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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 연출법

스타일리쉬한 선글라스 연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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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의 품질과 내 얼굴형에 맞는지부터 봐라” -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눈썹을 가려주고 볼을 누르지 않는 것을 찾는다. 알이 큰 선글라스를 선호하는 이유다.

일러스트: 김아람

프랑스의 저명한 패션 저널리스트 로랑스 베나임이 지은『이브 생 로랑』을 읽다 보면 카트린 드뇌브가 선글라스에 대해 한 말이 나온다.

“선글라스 덕분에 나는 편안히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환상이든 아니든, 선글라스는 부인의 모자에 달린 베일처럼, 일종의 병풍처럼 나를 보호해준다.” 선글라스를 구성하는 두 개의 렌즈와 프레임, 템플(다리) 안에는 소우주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선글라스에 의지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특히 많은 스타들은 선글라스를 마법의 외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신비감이라는 매혹을 대면하긴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영화 <매트릭스>의 캐리 앤 모스는 선글라스만 끼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통에 영화 촬영 이후 선글라스를 착용할 수 없었다고 하며, 잭 니콜슨은 자신을 잭 니콜슨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선글라스이며 선글라스 없는 자신은 뚱뚱한 60대 노인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다. 스타일 구축에 선글라스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선글라스를 끼면 침묵하던 폼이 기지개를 편다. 누구나 선글라스를 걸치면 조금 더 잘생겨 보이고 예뻐 보인다. 다친 눈, 성형 수술 한 눈, 기분 사나워진 눈, 본심을 감춘 눈, 눈물을 흘리는 눈을 모두 가려줘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칼마저 선글라스와 함께하면 측은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콘셉추얼’해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빨갛게 도드라진 입술, 주섬주섬 주워 입은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후드 카디건과 선글라스의 조합은 제법 괜찮아 보인다. 보잉 선글라스 아래에서 후줄근함은 가려진다. 얼굴 위에서 선글라스는 태양 못지않게 빛나며 옷을 삼켜버린다. 선글라스가 다스리는 영역은 얼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러니 선글라스를 이토록 많은 이들이 애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글라스의 정의는 ‘햇빛 또는 햇빛의 반사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색안경’이라고 돼 있다. 11세기 즈음 중국 판관들이 법정에서 증인들을 심문할 때 표정을 감추고자 썼던 색안경이 그 모태라는 설도 있다. 또한 로마의 네로 황제가 에메랄드로 검투사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는 설도 있으나 그것이 햇빛 차단용이었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에메랄드의 녹색이다. 녹색에는 시력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 있는 모양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에스코가 개발한 시력 교정용 렌즈는 푸른색과 녹색이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은 1930년대에 이르러 빛을 보게 된다. 1937년 미 육군 항공대 소속의 존 맥크레디(최초로 대서양을 논스톱으로 횡단한 인물) 중위의 요청으로 바슈롬Bausch & Lomb이 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녹색 렌즈를 도금된 메탈 프레임에 끼어 선글라스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유명한 레이밴 선글라스의 시초다.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칼의 무심한 차림을
시크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은 선글라스밖에 없다.


시중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선글라스 브랜드들이 많다. 요즘 시력 교정 기술, 시력 보호, 디자인을 둘러싸고 브랜드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알짜배기 지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우리의 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패션 전문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안경 전문 브랜드 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눈을 꾸며주고 있어 선글라스가 옷보다 튀는 경우가 많다. ‘나, 멋지지 않아?’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한 템플들은 튀는 옷을 즐겨 입지 않거나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마저 끌어당기는 구석이 있다. 옷으로 표현하지 못한 과감함이 선글라스에서 활짝 피어나곤 한다.

선전은 꽤 더운 곳이라 선글라스를 늘 곁에 둬야 한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라 반바지나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들을 늘 볼 수 있다. 역시 레이밴이 지배적이며 때때로 모양을 좀 냈다 싶으면 샤넬이 눈에 띈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그들의 선글라스는 조용하다. 어떤 브랜드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안경이 얼굴보다 나서지 않는다. 말인즉슨 사람이 안경 위에 있다는 뜻이다. 스타일은 사람이 중심이 될 때 진정으로 살아남는다.

선글라스 쇼핑은 시간이 걸린다. 코에 편안히 걸려야 하고, 눈 밑의 볼 근육이 편하게 움직여야 하니 무턱대고 디자인만 좋다고 달려들면 얼굴에 병을 주는 꼴이다. 그런 까닭에 제대로 된 선글라스를 골라 지갑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글라스는 내게 ‘IDC’International Design Creation, 80년대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웨어 브랜드와 페르솔, 올리버 피플스라는 멋있는 ‘스타일’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페르솔은 설립된 지 94년 된 이탈리아 브랜드로 활달하면서도 따스함을 놓지 않는 디자인이 훌륭하다. 올리버 피플스 선글라스는 패션 업계 종사자라면 아이웨어 리스트에 진작에 올려놓았을 브랜드. 우리나라의 몇몇 스타들에 의해 이미 홍보가 되고 있다. 세 브랜드 모두 나름의 콘셉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를 끌어당기는 공통점은 과거와 미래의 기운을 합친 스타일 코드다. 온화하면서 현대적이고, 전통적이면서 개성이 두드러지고, 중성적이며 모호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진열대에 나열된 선글라스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모두 선택되길 기다리는 제2의 눈들이다. 그중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가려내야 하니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이방인을 얼굴에 들이는 격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 중 하나가 ‘나답지 않은 나’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어찌 보면 선글라스는 우리의 얼굴에 배우의 재능을 선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Who What Wear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고를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프라이빗 아이콘 대표 김현경


고를 때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클래식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갖춘 레이밴 선글라스는 김현경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레이벤 선글라스는 동양인의 얼굴형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고.

“선글라스를 끼면 군더더기 없이 스타일리시해질 수 있다.”
-텐커넥션 대표 송재훈


송재훈의 둥근 얼굴에 편안히 얹히는 선글라스는 보잉 스타일이다. 보잉 스타일은 유행을 타지 않아 그가 가장 좋아하는 타입.
“CK 캘빈 클라인에서 구입한 이 선글라스는 갈색 톤이 색다르기도 하고, 쓰면 눈이 편해서 무척 마음에 든다.”

“선글라스를 살 때는 렌즈의 품질과 내 얼굴형에 맞는지부터 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베로니크 길펭


선글라스의 첫 번째 기능은 시력 보호. 따라서 선글라스를 살 때는 렌즈의 품질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은 두 번째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눈썹을 가려주고 볼을 누르지 않는 것을 찾는다. 알이 큰 선글라스를 선호하는 이유다. 물론 무조건 크다고 대수는 아니다. 얼굴을 부드럽게 덮는 라인이어야 버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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