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힙합 듀오, 리쌍이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요즘 대세 10cm와 국가스텐, 강산에, 하림 등을 초빙해서, 무게감 있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 취급을 받고 있는 힙합을 주류로 끌어올리려는 리쌍의 노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중견 인디 밴드 에브르 싱글 데이와 일본의 국민 록 밴드, 비즈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리쌍 < Asura Balbalta >(2011)
리쌍의 음악은 2009년 작 <
Hexagonal >부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힙합이 인디와 손을 잡은 것이다. 앨범 크레디트에 장기하와 얼굴들, 루시드 폴(Lucid Fall), 캐스커(Casker), 김바다 등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한한 섭외력에 감탄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초대 뮤지션의 문법을 유지하는 개방성도 엿보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보컬과 복고적인 코러스를 그대로 재현했고, 루시드 폴은 은은한 보사노바 곡을 선물했다. 초청된 아티스트의 본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하의 경우에는 자신의 앨범에 새롭게 편곡한 ‘우리 지금 만나’를 수록하는 시도도 가능했다.
고로 이번 앨범은 <
Hexagonal >에서 꾀했던 인디와의 연대전선이 즉흥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피력한다. 이제는 인디 뮤지션이라는 직함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10cm와 국카스텐을 끌어들였고, 어쿠스틱한 질감을 다루는 쪽에 장인들인 강산에와 하림을 초빙했다. 무게감에 있어서는 올해가 더 세다.
힙합이라는 기본 형체에 피쳐링 아티스트의 독특한 물감으로 도색하는 작업은 일견 다채로워보인다. 「TV를 껐네」에서의 은근한 섹시 코드는 10cm의 능구렁이 심보를 위해 이미 마련되었던 것처럼 보이고,「격산타우」의 모럴 해저드는 하현우의 사이키델릭한 보컬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낸다. 리쌍의 아끼는 후배이자 무브먼트 크루인 비지(Bizzy)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강산에의 털털한
“아직 뜨겁잖아”라는 말 한마디로 방점을 찍는다. 이쯤 되면 앨범 내에서 리쌍의 입지는 무엇이냐고 반문할 정도다.
이처럼 백화점식 구성으로 들을 거리를 풍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이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곡은 「나란 놈은 답은 너다」다. 그동안 리쌍이 대중과 소통했던 곡들은 단연 사랑노래였던 것을 상기하자면 예측 가능한 선택이다. 일련의 궤적대로 안정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림의 월드뮤직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 지점에서 인디 뮤지션을 포용한 이유에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 주요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
Hexagonal >에서 「부서진 동네」, 「Journey」, 「Dying freedom」은 완전히 기억 속에서 사장됐고, 「죽기 전까지 날아야 하는 새」와 「격산타우」 역시 곡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하 열풍만이 「우리 ?금 만나」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 반쪽인 성공밖에 될 수 없다.
“게으르게 했던 음악이 요즘 너무 재밌다”는 개리의 말처럼 순수하게 음악 욕심으로 융합을 한 사례는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사실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이들 음악의 지나친 핵심 요소였던 과거에 비해서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구도의 정점에 이제는 슬픈 로망스가 차지하게 되었고,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힙합의 색다른 면을 보여주겠다는 좋은 취지는 극대화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이게 되었다.
리쌍이 선봉이 되어서 힙합이 다시금 주류에서 조명 받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반길 만하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전역과 여러 기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는 올해 하반기는 분명 작금의 고요함을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리쌍의 경우는 힙합의 마이너적인 요소와 좀 더 폭넓은 대중과의 접점을 발라드 성향의 멜로디와 결합하는 공식으로 해답을 찾은 듯하다. 물론 결정타는 무한도전의 ‘무리수’와 런닝맨의 ‘직진개리’였겠지만 말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에브리 싱글 데이(Every Single Day) < Moment >(2011)
90년대 끝자락에 데뷔한 밴드 Every Single Day. 이상과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음악이 그간 에브리 싱글 데이를 말해왔다면 이번 앨범은 조금 다르다. 같은 희망의 빛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장소는 우리 모두가 쓰고 있는 현실의 시간, 그리고 공간이다. ‘Moment'라는 앨범 제목은 여기서 출발했다.
4집 발표 이후 3년이 흐르는 동안 멤버들은 각자 바쁜 나날을 보냈다. 리더이자 보컬인 문성남은 영화 ‘레인보우’, 드라마 ‘파스타’와 ‘마이 프린세스’의 음악감독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대중적 감각을 새로이 익혔고, 기타리스트 정재우 역시 드라마 사운드트랙 참여와 각종 세션 활동으로 분주했다.
새로운 경험에서 샘솟는 자극을 원동력으로 도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각자의 모습이 11개의 곡으로 모아졌다. 댄서블한 기타와 신디사이저로 포인트를 준 「날개」, 가벼운 일상의 가사와 고운 멜로디를 강하고 무거운 리프로 엮어 버무린 「내 몸의 시계」, 일렉트릭 사운드가 눈에 띄는 「Healing Star」. 이 세 곡만으로도 밴드의 달라진 시선을 감지해낼 수 있다. 허나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묘사되는 멜로디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착하고 성실한 드라이브 록이라고 해야 할까. 이한철이 피쳐링으로 참여한「Feel this way」가 그 이름에 맞아 떨어진다. 네모반듯한 청량감으로 뭉친 둘의 그림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언뜻 들어보면 구분하기 힘든 두 사람의 목소리를 부분부분 체크해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만한 요소.
숙취의 저릿하고 몽롱한 느낌을 사운드로 그대로 재현해낸 「Dial」, 밴드 초기의 향수가 느껴지는 「Rookie」, 故김광석을 위한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가 제목만 같은 창작곡으로 태어나게 된 「일어나」까지… 정체 없이 변화의 길을 질주하는 듯해도 그 속에는 쉼표와 늘임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에브리 싱글 데이의 음악은 여유를 찾게 해준다. 긴 시간을 록밴드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그들이 선사한 것은 주름 가득한 계산 대신 넉넉한 위트가 매일 매일을 채워주는, 충?의 발걸음이다.
글 / 조아름(curtzzo@naver.com)
비즈(B’z) < C’mon >(2011)
올해 상반기는 그들에게 있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날들이었다. 기타를 맡고 있는 멤버 마츠모토 타카히로(松本孝弘)가 래리 칼튼(Larry Carlton)과 합작한 <
Take Your Pick >(2010)으로 그래미상을 거머쥐며 23년 동안의 업적을 서양에서 또한 인정받았지만, 그 명예는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한순간에 휩쓸려가 버렸다. 막바지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던 이들에게 이 참사는 큰 재앙이기도 한 동시에 신보의 콘셉트를 뿌리 채 뒤흔드는 엄청난 한 방의 충격파임에 분명했다. 결과물들을 그대로 선보이기에는 마음과 세상, 이 모든 것이 변해버렸던 탓일까. 가사를 맡고 있는 보컬 이나바 코시(?葉浩志)는 전과 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키워드를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신작을 완성시킴과 동시에 국민밴드로서의 의무 또한 저버리지 않을 마법의 주문, 그것은 4자의 스펠로 완성되는 ‘컴온(C’mon)’이라는 한마디였다. 수록곡 중 유일하게 지진이 일어난 후 만들어진 이 동명의 곡은 축적해 놓은 에너지를 세상에 풀어 놓을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고민 끝에 결국 타이틀로서 재킷 전면에 당당히 위용을 드러낸 <
C’mon >은 일본 대륙의 재건 의지를 북돋우는 작품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캐치프라이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Survive >(1997)부터 서서히 변태를 시작해 이제는 완연한 하드록 밴드로의 날개짓을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사운드는 여전히 노련하다. 마츠모토 타카히로의 국제적 명성이 알려주듯 곡에 맞춰 완벽히 제 위치를 찾으며 명암과 채도를 탈바꿈하는 기타 사운드가 여전한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전자기타에만 쏟았던 관심을 어쿠스틱으로 살짝 분산시키며 여유를 두었다. 래리 칼튼에게 엄청난 갭을 느꼈다는 마츠모토의 말처럼 계속되는 기타리스트로서의 자기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작과 함께 디스토션의 기운을 걷어낸 청명한 현의 울림이 절망을 걷어냄과 동시에 태양의 눈부심을 담아내는 「C’mon」, 오랫동안 함께 세션으로서 호흡을 맞춰온 셰인 갈라스(Shane Gaalaas)의 드럼 베이스가 기타의 스트로크 사운드와 함께 8분의 6박자의 리듬 안에서 멋지게 발을 맞추는「Don’t wanna lie」등이 대중성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며 초반 기선을 제압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나라의 수상을 직설적으로 비꼬는 「ボス(Boss)」 등의 모습을 통해 메시지적인 측면에서도 할 말은 하는 굳건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으며, 세계 상하이 수영선수권 테마송을 위해 2001년에 발표했던 싱글을 재녹음한 「Ultra Soul 2011」을 통해 아련한 향수와 동시에 더욱 파워풀해진 외관 또한 목격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의 노래를 계속해서 챙겨들었던 이들이라면 새로울 것이 없는 평작 중에 하나로 비춰질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이나바 코시의 보컬은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마냥 더욱 더 힘이 실리고 있지만, 「愛のバクダン(사랑의 폭탄)」, 「Ocean」, 「イチブトゼンブ(일부와 전부)」 등 2000년대 들어와 선보인 곡들이 그다지 큰 간격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시절이 궁금해 <
Run >(1992)나 < Loose >(1995) 등을 먼저 들어본 사람들 정도만이 스타일 변화를 명확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경력이 오래된 아티스트들이 매너리즘에 대한 일련의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존 지지층의 균열은 새로운 팬들을 만들기에 조금은 버거워진 밴드들에게는 독약이 될 수 있기에, 아무래도 음악성이라는 부분에서 예전만큼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기에는 어려운 법. 이처럼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에 반박하듯 전과 같은 걸음을 내딛은 18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뮤지션으로서의 성실성뿐만 아니라 국민밴드라는 사회적 위치에 대한 책임완수를 보여주며 여전히 자신들의 위치가 건재함을 입증해냈다. 데뷔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대라는 바람이 아직 비즈라는 그룹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바로 이 한 장에 있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