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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시 비행기가 비싼 연료를 바다에 버리는 이유

고집쟁이는 관성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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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힘은 에너지에 비례한다. 에너지는 덩치와 속도에 비례한다. 덩치가 큰 물체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관성은 크다. 코끼리가 토끼처럼 쉽게 몸을 틀 수 없다. 코끼리의 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향을 잡은 화물선이 부득이 하게 90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수킬로미터의 회전반경이 필요하다.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다. 큰 물체 일수록 쉽게 방향을 틀 수 없다. 방금 이륙한 비행기가 급한 일로 회항할 때 그 비싼 연료를 바다에 뿌리고 착륙해야 하는 이유는 착륙하는 데 관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무거운 무게로 인해 착륙하다가 관성으로 활주를 들이 받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교수님, 양자역학을 이용해 세상사는 복잡한 일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까요?!”
“흠…….”
“특수 상대론을 이용해 복잡하기만 한 인간관계를 간단히 설명할 수 없을까요?”
“흠……”


사실 현대 물리학인 양자역학을 이용해 현상적인 삶을 기술할 순 없다. 우리의 삶은 복잡한 정도가 아니라 한 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대칭성에 놓여 있는 집합체다. 그건 그렇고, 가끔 잡지사 편집장들과 막걸리 한 잔을 할 때 연재를 부탁받곤 한다.

“박사님, 재미있고, 우리 주변에 적용되는 쉽고, 또 흥미롭고, 실생활에 도움도 되고, 궁금증을 확 날려버릴 수 있고, 깊이도 있고, 청소년부터 대중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물리학에 대한 교양칼럼을 하나 써주실 수 있으세요?!”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시던 막걸리가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는다. 내가 무슨 물리 자판기도 아니고 말이다.

물리학은 물리학이다. 물리학 법칙을 이용해 통합적인 자연현상을 바라보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한 알밖에 없는 안경을 거꾸로 낀 채 세상을 바라보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다시 이야기하면 복잡하다는 이야기다.


관성의 법칙, ‘계속 같은 거야!’
몇 가지 고전적인 물리학 법칙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법칙이 있다. 그 법칙 중의 하나는 ‘관성의 법칙’이다. 관성의 법칙의 핵심은 ‘하던 운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성’에 대한 법칙이다. 자동차가 급히 브레이크 밟아도 그 자리에서 정지하지 못하고 한참을 지나서 정지하게 되는 원리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골을 지나서도 계속해서 달려나가는 성질, 그 힘이 관성의 힘이고, 그 물리 법칙이 ‘관성의 법칙’이다.

버스가 급정거하면 사람이 앞으로 쓰러지는 것 역시 관성의 법칙이다.
새우깡을 먹기 시작하면 한 봉지를 다 먹게 되는 것 역시 관성이다.
매번 회식자리에 같은 멤버로 삼겹살과 소주로 시작해 자정 무렵 생맥주로 술좌석을 끝내는 것 역시 관성이다.
술자리에서 취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취하고 멀쩡한 사람은 멀쩡한 것 역시 관성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이면 등산가방을 둘러매고 산으로 달려가는 것 역시 관성이다.
매달 월급날 이전에 월급이 거덜나는 현상 역시 관성이다. 여행을 떠나야지 떠나야지 하면서 절대 떠나지 못하는 현상 역시 관성이다.
작심삼일 역시 관성이 만들어낸 사자성어다. 작심삼일은 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만나고 싶은 마음 역시 관성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슬픈 일로 헤어진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 역시 관성이다.
첫사랑의 그리움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커져만가는 것 역시 관성의 힘이다.
사기 치는 놈이 계속해서 사기 치는 것 역시 관성이다.
소통하겠다고 말로만 말하는 사람이 절대 소통할 수 없는 현상 역시 관성이다. 소통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만이 소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관성이다. 절대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세상 하루 만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뜨고 오후에 날이 지는 것 역시 규칙적 관성의 힘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주위에 사람을 한번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일과 나쁜 일도도 관성의 힘과 비례한다
관성의 힘은 에너지에 비례한다. 에너지는 덩치와 속도에 비례한다. 덩치가 큰 물체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관성은 크다. 코끼리가 토끼처럼 쉽게 몸을 틀 수 없다. 코끼리의 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향을 잡은 화물선이 부득이 하게 90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수킬로미터의 회전반경이 필요하다.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다. 큰 물체 일수록 쉽게 방향을 틀 수 없다. 방금 이륙한 비행기가 급한 일로 회항할 때 그 비싼 연료를 바다에 뿌리고 착륙해야 하는 이유는 착륙하는 데 관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무거운 무게로 인해 착륙하다가 관성으로 활주를 들이 받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삶의 무게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쉽게 뭔가를 시작한다거나 할 수 없는 이치 역시 관성이다. 매일 습관처럼 나가던 회사를 정년퇴직을 하고 불안해하는 마음 역시 관성이 만들어낸 허탈감이다. 갑자기 실직을 하고 느끼는 전쟁 같은 스트레스 역시 관성이 만들어낸 극도의 불안감이다.

정치 역시 만찬가지다. 정권 초기는 이것저것 개혁의 드라이브 속에 있다. 그리고 이런 개혁의 흐름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 아직 관성 에너지가 괘도에 오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초기엔 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몸집도 조절할 수 있다. 가볍기 때문에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몸집이 커져서 둔해지면 쉽게 방향을 틀 수 없다. 정권말기 레임덕이 오는 이유는 관성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의 하나엔, 자신의 에너지와 역량을 키운다는 입장에서 보면 관성을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가진 게 많으면 많을수록,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가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조절할 수 없는 관성의 힘에 어처구니없게 어려움과 불행해 빠질 수 있다. 가진 게 많아 자유스러울 것 같지만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눈앞에 두고도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같다.


에필로그
우주선 밖에서 망치를 휘두르다 놓치면, 그 망치는 관성의 힘으로 우주 끝까지 회전을 하면서 날아간다.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끝없이 그 운동을 지속한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우주 속에서의 관성. 그렇게 볼 때 마음만 먹으면 관성의 힘을 조절할 수 있고 돌릴 수도 있는 지구 속 관성의 세계 속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사진 출처: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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