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양희은이 데뷔 40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녀는 40년 동안 티 없이 맑고 영롱한 목소리로 우리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난 2006년 데뷔 35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념 앨범을 소개합니다. <양희은 40>, <양희은 45>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소망해봅니다.
양희은 <양희은 35>(2006)
양희은의 음악은 언제나 아침의 산 공기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사색을 제공해준다. 팬들과 함께 호흡한지 올해로 어언 35년이 되었다. 지금은 라디오 프로(<여성시대>) 진행자로 더 알려져 있지만 자신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가수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때가 되면 그는 앨범을 가지고 돌아온다.
중간에 찬송가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정규로 치면 지난 2001년 <양희은 30>에 이어 꼭 5년만이다. 꽤 시간이 걸린 셈이다. 아마도 '과연 이 시대에 오십 줄 양희은이 해야 할 음악은 뭘까?'와 같은 자문과 갈등이 그 사이시간을 늘려놓았을 게 분명하다. 이번에 그가 택한 코드는 ‘긍정적 자세’ 와 ‘편안함’ 이다.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여유와 관조가 마치 수채화처럼 전편에 그려진다.
「인생의 선물」,「당신만 있어준다면」「이제는 웃기로 해요」 그리고 「걸어요」 등의 노래 제목이 이미 말해준다. 이 곡들에서 각 악기들은 절대 흥분하는 일이 없고 안정된 심박수를 유지하며 각자의 소리를 뿜어낸다. 악기들이 뿜어낸 소리 위에 양희은 특유의 청아한 음성이 얹혀지면 마치 종교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번 앨범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표현하는 화가 김점선의 그림이 실려 있다. 팬들의 눈까지 생각하는 양희은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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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35>의 총 감독은 본인이 직접 맡았다. 욕심은 걷어내고 소박한 마음을 앨범 안에 담았고 수록 곡 대부분의 곡들의 노랫말도 본인이 썼다. 노랫말은 빙빙 돌리지 않고 오십대 중반 나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진솔하게 글로 옮겼다. 「당신만 있어준다면」은 그 축약본이다. 양희은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매사 감사하는 마음'일 것 같다.
‘세상 다 준다 해도/ 세상 영원타 해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수록 곡 초반부까지의 음악이 감상적이기만 했다면 중반부 트랙의 곡 「걸어요」는 고개와 어깨가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곡이다.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곡의 전주부분을 담당한다. 노랫말은 제목 그대로 가볍게 길을 걷는 내용이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삽입곡으로도 쓰였던 「내 어린 날의 학교」라는 곡도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대개 노래가 다시 새 음반에 실릴 경우 옛 버전을 그대로 싣는 경우가 많지만 양희은은 편곡을 다시 하고 보컬의 느낌도 조금 달리하여 녹음했다. 곡이 시작되기 전 학교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를 집어넣는 센스도 발휘한다.
히든트랙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 「여자이니까」, 바로 나훈아(최홍기)가 쓰고 1979년 심수봉과 나훈아의 듀엣 곡으로 널리 알려진 트로트 곡이다. 하지만 양희은에게 가면서 곡은 애절한 트로트가 아닌 순수한 스탠더드 발라드로 둔갑(?)했다. 앨범 러닝타임 후반까지 나이 지긋한 엄마의 입장에서 노래를 했다면 이 곡 「여자이니까」에서 양희은은 수줍은 사랑을 노래하는 한 여인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오던 양희은의 음악과 새 앨범의 음악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젊거나 어린 음악 팬들이 듣기에는 조금 나른하겠지만 양희은을 알고 그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휴식'과 '보듬음'의 의미는 이번이 가장 깊은 것 같다. 그것은 과잉을 배제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극이 없어 담백하지만 너무도 서정적이고 편안하다.
양희은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꾸준한 방송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신곡들로 꽉꽉 채워진 새 앨범까지 직접 제작을 하는 모습은 후배가수들에게 좋은 귀감이다. 신보는 음악적 승리 이전에 그 '거목의 열정'이라는 점에서 승전보다. 10년 뒤에도 우리는 레코드 숍의 진열대에서 <양희은 45>앨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건우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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