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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슬픔을 이겨낸 비결은 다름 아닌… - 일이 지겹다는 직원에게

애인에게 이유 없이 차인 바로 그날, 신문 한 귀퉁이에 당신 이름이 적힌 한강투신 기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부장이 불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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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후배가 이혼했다. 석 달이 지나서 후배를 만났다. 예상과 달리 홀아비의 신수는 훤했다. 100퍼센트 쿨한 이별을 하는 사람은 없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크든 작든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 술자리 내내 조금의 그늘도 보여주지 않는 후배가 이상했다.

 
사장의 본심
윤용인 저 | 알키
승진, 해고, 보너스의 은밀한 함수관계를 결정짓는 책!
창업 10여 년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직 사장 윤용인이 사장의 본심을 모르고서는 승진, 해고, 보너스의 비밀을 결코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 책에서 그간 사장들이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과감히 털어놓는다. 심리서를 집필했던 저자답게 사장이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깊은 속내까지도 심리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하나하나 분석해 내며 사장의 행동과 결단의 이면을 환하게 알게 될 것이다.


 




10년 만에 후배가 이혼했다. 석 달이 지나서 후배를 만났다. 예상과 달리 홀아비의 신수는 훤했다. 100퍼센트 쿨한 이별을 하는 사람은 없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크든 작든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 술자리 내내 조금의 그늘도 보여주지 않는 후배가 이상했다.

먼저 취한 내가 입방정을 떨었다.
“마누라는 그렇다 치고, 아이 없이도 살아지든?”
후배는 빙그레 웃었다. 쓸쓸해 보이는 미소와 달리 그는 경쾌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제가 일을 아주 미친 듯이 해요. 현장에서 물러나며 다소 느슨해졌는데 몇 달 전부터 정말 신입처럼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재미있어요. 오랜만에 성취감도 느껴지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면 막 설레기도 해요.”


진짜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몰입할 수 없는 하루

이 술자리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있었다면 그 수다쟁이 작가의 귀가 토끼처럼 쫑긋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저작 『일의 기쁨과 슬픔The Pleasures and Sorrow of Work』의 개정판에는 내 후배의 직업인 기자의 일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On Love』, 『여행의기술The Art of Travel』 등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지적인 호기심을 반짝이던 보통 씨의 눈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일 자체로 향한다. 그는 어부, 식품영양학자, 직업상담사, 나사NASA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직업을 콜라주 한다. 열 개의 현장에서 그가 얻어낸 결론은 새롭지는 않지만 새로울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일은 그 본성상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스위스에 알랭 드 보통이 있다면 제주에는 사진가 김영갑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선생도‘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라는 화두를 향해 멋진 답을 남겼다. 카메라 하나를 들고 제주 곳곳을 누비며 해녀와 오름과 들판의 억새를 찍어대던 이 가난한 예술가는 유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에서 이렇게 독백한다.

‘혼자선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혼자이길 원했다. 혼자일 땐 온전히 사진에만 몰입할 수 있다. 남들이 일중독이라고 충고해도 웃어 넘겼다. 중독되지 않으면 숨겨진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고독이라는 정신의 천형을 이겨내기 위해 일을 택했고 덕분에 육체의 천형이라는 루게릭병을 얻었다. 그러나 김영갑은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갤러리를 짓기 시작했다.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돌담을 쌓았고 야생초를 옮겨 심었다. 그렇게 멸滅을 앞둔 육신이 갤러리의 생生을 완성했다. 덕분에 오늘, 제주 올레길 3코스를 걷는 여행객들은 두모악의 산 중턱에서 20년의 제주풍경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만나게 된다.

다행이다, 당신을 붙잡아줄 일이 있어서

후배는 이혼의 슬픔을 잊기 위해 일을 하고 알랭 드 보통은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강박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일을 하며 김영갑 선생은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했다. 새해 달력을 받자마자 빨간 날을 먼저 세고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병에 시달리며 나이 쉰만 넘으면 은퇴하겠노라고 외치는 우리는 그저 월급만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예”라고 대답할 수 없는 건 후배와 보통 씨와 김영갑 선생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도 일은 슬픔이면서 또한 기쁨이다.

그리고 다행이다.
애인에게 이유 없이 차인 바로 그날, 신문 한 귀퉁이에 당신 이름이 적힌 한강투신 기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부장이 불렀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날,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 궁금한 그때 당신이 스토커의 죄목으로 경찰서에 끌려가지 않은 것도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 속 터지는 정치의 시대를 살면서도 당신이 알코올중독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낮술 마셨다가는 그날로 책상을 치워야 하는 당신 회사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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