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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본심 윤용인 저 | 알키 |
승진, 해고, 보너스의 은밀한 함수관계를 결정짓는 책! 창업 10여 년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직 사장 윤용인이 사장의 본심을 모르고서는 승진, 해고, 보너스의 비밀을 결코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 책에서 그간 사장들이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과감히 털어놓는다. 심리서를 집필했던 저자답게 사장이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깊은 속내까지도 심리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하나하나 분석해 내며 사장의 행동과 결단의 이면을 환하게 알게 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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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지나 마흔의 강을 넘고 난 후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너의 30대는 치열했는가?”나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치열함을 긍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 내가 미친 듯 일을 했기 때문이다.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당시의 열정은 아침부터 밤까지, 밥을 먹거나 출퇴근을 할 때에도, 샤워를 하거나 심지어 영화를 볼 때까지도 온통 일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하게 했다.
여행사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자생활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강박에 가까운 욕심을 부렸다. 때때로 내가 지나치게 일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때 내 삶이 참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내 능력을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는 멍석이 깔렸다는 것에 대해 감사했던 것이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후 남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배운 여행 일의 경우 내 열정에 비례하는 속도로 나를 그 업종에서 인정받게 했지만, 서른 중반에 과감하게 선택한 기자 일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록 재야에서는 글 방귀 좀 뀐다는 말을 들었던 나였지만 막상 최고의 글쟁이가 모인 딴지일보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기죽게 하기 충분했다.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잡아내는 능력, 그것을 세밀하게 글로 확장시키는 재주 등이 나를 위축시켰다. 자연히 입사 초기에 나는 “깨갱”하고 꼬랑지를 말아쥔 강아지 꼴이었다.
게다가 입봉(피디나 기자들 사이에서 흔히 ‘데뷔’를 뜻하는 말)의 과정은 멀고도 험해서,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쓴 글이 나보다 어린 편집장에게 잘리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영화 <해운대>의 쓰나미만큼이나 큰 모멸감이 뱃속에서 울컥울컥 밀려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전업까지 하고 선택한 직장이니 죽기 살기로 덤빌 수밖에. 나는 출퇴근 시간도 아까워서 아이 둘 딸린 유부남 주제에, 회사 근처에 방을 얻은 후 가출까지 해버렸다. 밤새도록 잘린 글을 수정하고, 다른 기자의 글을 보고 또 보고, 책상 위 책을 걸신들린 듯 읽으며 회사에서 새벽을 슸쳀했다. 아내는 나보고 일에 미쳤다고 했고, 나도 내가 일에 미쳤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인정 이후에 내 글도 덩달아 독자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잘 읽히는 글이 무엇인지, 자연스러운 글의 호흡과 흐름이 무엇인지를 나는 터득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행과 콘텐츠를 모두 다루는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여행팀에게는 여행기획을 가르치고 콘텐츠 팀에게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내 일이다. 특히 글쟁이를 꿈꾸는 직원들에게 나는 가혹하다. 이전의 나이 어린 편집장이 그랬던 것처럼 때때로 냉정하고 야멸치게 직원의 글을 내치기도 한다. 어느 용감한 직원은 불만 가득한 눈으로 나에게 무언의 항변을 하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내가 그 직원보다 더 많이 일에 미쳤었고, 그 미침 속에서 실력이라는 큰 재산을 얻었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뻔뻔하게 생각한다.
일부 낙하산이나 바지 사장을 두는 회사의 경우를 제외하고, 십수 년을 아래에서부터 일하다가 CEO 자리까지 올랐거나 창업을 한 사장이라면 충분히 그 분야의 전문가들인 경우가 많다.
한 달을 두고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시대, 세상의 모든 환경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으니 사장들의 실무경험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흐름을 파악하고 일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 어떤 직원이 생산성 있게 일하는지 판단하는 눈은 그 회사에서 사장이 가장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때 일에 미친 적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휘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보검寶劍이 된다. 이를 다른 말로 자신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감에 충만한 사장들은 칭찬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아주 드물게 어느 똘똘한 직원에게
“자네 실력 대단하군”이라며 말의 성찬을 차려주더라도, 그 뒤에는 ‘내 젊었을 때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쩜쩜쩜’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장에게 칭찬받은 직원이라면 사장에게 특정한 화제에 관한 의견을 말하거나 특히 조언을 해야 할 때, 스스로 발언의 범위나 수위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경영환경 분석이나 관련정보 파악, 컴퓨터 등 신기술의 적용 등 젊은 직원이 젊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능력 있는 직원의 개입범위가 분명하다. 그러나 사장의 칭찬에 취해 회사의 어제를 온통 부정하거나 저평가하는 발언, 더 나아가 사장의 능력을 늙은 가수의 철지난 유행가에 빗대어 비꼬는 유머 따위는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될 말들이다.
우리가 부모님에게 귀싸대기를 맞은 최초의 사건을 가만 생각해보라. 머리 좀 컸다고 부모님에게 대들며 “엄마, 아빠가 도대체 나한테 해준 게 뭔데요?”와 같이 부모를 무시하는 말을 던지다가 맞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