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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창작력을 폭발하게 만든 여인

프란츠리스트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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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환희로 넘쳐납니다! 나는 이 천상의 나른함이 무엇인지, 어떤 끝없는 즐거움이 퍼져나가고 나를 태워버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리 다구 백작부인에게

1834 년 7월
파리.

내 마음은 환희로 넘쳐납니다! 나는 이 천상의 나른함이 무엇인지, 어떤 끝없는 즐거움이 퍼져나가고 나를 태워버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마치 내가 한 번도 사랑해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게 한 번 말해 봐요. 어디서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혼란이 생겼는지, 어디서 이런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의 느낌과 신성한 사랑의 전율이 생겼는지를 말이에요. 이런 모든 것은 오직 당신, 자매이자 천사이자 한 여자인 마리 당신에게서만 비롯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의 불같은 영혼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광선, 혹은 당신이 내 품에서 떠난 이후로 오랫동안 갖고 있던 비밀스럽고도 가슴 아픈 눈물방울과 다름없을 겁니다.

하느님, 절대로 우리가 이별하게 만들지 마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내 나약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어떻게 당신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우리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실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우리의 육체와 영혼이 소생하고,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울부짖는 당신의 말씀을 통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하느님… 당신의 손을 우리에게 뻗어주십시오. 우리의 조각난 심장이 당신의 품에서 쉴 수 있게 말입니다. 오, 우리는 하느님 감사하고, 축복하고 찬양합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그리고 당신이 우리를 위해 주비해주신 모든 것을 감사드립니다.
이게 당연한 거지요, 당연히!

마리! 마리!
오, 이름을 백번, 천 번이라도 당신의 이름을 되풀이하게 해주세요. 요 3일 동안, 당신의 이름은 내 안에 살아 있으면서, 나를 억눌렀고,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당신 바로 옆에 가까이 있는 겁니다. 당신을 보고, 듣고 있어요. 영원히 당신의 품에 안겨.. 천국, 지옥, 모든 것이 당신 안에 있으면서 배가 되는 군요. 오! 내가 허튼소리를 지껄이도록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단조롭고 따분한, 꽉 죄인 현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해요, 열렬히 사랑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말입니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헝가리 낭만파 작곡가와 피아노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비범한 예술적 재능, 기교, 무대 현장감, 극적인 연출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간주되고 있다.
파리에 있는 프레드릭 쇼팽의 아파트에서 열린 그의 전설적인 연주의 관객 중에서는, 마리 다구 백작부인, 부유하고 아름답지만 매우 고민이 많은 젊은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스물 두 살의 스타에게 즉각 빠져버렸다. 그녀는 또한 재능있는 성악가이자 아무추어 피아니스트였고 둘은 자주 함께 파리의 저녁 파티에서 함께 연주하였다.

수개월의 연애와, 친밀한 편지, 그리고 공공연한 루머 끝에 둘은 그들의 연애를 완성시켰다. 그들은 사년간 함께 살았으며 세 명의 자식을 가졌다. 이후 그들의 관계는 갈등을 빚게 되었고, 리스트가 8년을 여행하며 연주를 하고, 다른 사랑에 빠지고, 마리와 자식들에게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돌아왔지만, 1844년 그들의 관계는 마침내 끝나게 되었다.


번역후기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과 파가니니를 친구로 사귀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고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을 잇는 절묘한 타이밍에 활동을 했습니다.(귀가 거의 먹은 말년의 베토벤도 만났답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대로 피아노에 시연해 보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라네요. 그가 마리 다고를 만났을 때에는 스물 두 살이었고, 그녀는 스물 여덟 이었습니다. 리스트가 그녀를 만난 후 창작력은 폭발하게 됩니다.

그녀는 다니엘 스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작가이도 합니다. 마리가 이혼을 한 뒤 둘은 함께 살게 되고, 세 명의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결혼은 하지 않습니다. 둘 다 독립된 생활을 존중하는 예술가였고, 광범위하게 순회연주를 다녀야 한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연주여행에서 자인 비트겐슈타인이라는 공작부인을 만나게 되고 이 때문에 마고와의 관계는 청산됩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로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말년에는 많은 종교음악도 작곡하게 되었지요. 편지에서 하느님에게 둘의 사랑을 지켜달라는 기도는 애절하기 그지없군요. 어쩌면 작가이기도 했던 마리 때문에 그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지난번에 러브레터로 소개했던 빅토르 위고와 앞으로 소개해드릴 바이런의 작품도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런 문학적 소양이 그의 작곡에 영향을 준 것도 당연하구요. 어쩌면 예술가는 사랑을 통해 상대방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기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그 사실을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빠져들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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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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