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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장면에서 엔딩 처리 - 편집의 힘이 만든 케이블 신화 「슈퍼스터K2」

두 번째 변곡점은 슈퍼위크 둘째 날이 방영된 7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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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부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참가자들이 두 명씩 라이벌 미션을 수행해 최종 톱10을 선발하는 과정이 방송됐다.

 
킬러 콘텐츠 승부사들
정해승 저 | 몬스터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무한 혁신, 그 치밀한 전략
K-POP은 전 세계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문화현상이자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K-POP 열풍의 진짜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한류 열풍 뒤에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뛰어든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과감한 혁신과 치밀한 전략이 그 비밀의 답이었다. 이 책의 저자 정해승은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슈퍼스타K2」, 시청자를 홀리다

2010년 케이블 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는 케이블 TV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인 18.1퍼센트라는 시청률을 올렸다. 케이블 방송시장에서는 보통 시청률 1퍼센트면 ‘대박’이라고 표현하고, 그 수치에 10배를 곱한 것이 지상파 시청률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슈퍼스타K2」의 성공은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올해의 히트상품’에서 스마트폰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가히 2010년 한 해를 관통한 하나의 문화현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슈퍼스타K2」의 성공요인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앞다퉈 분석을 쏟아냈다. 그들이 꼽은 주요 원인은 모바일을 통한 시청자 참여 활성화, 출연자들의 인생스토리를 살린 예능다큐의 성공, 그리고 허각의 우승으로 귀결되는 공정경쟁 등이다. 모두 옳은 분석이다. 하지만 ‘재미있어야 본다.’는 시청자의 궁극적인 욕구를 감안할 때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프로그램의 재미라는 관점에만 집중했을 때 흥행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제작진의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자 재능이 발휘된 ‘편집의 힘’이다.

「슈퍼스타K2」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까지의 과정에는 몇 가지 변곡점이 있다. 그 첫 번째 변곡점이 바로 슈퍼위크(예선이 끝난 본선 진출자들이 2박3일간 모여 최종 생방송에 진출할 10명을 추려내는 과정) 첫 날이 방영된 6회다. 첫 번째 주인공은 김그림이었다. 그녀는 조별 미션에서 조장이었지만 직접 선택한 조원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자, 스스로 팀을 옮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 마치 자기가 희생해 팀을 옮긴 것처럼 변명을 했다. 그 결과 방송이 끝나자마자 김그림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슈퍼스타K2」가 본격적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6회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이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했다. 김그림이 새롭게 옮긴 조에는 가장 많은 화제를 낳고 있던 재미교포 존박이 있었다. 그런데 존박이 그 유명한 ‘쳐밀도’ 사건을 탄생시킨 것이다(미션곡인 2AM의 노래 ‘죽어도 못보내’에서 “니가 날 아무리 밀쳐도”라는 가사를 “니가 날 아무리 쳐밀도”라고 실수한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 다양한 패러디가 양산되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편집의 힘은 여기서부터 발휘되기 시작한다. 실수를 한 존박은 깊은 한숨과 함께 노래를 잇지 못한다. 이어지는 김그림과 허각의 고개를 떨어뜨리는 모습,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한 명씩 클로즈업되면서 존박의 허탈해하는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방송은 끝이 난다. 가장 화제의 스타였던 존박이 과연 탈락하게 될까? 현장에서 봤으면 조별 미션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시청자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편집의 힘으로 흥미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실제 이때부터 시청률 상승은 급물살을 탄다.

두 번째 변곡점은 슈퍼위크 둘째 날이 방영된 7회다. 후반부부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참가자들이 두 명씩 라이벌 미션을 수행해 최종 톱10을 선발하는 과정이 방송됐다. 허각과 존박, 김소정과 이보람, 김그림과 김보경 등 수많은 화제를 낳은 라이벌 미션 중 영리한 제작진은 김그림과 김보경의 라이벌 미션을 가장 먼저 선보인다(실제 미션 수행순서와 편집을 통해 방영되는 순서는 전혀 다르다). 일주일 전에 이기적인 행동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낳은 김그림은 라이벌 미션에서 시청자들의 동정을 받은 김보경을 이기고 최종 결선에 선착한다. 그리고 2주 연속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관심을 이어나갔다. 지난 주 화제의 인물을 전진 배치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계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성공한 편집의 힘이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김지수, 장재인의 라이벌 미션이었다. 이미 톱10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의 대결인 데다 서인영의 댄스곡 ‘신데렐라’를 포크 뮤지션들이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가 모아졌다. 드디어 무대에 선 김지수와 장재인. 그들은 심사위원 네 명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무대를 펼쳤다.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쏟아냈고 카메라는 그들의 심사과정을 마치 시청자들이 몰래 카메라를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담아 보여줬다. 덕분에 과연 누가 탈락할 것인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드디어 심사위원 윤종신이 김지수에게 한 발 앞으로 나오라고 하고 고심 끝에 말을 잇는다. “저희 심사위원은…….” 그리고 이어진 엔딩화면. 방송은 김지수와 장재인을 동시에 보여주며 끝이 난다. 둘의 엄청난 무대에 감동을 받은 시청자들이 과연 저 둘 중 누구를 떨어뜨려야 될까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을 때, 교묘한 화면 편집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며 프로그램이 끝난 것이다. 방송 이후 김지수, 장재인의 ‘신데렐라’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했음은 물론이고 일주일 내내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역대 시청률 순위 상위권은 거의 연속극들이 차지했다. 스토리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드라마의 속성 때문이다. 비록 막장이라고 욕을 하긴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 탄로 나기 직전에 끝이 난다거나 위기를 극복한 주인공이 갑자기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2」에서도 다음 편을 보지 않고 못 배기게 만드는 이런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편집의 힘이 절정에 달했던 슈퍼위크 3회는 2박3일 동안 카메라 30대가 하루 평균 20시간을 찍은 것을 편집한 결과물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총 1,800시간의 촬영분이 3회에 걸쳐 4시간 15분으로 편집, 재탄생한 것이다. 제작진들은 각기 다른 카메라와 다른 인물들이 촬영한 방송테이프를 밤을 새면서 최고의 장면들로 편집해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경쟁, 욕망, 유머, 긴장감 등의 재밋거리를 철저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찾아내 담았다. 이러한 편집이 바로 14주간 전국을 슈퍼스타K 열풍으로 이끈 또 다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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