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왜?”
라고 반문하는 이들이 더 많을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피스는 빈티지~모던한 감각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매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개성이 없다는 뜻도 된다. 필자는 24살 첫 입사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예쁜 나이인데…”잡지기자랍시고 온통 화려한 원피스들을 걸치곤 런웨이를 아우르듯 편집부를 거닐었나 보다. 그런가 하면, 이런 말을 들은 적도 꽤 있었다.
“왜 너는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애 같냐?” 이건 분명 좋은 칭찬은 아니다. 자신의 패션 코드가 명확하지 않을 때에 남들도 당신의 ID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원피스는 일종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원피스는 20~40의 패션이라고 특별한 주관없이도, 걸치면 자신이 여성스러운 줄 알도록 착각하게 해주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스냅의 스트리트 어택, 패션 코너만 봐도 원피스만 ‘띡’하고 입은 피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피스에 새로운 룩 혹은 아이템을 매치한다는 것 자체가 패션적 귀차니즘을 유발하는 감이 없지 않고, 원피스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충분히 돋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패션 피플에서 열외되고 마는 것이다.
여름은 그럭저럭 갔다고 치자, 이제 나는 같은 값이라면 가을 룩으로 옆 라인에 레더가 들어간 버클 장식의 팬츠를 구입하겠다. 그에 어울리는 페미닌한 골지 반 폴라 티셔츠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심플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볼드한 큐빅 귀걸이 한쌍을 사겠다.
원피스를 구입하는 것은, 어쩌면 마네킹에 코디된 그대로를 사던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발품과 클릭품만 떤다면 원피스라는 한정된 아이템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하고도 멋진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원피스는 빈티지한 감각과 모던한 감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른 옷에 비해 눈에 띌만한 큰 부피를 지녀서이기도 하다.
애기 기자 시절에 지적질을 당한 것 몇 가지가 떠오른다.
“너! 그 원피스 따위는 집에 계신 할머니께 드리고 네가 70세 때 다시 달라고 해서 꺼내 입어!”라는 지적질 말이다. 당신, 원피스가 만만한 의복이라 생각하고 자꾸 선택을 한다면 곤란하다. 왜냐, 원피스는 만인이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당신이 그토록 닮고 싶어하지 않는 309동 201호 뚱땡이 아줌마도 원피스를 좋아할 것이다.
글| 패션웹진 스냅 Snapp 에디터 안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