도 중요하다. 그러나 조금 더 시대적 한국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다른 시각에서의 표현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필자 같으면 불에 탄 것 위에 기존의 남대문을 형상화한 새로운 남대문을 이어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 맞게 새로운 기법과 표현 될 수 있는 최첨단의 소재로 말이다. 100년 전도 역사고 어제도 역사다. 지나온 과거와 앞으로 만들어 갈 역사에 대한 대처법이 필요하다. 즉, 우리의 정체성을 가질 때가 되었다.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우리를 내세울 만한, 우리가 흔들리지 않을 중심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한국적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