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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아이들 미술 창의력 타령, 정답은? - ‘창의 미술’이라는 달콤한 유혹과 꿈!

아동화에서 창의 미술을 합리화하는 미술의 본보기로 ‘피카소의 그림’과 ‘추상화’가 많이 비유된다. 이유는 평가가 매우 모호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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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똘똘이 엄마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남긴다.

Q: 아이 미술…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 A: 창의력을 키워 주세요.
┕ A: 억지로 가르치지 마세요.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게 좋대요. 그냥 즐겨요. ^^
┕ A: 기교는 절~대 안 돼요. 틀에 박히면 큰일 난다고요.


밑도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는 답들을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어떻게? 정확한 방법을 알려 줘야지! 누구는 ‘아~ 그런가 보다.’ 하며 따라 나서고 누구는 쉽게 포기하기도 할 것이다…. 과연 글쓴이들은 누구였을까? 올바른 해답이나 결과를 알고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궁금하다.

정확한 답이 없으니 누구나 가장 높은 곳을 올려다보게 된다. 왜? 내 아이는 최고니까! 이러한 엄마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은 학원이나 책들은 온통 창의력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피카소의 그림이 아동화에 비유되기도 하고, 아동화를 추상화와 연관 짓기도 한다. 행위 미술, 표현 미술, 창의 미술…. 어딘지 모르게 화가의 그림 같기도 하고, 뭔가 수준 있는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 시기를 정신없이 끌려 지나다 보면 어느덧 7~8세가 되어 취학의 문턱에 서고, 이내 마음 아픈 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 우리 아이가 그림을 못 그려요!” 마음이 급한 엄마들은 가까운 미술 학원으로 달려가고, 창의력이란 것은 이제 마음 한 켠에서 조용히 사라져 간다.

소재 표현의 미숙(8세 남) / 주제 표현의 미숙(9세 여)

약 20년 전쯤이던가…. 아이들 학습을 휩쓸었던 ‘IQ’의 자리를 이제는 ‘EQ’와 ‘창의력’이 대신하고 있다. (다음에는 무엇이 나타날지 무척 궁금하다.) 태교 때부터 학습을 시작한 아이는 5세 전후로 부모의 기대치가 하늘을 찌른다. 이때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꿈에 빠져 있는 엄마들을 공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현실적이지 않은 이상적인 것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아직 발달되지 않은 소근육’, ‘입체는 고사하고 간단한 소재 표현도 어려운 아이들의 표현력의 한계’와 잘 맞물려 정답이 드러나지 않는 창의력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아동 미술에 있어 창의력은 이제 엄마들의 기대 심리와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주는, 상업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한 아이템의 하나라는 것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꼬마 화가는 ‘꼬마 화가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동화에서 창의 미술을 합리화하는 미술의 본보기로 ‘피카소의 그림’과 ‘추상화’가 많이 비유된다. 이유는 평가가 매우 모호함에 있다. 피카소의 ‘입체를 분해하고 여러 시점에서 재구성한 그림’은 ‘아이들의 오류가 포함된 평면적인 그림’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추상화의 표현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아동화의 창의적 표현 미술을 더욱 작품화하거나 미화시키는 데 한 몫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동 시기부터 미술에 두각을 드러낸 영재 화가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늦깎이 화가들이 더욱 많은 것 같기도….) 지난 칼럼을 통해 아동화는 연령에 따라 흐름을 가지고 발전하며 그래서 조기 교육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시기에 잘 그린다는 것은, 그 시기 그림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지 아동화의 다음 단계를 쉽게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렇게 아이들의 그림이 성인의 그림으로 쉽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신체적 발달 부족으로 소근육이 적어 손을 마음대로 정교하게 사용하기 어렵고
둘째, 입체를 심상적으로 표현하며, 시점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다양화하여 그려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의 그림이 화가들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성인의 미술은 기술적 표현력과 함께 작가의 철학(삶)이 포함되는데 아이들은 그러한 삶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에 맞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는 하겠지만….) 이러한 어린 아이들의 그림을 창의력이란 잣대를 들이밀며 성인(화가)의 그림과 비교하는 것은 무척이나 억지스러운 일이다. 평생이 7년인 아이의 그림이 우리네 어른들의 그림보다 뛰어나다면 이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동화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밟으며 흘러가는 것이지 억지로 어른들 마음대로 들어내고 끼워 맞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꼬마 화가에게는 꼬마 화가의 자리가 있는 법이니까….


▶ 미술은 창의력의 통로이다!

미술은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창의력은 미술로 키워지기보다는 미술을 통로 삼아 표현된다고 보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 나타난 착한 거인(7세 여)

아이들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창의적 표현 욕구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찾는다. 이러한 욕구를 미술로 드러내는 아이들도 있고, 음악에서 악기나 목소리로 드러내기도 하며, 체육에서는 춤이나 운동으로, 문학에서는 글을 통하여 시나 산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동화에서 ‘창의적 표현’이란 피카소 그림처럼 소재를 특이하고 이상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가지고 주제 화면을 구성하면서 개성 있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처럼, 혹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여기서 한 가지, 우리 어른들이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아동 미술에 있어서 창의력을 드러내려면 바로 ‘소재 표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창의력은 주제 표현으로 드러나고,
주제 표현은 소재 표현력이 꼭 필요하다!


누군가는 아동화에서 표현력(기술)을 가르치면 안 되고, 스스로 그려야 하고 마음껏 하도록 놓아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방법을 가르치지 말고 ‘아이가 그리고 싶을 것을 그리게 하라?’ (이 마음 편한 한마디가 얼마나 이치에 맞지 않는지를 일선의 미술 선생님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고기를 못 그리는 아이가 바닷속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동물을 못 그리는데 동물원을 그려 보라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일까? 사람을 못 그리는 아이에게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리기를 바란다면 아이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소재 표현을 못하기에 주제 활동에 필요한 연상법을 사용할 기회마저 없다.) 글자를 모르는데 시를 어떻게 쓸 수 있으며, 음계를 모르는데 어떻게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것인가? 구구단도 채 익히지 못한 아이에게 곱셈을 못한다고 나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집, 우리 가족(7세 남) : 소재 표현의 미숙으로 주제 표현이 어려움

한마디로, 아동화의 그림에서 창의력은 주제 활동으로 표현되고, 그 주제를 표현하는 데 소재 표현력은 필수라는 것이다. 소재 표현력의 부족은 아이의 창의력을 미술로 발산하는 데 가장 큰 적이 된다. 창의력을 위해 기술력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기술력은 오히려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필자가 책을 집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뭐 가진 게 있어야 표현을 할 것이 아닌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면 최소한의 소재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소재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주제를 그려 보며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동화에서 항상 같은 그림만 반복적으로 그리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바꾸어 말하면 ‘그것 외에는 잘 그릴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주선만 그리는 아이를 보고 과학자가 되리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과연 그것만 의미할지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주(8세 남) : 반복적인 그림

단, 소재를 가르칠 때, ‘부모들의 주관’이 아닌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서 지도하는 것이 틀에 박히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그림을 가르칠 때 그림을 그려 보여 주기보다는 아이들과 대화를 더 많이 나누곤 한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나누어져 있단다. 나비는 앞날개가 크고 뒷날개는 작아. 벌은 가슴 부분에 털이 많고 배 부분에 뾰족한 침이 있지. 잠자리는 날개가 길고 배 부분도 아주 길단다.” 각각의 소재의 특징은 이러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른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생각보다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다.)

주제를 그려 낼 때도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소재들을 이야기 나누고, 주제를 창의적으로 상상하도록 물꼬를 터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엄마와 빙고 게임 : 주제를 위한 소재 찾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주제 표현은 창의력을 위해 아이에게 맡기되, 주제 표현에 필요한 소재 표현력은 어느 정도 지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강압적인 지도가 아닌 함께한다는 느낌이라면 더욱 좋겠다. 정말 창의력을 드러내는 아이를 보고 싶다면 말이다.


▶ 또 하나의 진정한 창의력, ‘2차적 창의력’

필자는 창의력을 ‘1차적 창의력’과 ‘2차적 창의력’으로 나눈다.

* 1차적 창의력 : 아동화 시기(초등학교 3학년 이전)
오류를 안고 있는 틀린 그림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기는 순수한 창의력
(이 시기의 아동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친구들과 놀기(8세 여) : 심상적 표현

* 2차적 창의력 :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수정기
표현 기술을 습득(수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머릿속의 꿈틀대는 생각을 마음껏 나타내는 의도적 창의력

꽃 가게의 모습(12세 여) : 시점의 일치와 입체 표현

아무리 창의력이 머릿속에서 꿈틀댄다고 해도 표현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좋은 생각은 참~ 많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식으로 말이다.) 단, 1차적 창의력은 누구나 자라면서 경험하겠지만, 2차적 창의력은 누구나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차적 창의력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가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을 것이며 일상생활을 통해 쌓이고 길러지기도 할 것이다. 부모와의 일상생활, 책을 읽고 경험하고 느끼며 만들어지기도 한다. ‘창의력이 무조건 미술로 키워질 것’이라는 아름다운 고정관념므 버리고,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 창의력을 위한 진짜 답을 찾아내도록 하자.

물론, 창의력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그리기 외의 다양한 미술 활동은 아동화 시기에 꼭 필요한 체험 학습이다. 중요한 것은, 미술 전체에 창의력이란 굴레를 씌워서 아이들의 미술 발전의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에 있다.

편식 없이 다양하게 골고루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자. 미술에서 틀린 활동이란 없다. 목표를 정하지 말고 그리기 활동을 바탕으로 미술 학습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영역을 즐기도록 하자. (단, 아이가 더욱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미술을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실력을 키워 줄 필요가 있다.)

아동 미술에서 가장 골격이 되는 것은 그리기 영역이다. 유아기에는 비록 그 비중이 적을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기가 가장 중요하게 드러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동화의 터널을 지나면서 아동 미술의 발목을 잡고 아동화의 막을 내리게 하는 것도 결국 그리기의 역할이 되기도 하지만….)

‘미술’이란 글자를 잘 들여다보자. 아름다울 ‘미(美)’, 재주 ‘술(術)’, 한마디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라는 말이 아닌가! 적어도 아이들에게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어른들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동화는 일생에 한 번, 이 시기에만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귀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니까.

다음 회에는 언젠가는 만나게 될 ‘달갑지 않은 아동화의 벽’을 미리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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