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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명곡들의 재해석 - 윤도현 밴드(YB) < 한국 록 다시 부르기 > (1999)

요즘 ‘나가수(나는 가수다)’에서 록의 다양한 접근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윤도현 밴드’. 그들의 1999년 앨범은 평론가 ‘강헌’이 선곡 작업에 참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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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가수(나는 가수다)’에서 록의 다양한 접근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윤도현 밴드’. 그들의 1999년 앨범은 평론가 ‘강헌’이 선곡 작업에 참여한 <한국 록 다시 부르기>였죠. 세대를 아우르는 록의 명곡들을 ‘한국 록 바로 알기’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이 앨범은 그 주제의식과 곡의 질감이 뛰어난 명반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윤도현 밴드(YB) <한국 록 다시 부르기> (1999)

윤도현 밴드의 <한국 록 다시 부르기>는 말 그대로 리메이크 작품집이다. 한국 록의 뿌리를 되찾고 그것을 후대에 대물림하자는 의도에서 과거 정통 록의 명곡들을 재해석한 음반이다. 이런 밴드의 시도는 당시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코드의 작용이 주요했다. 21세기를 앞두고 사회 전반을 지배한 복고 문화의 성찰이 그 배경이다.

1990년대 접어들어 복고 열풍은 급작스레 폭발한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메이크 앨범이 붐을 이루었고, 지난 추억의 노래들이 리바이벌되었다. 고(故)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시리즈를 기폭제로 록의 불모지를 개척해나간 신중현, 산울림, 들국화 같은 한국 록의 거장들이 재조명되었다. 말하자면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노래들이 새로이 빛을 본 것이다.

뉴 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1999년 12월에 발표된 윤도현 밴드의 4집 <한국 록 다시 부르기>는 2년 전부터 구상에 들어갔고, 1년간의 기획과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녹음 작업에만 무려 400시간이나 걸렸다”고 회고했다. 한국 록을 대표하는 명곡이다 보니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까 레퍼토리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그룹들은 외국 밴드의 곡을 주로 카피하는데, 그건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별 감동이 없었거든요.”라며 윤도현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간의 밴드는 공연 때마다 국내의 록 음악을 즐겨 연주하고 불렀다.

우선 음반의 진가는 수록곡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 록의 신화적 인물인 신중현의 곡을 시작으로 대학가를 주름잡던 노래들과 한국 포크 계의 두 거목 김민기와 송창식을 거쳐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들국화, ‘1990년대 가객’ 강산에까지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든 한국 록의 산증인들이 골고루 포진되었다.

때문에 기존 히트곡 중심으로 제작하던 일반적인 리메이크 앨범과는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 다채롭고 폭넓은 선곡은 삼대(三代)에 걸쳐 애창된 노래들로 세대 통합적 가치를 지닌다. 앨범 재킷 뒷면에 헌사를 표한 평론가 강헌씨가 직접 선곡 작업에 참여한 사실도 눈에 띈다.

앨범의 노래는 어떤가. 노래방 애창가요부터 까마득한 옛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낡은 록까지 조화롭다. 윤도현은 이미 신중현이나 산울림의 헌정 음반에 참여해 「이제 그만 가보자」나 「나 어떡해」 등을 커버하며 일찌감치 <한국 록 다시 부르기>의 예고를 알렸다. 그런 결실이 이 작품에서 나타난다.

신중현 사단의 여가수 김정미가 부른 「바람」(1973)은 당시 금지곡으로 지하에 묻혀있던 비운의 곡이었지만 밴드의 하드코어 연주법으로 재 포장되었다. 뿐만 아니라 들국화의 명 레퍼토리 「그것만이 내 세상」(1985)과 전인권의 솔로 걸작 「돌고 돌고 돌고」(1988), 강산에의 3집 <삐따기>에 수록된 「깨어나」(1996) 같은 곡에서 윤도현은 과거와 현재에 걸쳐 사라져 가는 숨은 명곡들을 다시금 살려냈다.

타이틀 곡 「너를 보내고」(1994)는 데뷔 앨범에 수록됐던 유일한 밴드의 곡이다. 연인을 떠나 보내는 보편적인 감성을 서정적인 가사와 윤도현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대중들을 자극해 상업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계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의 「혈액형」(1988)은 반전 메시지를 노래했고, 윤도현이 재치와 파워 넘치는 보컬 테크닉을 구사한 「담배 가게 아가씨」(1986)는 송창식의 코믹한 원 곡을 완전히 뒤집는다.

대학가요와 그룹 사운드의 붐을 일으켰던 추억의 노래들도 한편을 차지한다. 배철수가 리더였던 활주로의 「탈춤」(1978), 홍서범을 주축으로 결성된 옥슨 80의 「불놀이야」(1980), 이수만이 몸담았던 샌드 페블스의 「나 어떡해」(1978) 등은 강성의 록 사운드의 전개와 윤도현의 내지르기 보컬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침 이슬」의 주인공 김민기의 숨은 최근작 「철망 앞에서」(1992)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다. 자우림의 김윤아, 박완규, 김경호 등 당대 최고의 로커 7인이 참여했고, 젊은 국악인 원일의 사물놀이 패와 후렴부분 웅장한 코러스가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 곡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개척되면서 우리의 오랜 숙원인 남북 화합의 장(場)에 긍정적 메시지를 암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만하다.

앨범은 오리지널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최신식 트렌드 록의 문법을 다양하게 가져간다. 윤도현표(標) 걸출한 보컬은 여전하지만 수록곡마다 소리의 질감은 리듬을 강조해 그루브감 넘치는 탄탄한 연주가 더욱 견실하다. 동시에 기성세대들에게는 황금빛 추억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고, 신세대들에게는 한국 록의 가치를 일깨웠다는 점이 작품에 힘을 실어준다.

한동안 서구의 록에 함몰된 인디 밴드들은 너나없이 얼터너티브 록이나 모던 록을 카피했다. ‘무조건 따라하기’식 열풍이었다. 그런 복제품 록 음악의 홍수 속에서 윤도현밴드는 ‘국산품 애용’을 노래한다. 한국식 토종 록이다. 세월이 변해도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록) 다시 부르기인 것이다.

이제 윤도현(밴드)은 한국을 대표하는 로커(록밴드)이다. 그들이 <한국 록 다시 부르기>를 통해 주제의식을 가졌던,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바는 ‘한국 록 바로 알기’다. 한마디로 자긍심 회복의 선언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세대를 통합한 앨범! 우리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만한 값진 결실이다.

글 / 김정훈 (quincyjone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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