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독 한국 공포영화가 많다. <장화, 홍련> 이후 이어진 한국 공포영화의 유행이 한동안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화이트-저주의 멜로디>로 시작된 올 여름 공포영화는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기생령>, <미확인 동영상>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화이트>가 전국 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성적을 거뒀고, 지난 주 개봉된 <고양이>가 <트랜스포머3>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면서 알찬 성적을 기록했다. 약 250여 개 스크린을 확보한 <고양이>의 첫 주말 관객수는 37만 명. 좌석 점유율도 40%를 웃돌고 있다. 다시 보니 꽤 훌륭한 모양새다. 비교적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지 않았기에, 현재 분위기 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펫숍을 중심으로 고양이를 기르던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영화다. 죽음을 당하는 이들의 이유는 단 하나.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이지 기존 일본 호러 영화에서 너무나도 많이 봐 왔던 장면들의 반복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들은 다수 존재하지만, 신선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물론 기본을 못하는 영화들도 부지기수인 가운데,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소임을 다한 점은 칭찬해 줘야 한다. 아쉬운 것은 더 발전할 수 있었을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한 걸음 더 나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단순히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들이 죽어 간다는 설정도 계속 적인 반복으로만 느껴지고, 단발 머리 소녀에 대한 의문도 금새 풀려버린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결말 또한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주온>과 <검은 물 밑에서>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분명 아쉽다.
<성균관 스캔들>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박민영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다. 폐소공포증을 앓는 그녀의 떨리는 눈빛 연기는 영화를 지탱하는 몇 안 되는 강점이다. 사실, 폐소공포증이라는 소재에서 뭔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박민영의 연기가 더 도드라져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원 톱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역이라 꽤나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쁘지 않다. 확실히 <성균관 스캔들>에서 와는 다른 모습이다. 친구의 남자를 마음에 품은 캐릭터 설정이 한 걸음 더 나가지 못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다. 폐소공포증과 친구의 남자를 흠모하는 여자의 이야기라는 부분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영화가 요즘 사회에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단순히 고양이를 소재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왜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고양이나 강아지를 그렇게 쉽게 버리게 되는 것일까. 영화의 매력적인 이야기의 출발은 거기에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외롭게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온전히 마음을 주는 만큼 나에게 무언가를 되돌려주는 동물들이야 말로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험담 하지도 않는다. 나의 손길을 반겨 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나를 믿어 준다. 그 믿음과 사랑이야 말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의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공포로 ?했을 때의 임팩트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영리한 선택이다.
영화 <고양이>의 미덕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공포를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거창한 주제의식을 만들어 낸다거나, 스타일리쉬하고 실험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기본을 했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 새로움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재미 면에서 충분히 놀랄만한 장면들을 담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화이트>로 시작된 한국 공포영화 시장에서 어떤 영화가 과연 성공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두 편 모두 나쁘지는 않다. 첫 공포만 된다라는 공식도 깨졌고, 장르에 충실한 매끄러운 만듦새의 영화들이 나왔다는 것도 반갑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