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 <7광구>가 개봉 첫 주 1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터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먼저, <7광구>는 후반작업의 스케쥴 때문에 일반적인 목요일 개봉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아니, 목요일 개봉에 성공하긴 했지만 오후 6시부터 상영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영화사에서는 CG의 보강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첫날 무려 18만 명이나 되는 관객을 동원했다.
진통을 겪긴 했지만 쾌조의 출발이다. 이 영화가 한국 최초의 본격 3D 영화라는 점은 그만큼 극장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부분을 예상케 한다. 일반적인 2D 영화보다 훨씬 많은 첫 주 120억이 넘는 극장 수익을 기록했다. 엄청난 기록이다. 이 영화의 총 제작비가 130억 원 정도인 것을 생각한다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 하지는 않아 보인다. (극장 수익이 120억 원이라 해도, 극장과 영화사가 수익을 나눠야 하므로 실제 영화사가 가져가는 현재까지 금액은 50억 원 정도로 추산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냐에 달려 있다. 300만 혹은 그 이상의 관객이 들기 위해서는 영화 자체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NAVER에서 <7광구>의 영화 평점은 3.5점을 기록하고 있다. 5점 만점 이냐고? 아니다. 10점 만점이다. 현재 상영중인 다른 영화들 <퀵>, <고지전> 등이 8점 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일단 <7광구>의 평을 보면 극과 극을 달린다. 10점과 1점으로 나뉘어 싸움이라도 벌일 기세다. 영화에 대해서 호감을 나타내는 쪽은 배우들에 대한 부분,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고, 그 반대편에는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아쉬움 혹은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평들이 많다. 이미 <괴물>, <디 워> 등의 한국영화로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7광구>는 분명 쟁점이 될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영화사상 첫 번째 3D 영화라는 점도 그렇다. 순수 제작비가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것도 그렇고,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차예련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한 사실도 그렇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본격 해양 괴수 영화라는 점에서 <7광구>는 분명 주목할만한 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괴물이라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보다도 못하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CG의 기술이 발달을 했어도 한참을 발전했고, 우리나라 영화 업계 최고인 CJ엔터테인터트가 개입을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퀄러티의 괴물을 등장시켰다는 점은 이 영화를 불편하게 볼 수 밖에 없게 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괴물의 형태, 움직임 그리고 긴장감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가장 커다란 요소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 괴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을 공격하는데 있어서 어떤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에이리언>시리즈의 괴물이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 심지어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도 모두 어떤 이유에 따라 인간을 공격하고 파괴하는데, <7광구>의 괴물은 도대체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피해 심해로 도망가 살 수도 있었을 괴물인 것을 왜 이클립스호를 떠나지 못하고 살생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탈출에 성공한 사람을 쫓아와 어떻게든 쫓아와 죽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한 건지, 화면 곳곳에 피를 뿌리기 일쑤다.
영화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괴물이 이 모양이다 보니, 인간 캐릭터는 더더욱 융합이 안 된다. 거의 원탑에 가까운 하지원은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외 다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들러리 같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너무나 연극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선장 역의 박정학은 그 이질감이 극도로 도드라질 정도다. 코믹한 캐릭터를 담당한 박철민과 송새벽의 호흡은 둘이 있을 때는 상관 없지만, 다른 캐릭터들과 만나는 순간 어색한 기운을 흐르게 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도대체 오지호와 안성기 그리고 이한위와 차예련은 어떤 이유에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왜 그런 캐릭터에 이 같은 배우들을 데려다 썼는지를 모르겠다. 정말이지 너무나 안타깝다.
이야기는 어떤 얼개도 없이 각기 에피소드별로 따로 움직이고, 괴물은 괴물대로 이유가 없고, 캐릭터는 괴물과 대적할 만한 파워를 발휘하지 못한다. 중간중간 괴물이 놀래키는 장면조차 없다면 영화는 한없이 지루해질 뻔 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만들었던 김지훈 이라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촘촘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던, 매끄럽게 캐릭터를 구축했던 그와 이 영화의 감독이 같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손을 대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은 생각만큼 새롭지도 않았을뿐더러 ‘도전’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아쉽다.
올 여름, <퀵>에 이어 JK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합작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7광구>의 미래가 장미 빛으로 가득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기자와 관계자들에게 보여주면서까지 개봉 일을 서둘렀던 탓만은 아니다. 어쩌면 <7광구>야말로 <퀵>을 능가하는 B급 정서의 블록버스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퀵>에서 보여준 B급 정서와 <7광구>의 그것은 조금 다르다. <7광구>의 B급 정서란 제작비는 최고지만,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A급이 아니라는 얘기다. 왜 이렇게 훌륭한 멤버들이 모여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 냈는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은 당연히 냉정할 수 밖에 없다. 볼거리와 애국심에 기대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