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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테마 : 나는 ○○○ 의 전작주의자다

사랑에 번번이 실패한 나를 위로해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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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사람들의 행복한 고민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입니다. 선택지는 많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책입니다.

책방사람들의 행복한 고민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입니다. 선택지는 많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책입니다. 읽은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은 우리 책방 사람들의 독서리스트. 그러다 보니 책 한 권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완벽한 책을 읽고 싶다는 책방 사람들의 불가능한 욕심. 욕심을 채워줄 그들을 우리들은 ‘작가’ 라고 부릅니다. 완벽한 책을 쓰는 완벽한 작가를 탐구하는 여정. 이것을 우리는 전작주의라고 부릅니다.

6월의 테마 ‘나는 000의 전작주의자다’ 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가와 평생 함께 하고 싶으신가요?


당신은 글로 앙가주망 하고 있는가? :: 문학가


2000년대 한국 문단의 괴물, 박민규

 

박민규의 글은 재미있다. 쉽게 술술 읽힌다. 황당하고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낄낄거리며 웃게도 만들고, 기존의 형식을 파괴한 문장이나 한 장을 가득 채운 낯선 단어들로 어안이 벙벙하게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글은 진지하다. 허무개그 풍의 웃음코드가 곳곳에 보인다고 해서 속으면 안 된다.

‘아내에게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그는 그러나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해 글을 쓴다. 문학상을 받을 때마다 ‘우리 너무 진지해지지 맙시다’ 하고 말하는 듯한 수상소감을 밝히지만 그의 글은 그 어떤 글보다 진지하다.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지 않고, 마치 농담처럼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진지하고 어려운 것들은 외면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 지라도, 또한 그것들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삶인 이상 우리에게는 농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9년에 출간된 박민규의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YES24 블로그를 통해 연재를 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이 글은 보통의 인터넷 연재 글과는 달리 술술 읽히지 않는다. 그만큼 초반에는 참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박민규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후 쓴 단편들에서부터 조금씩 변해가더니 이 작품으로 확실히 변화를 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그것이 ‘변했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박민규 식의 위트와 재미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변했다, 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는 거다. 잘 생각해보면 박민규는 언제나 진지하고 심오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부터 정말 정신 없이 빠져들어 ‘읽어치운’ 책이다. 책장을 덮는데,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지 싶었다. 책 한 권 전체에 다 밑줄을 쫙쫙 긋고,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매일매일 꺼내 읽고 와삭와삭 씹어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과, 우매한 인간들의 사랑으로 인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 그 복잡미묘한 관계에 있어서 어느 쪽이 가치 있는 것이고 어느 쪽이 가치 없는 것이라고 그 누가 단정지을 수 있을까. 소설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반전도 반전이지만, 글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쏟아지는 요한의 말들만으로도 이 소설은 최고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강한 울림을 줬던 책이었다. 부디 모두들 초반부에서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보시길.

-학습/참고서 담당 정현경 (//blog.yes24.com/tkfkwlek)


영혼의 위로, 신경숙

 

사실, 나는… 전작주의자가 아니다. 작가의 과거 작품을 찾아서 읽을 정도의 열의도 없고, 앞으로 나올 작품을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끈기 있는 성격도 아니다. 나의 독서취향은 매우 즉흥적으로 결정되는데, 주로 표지가 예쁘다거나 아님 아무 이유 없이 눈에 띄면 집어 드는 식이다. 그런 내게 이번 달의 테마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전작’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려고 한다. (두둥!) 그 이름하여 신경숙. 너무 싱거운가? 워낙 유명한 작가인데다 이름 석자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서재에 책이 몇 권 있는지까지 나오니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다. 다만 그녀를 택한 이유는 2009년 가을.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나서 한 동안 신경숙에 빠져 살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특징이 이 책에 썼던 소재를 저 책에 다시 쓰기도 하고, 이미 나왔던 이야기가 다른 옷을 입고 또 등장하기도 하는 것인지라 ‘다음 책을 읽으면 이해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때문에 연이어 작가의 작품을 굳이 찾아 읽었으니 어쩌면 이 달의 테마와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이라 다시 한 번 추천하기엔 좀 쑥쓰럽지만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라. 원래 ‘엄마’란 소재는 사람을 반성하게 만들지 않는가. 하지만 난 반성하고 철이 들기엔 아직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자꾸만 든다. 그래서 이 책이 여기저기서 언급되는데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첫 장을 넘긴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는데, 몇 번을 도로 덮어놓고 감정을 추스렸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 날 아침 밥상에 풀 밖에 없다며 엄마 속을 박박 긁어놓고 나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소설 속 엄마이야기에는 우리 엄마는 물론 내가 사랑하는 할머니가 오버랩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여자는 살림만 잘하면 된다’며 책은 손도 못 대게 하고 오빠들 학비로 쓰일 품을 팔게 했다는 우리 할머니. 일제시대와 6.25동란을 겪어 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어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딸 둘, 아들 둘의 학비는 항상 제 때 제 때 마련해냈다는 억척스러운 우리 할머니. 물론 우리 할머니는 시골에 살고 계시지도 않고, 딸은 공부 안 시킨다는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오히려 너무 공부를 강조해서 고모들이 도망 다녔다는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 엄마도, 할머니도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삶이란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날 때부터 지금의 내가 아니듯이 엄마도, 할머니도 날 때부터 엄마이고 할머니인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적이 없지 않은가. 평일엔 피곤하다고 방으로 쏙 들어가고, 주말엔 노느라 늦게 들어오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나중에 그녀들은 이야기가 남지 않은 삶이 되어버릴 텐데, 나는 그녀들이 엄마이고 할머니일 것을 강요하고 있진 않았는지. 이 얼마나 못 되먹은 녀석인가 말이다. 이 책을 읽고 효도하라는 이유가 아니다. 다만,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컨텐츠팀 조세연(//blog.yes24.com/choseloy)


토탈 아티스트, 츠지 히토나리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감독, 뮤지션, 가수이며 영화감독의 경우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을 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이야기를 써서 알려진 작가. 이 책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었다. 보통의 남자 작가들이 구사하는 진중하고 딱딱한 문체를 구사하지 않고, 섬세한 감성의 문체를 구사하는 그는 사랑의 반대말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할 만큼 작품 속에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그의 대표작 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서는 여고생들의 일상을 담은 스토리인데, 학생들이 읽으면 공감할 부분도 많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낸다. 『호텔 선인장』에서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주인공들의 현실적인 일상을 담아 ‘동화같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전체적으로 출간했던 책들이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어딘가 동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모두 공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읽었던 츠지 히토나리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도 그러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더 많은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직접 현실에서 느꼈던 점을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바로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라는 책이다. 막연하게 동경의 대상인 ‘파리’에 대한 이야기로, 1년 반 동안 취재하고 써왔으며, ‘언젠가 꼭 파리에 가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사하는 책이기도 하다. 파리에 관한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잘 알려지고 유명한 곳들을 그저 소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터득한 지식을 비롯해 생활방식, 파리의 비밀 정보를 담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츠지 히토나리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고, 파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도 만족할 것이다.

-컨텐츠팀 신혜영(//blog.yes24.com/orangehy)


역사와 순수 문학을 넘나드는, 김연수

 

신입생 필수 과목이었던 국어 수업을 3학년 여름 계절학기에야 들었던 나. 당시 비슷한 처지의 복학생들이 많았다. 지루한 교양국어 수업이 지겨우셨던 교수님께선, 대부분 신입생들도 아니겠다, 기존에 쓰던 국어 교재는 넣어두고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자고 제안하셨다. 뽑기였는지 교수님이 정해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내게 온 작가가 바로 김연수. 주어진 과제는 김연수의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를 신화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학점을 만회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작가의 다른 책도 들여다보고, 문학 잡지를 뒤져가며 인터뷰를 찾았다. 그러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 사람 참 재밌다, 였다. 천문학과를 지망하다 영문과에 갔고, 20대 초반에 시와 소설로 연이어 등단했으며, 잠시 기자생활을 하다 30대에 접어들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남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매일 작업실에서 글을 쓴다는 노력파 ‘프로’ 소설가. 내가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좋아할 때에는 대부분 특별한 이유가 없다. 아쉽게도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저 끌리는 이들에게 발휘되는 묘한 충성심에 그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본 책인 『꾿빠이, 이상』은 천재 작가 이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상의 유품인 데드마스크가 발견되었다는 제보를 받은 기자 김연(화), 열광적인 이상 추종자로 그의 삶과 문학을 모방하고자 했던 무명시인 서혁민, 『참조로서의 이상 텍스트』란 연구서의 저자이자 재미교포 출신 학자인 피터 주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세 인물이 각각 이상이 남긴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내용이다. “한국 문학의 아킬레스건인 지적 소설의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사실 3년 전엔가 사두었는데 손이 가질 않아 오랫동안 책장에 묵혀두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쓰는 자아와 실제 자아가 다르다고 본단?. 유머러스하고 세련된 에세이와 깊이 있는 소설이 그가 대중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중의 하나지만. 그러니까 이상과 김연수 소설이라는 무게감에 괜히 미뤄두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넘어갔고 꽤 만족스러웠다. 소설이구나! 싶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충성심은 계속 될 듯하다. 장편을 생각하고 『꾿빠이, 이상』을 소개했는데, 단편을 꼽는다면 자가 스스로 작품을 끝낸 순간 “이것은 소설임에 틀림없다”는 환희가 들었다는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 좋겠다. 제목부터 기가 막히지 않은가.

-컨텐츠팀 진연우 (//blog.yes24.com/pj1250)


문학 기인, 폴 오스터

 

전작주의자라는 테마의 부담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작가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소설가 폴 오스터였습니다. 어떤 분의 말씀처럼 그의 책은 원서로 읽으면 더 좋다는데 그러지는 못했지만요. 제가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맞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세상과 비슷한 성향, 색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인공들은 약간은 다른 모습으로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파멸합니다. 또 자신보다는 타인에 의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곤 하지요. 눈부신 성공을 거두는가 싶으면 절정에 오르기 전에 추락하고, 그 추락에 대해 깊은 슬픔에 빠지다가도 어느 순간 삶은 원래 이런 것이라는 무덤덤한 결말로 독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화려하고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저의 구미를 당겼습니다. 또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로 제목을 들 수 있습니다. 책 제목들이 전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이건 정말 이야기다”라는 느낌을 주었어요. 이 책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거나 나를 지나치게 행복하게 혹은 괴롭게 하지 않을 거라는, 한마디로 부담 없을 거라는 첫 인상을 주었답니다. 얼마나 좋은가요? 어디 이 이야기나 한 편 들려주겠네, 하는 폴 오스터의 사진 또한 호감이지요.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책은 『우연의 음악』입니다. 우리의 삶이 마치 재즈 리듬을 가진 음악처럼, 알다가도 모르게, 삶과 밀고 당기기를 하듯이 연속적인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기로에 서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에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과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선택한 혹은 선택하지 않은 일들이 온전히 나 라고도 할 수 없고 아주 내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나를 낳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싯구 중에 “우연은 운명이 잠깐 망설이는 순간 같은 것” 이란 (확실한지 모르겠네요) 표현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마치 운명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우연들을 나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날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우연을 자초했으며 또 어떤 우연을 어떻게 비켜나갔고, 정면으로 충돌했는가요? 책을 열면 스스로의 인생을 우연처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에요.

-컨텐츠팀 박혜원(//blog.yes24.com/onlykeanu)


우리 시대, 새로운 문학이란? :: 신진 작가

치밀한 서사의 힘, 정유정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2009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작가. 문학상을 수상하며 여러 곳에서 원고청탁이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에 몰두,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진정한 작가가 아닐까? 그의 작품을 열 페이지만 읽어보면 왜 그가 좋은 작가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매주 수 십 권의 책을 만나는 업무를 하다 보면 독서다운 독서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7년의 밤』은 달랐다. 고작 몇 페이지를 펼쳤을 뿐인데 작품 속으로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치밀한 얼개와 탄탄한 문장 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밀도 있게 드러난다. 출간 2개월 만에 출고부수 7만부를 돌파하고, 15개 영화사의 러브콜 끝에 최근 영화판권 계약을 맺어 이슈가 되기도 한 『7년의 밤』. 책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을 통해 또 한 명의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문학MD와 작가의 만남이 아닌 독자와 작가로 만났기에, 요즘도 한 사람의 독자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 책을 건넨다. 읽어보면 알기에.

-문학담당 김도훈 (//blog.yes24.com/eyefamily)


질투 혹은 동경 나의 그녀, 정한아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한아’ 작가를 내심 질투하고 있다. ‘니가 뭔데 질투?’라며 되물어도 딱히 할말은 생각 나지 않지만 어쨌든 난 그렇다. 2007년 25살이란 나이에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은 그녀는 정말이지 빛나 보였다. 글을 쓰다가 잘 안 풀리면 혼자 디스코를 추었다는 말에도, 뜨거운 내 청춘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인터뷰 기사에도, 생기 발랄하게 꼬불꼬불거리는 그녀의 단발 머리에도 왜 그리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지… ‘아~ 저렇게 해야 멋있는 거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꽤 많이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50년 이상을 무얼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하고, 우울했던 당시 24살의 나는 잘난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서 질투하고, 웃게 울게 하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치유 받았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며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 『달의 바다』 본문 중에서


너무도 유명한 도입부다. 이 책의 구성은 언론사 입사시험에 번번이 낙방해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교차하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짜임새 있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실망스런 현실 속에서 비록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이 서로를 지켜 봐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삶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한다. 반짝반짝한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무기력했던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켜 준 이 책은 가히 인생의 책 중 한 권이라고 꼽을 수 있다. 그렇게 나에게 힘을 주었던 정한아 작가의 글은 100% 신뢰하며, 앞으로도 질투도 하고 동경도 하고 내 맘대로 애정을 표현하려 한다~

-컨텐츠팀 장지영(//blog.yes24.com/blog/ariel83)


음악가 ? 소설가, 이적

 

 

전작을 읽은 작가라. 그런 작가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습니다. 워낙 무언가에 꽂히는 시간이 양은냄비마냥 빨리 끓고 빨리 식는지라 그런 작가가 없더군요. 그러다 “아~! 한 명 있다” 했습니다. 『지문 사냥꾼』을 쓴 이적이 제가 전작을 다 읽을 작가지요. 아직까지 도서는 한 권 쓰셨거든요. 하하하(아, 만화로 제작된 것까지 합치면 2 권입니다.) 1996년 제가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샀던 음반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패닉 1집이었죠. 워낙 꿈 많을 때이니, 언젠가 바다로 갈거라는 달팽이의 이야기가 와 닿았거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그런 적 없으신가요? 이적의 노래를 듣다 보면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걸.

그러다가 제가 고2가 되던 어느 날. 그는 몽상적(夢想笛)이란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죠. 그는 역시 내 예상대로 소위 “글빨”이 있는 뮤지션이었다는 것을. 그 속에 그가 써 내려간 판타스틱 픽션이 묶인 책이 바로 『지문 사냥꾼』입니다. 작가 김영하는 그의 소설에 대해 ‘고딕풍 환상문학’이라고 평하기도 했지요. 바다로 가려는 달팽이, 라만차의 풍차로 달려가는 로시난테, 나와 같은 태엽장치 돌고래를 노래했던 그는 그의 노래만큼이나 뚜렷한 개성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그려냈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쓴 이야기에 곡을 붙여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이적이 더욱 기대되는 건 이 이야기들을 읽어서일 겁니다.

-컨텐츠팀 전소현(//blog.yes24.com/blog/xena85)


아름다운 책을 만든다, 이수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끌어가며 ‘그림책’의 힘을 보여주는 작가, 이수지씨입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참아내는 것도 대단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번뜩 떠오르기도 했던 작가이지요. 2008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그림책’, 2003년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회 선정 등의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과도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줍니다.

『파도야 놀자』는 작가 이수지를 처음 알게 한 작품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2008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던 책으로, 그림으로만 채워진 ‘진짜’ 그림책입니다. 다가가고 부딪치고 도망가고, 파도를 만난 아이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고 온 바다도 딱 이만큼 파랗고 이만큼 장난스럽고 이만큼 시원했습니다. 말로 설명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6월의 바다를 만나보세요!

-유아/전? 담당 박형욱(//blog.yes24.com/kaeti1)


시는 언어로 된 회화, 진은영

 

내가 좋아하는 시인, 진은영은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계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이 있다. 전공을 살려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2004),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2007) 등 철학 서적도 집필해 왔다. 최근에는 ‘그 머나먼’ 이라는 작품으로 2011년 제5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시를 쓰며, 대학에서 철학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봄, 놀라서 뒷걸음 치다 /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 슬픔 /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 / 문학 /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

-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시인의 시 전반에는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특별한 주제나 의미 없이도 이미지 그 자체만으로 시를 읽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은 일곱 개의 단어에 대해서 사전적 의미가 아닌, 시인 본인이 느낀 자신만의 정의로 표현한 시다. 이 시를 읽는 내내 각각의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봄, 슬픔, 자본주의, 문학, 혁명 등의 단어를, 어떻게 이런 색다른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또 반복해서 읽다 보면 그러한 이미지 정의에 공감이 간다. 시가 ‘언어로 된 회화’라는 말은 진은영 시인의 시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때론 아름답게, 때론 슬프게, 때론 강하게 다가오는 진은영 시인의 시, 개인적으로는 먹구름 잔뜩 드리우고 천둥 번개와 함께 폭풍우 같은 비가 쏟아지는 날 읽는 것을 좋아한다.

-컨텐츠팀 박정윤 (//blog.yes24.com/cherrylab)


세계란 무엇인가? :: 사상가

서양 철학 전복자, 프리드리히 니체

 

테마에 맞는, 그러니까 전작을 읽은 건 니체가 유일합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읽은 뒤 니체에 흠뻑 빠졌습니다. 그의 수려한 문장은 독일어-영어-한국어라는 이중 번역을 거친 뒤에도 빛났습니다. (제가 읽은 청하출판사판 니체 전집은 영역본이 많더라고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다들 삶과 죽음을 고민하잖아요. 니체를 읽으면 왠지 답을 알 것 같았죠. 니체는 말하죠.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문명, 그건 다 허위라고. 자신이 최고라고. 나를 따르라고. 카프카가 그랬듯, 소심했던 저는 니체의 카리스마에 완전 압도당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카프카라는 뜻은 아니죠.

그의 저작이라면, 니체의 위작룀로 의심되는 『나의 누이와 나』까지 다 읽었지만 최고의 저술은 아무래도 『이 사람을 보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니체가 미친 뒤에 쓴 책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산만합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가’. 정말 미쳐도 제대로 미쳤죠. 하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 이성을 뿌리째 뽑으려 했던 니체로서는 정신이 아니라 몸까지 망가지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즐거움은 이 책에 수록된 『도덕의 계보』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주지하다시피 『도덕의 계보』는 니체의 저작 중에선 가장 영미철학적인 글쓰기로 저술된 작품이죠. 그러니까 니체의 이성적인 글쓰기와 반이성적인 글쓰기를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만날 수 있는 매력, 제가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 니체의 말처럼 초극하십시오.

-컨텐츠미디어팀 손민규(//blog.yes24.com/lugali)


우리 시대 큰 스승, 신영복

 

때로는 노력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신영복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딱 그랬다. 이름 정도는 들어 봤으련만 어쨌든 스무 살의 나는 신영복 선생님을 몰랐다. 그때 나는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과 『H2』『러프』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 정도를 알았다. 거기에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를 더하면 더 이상 언급할 저자는 없었고, 계통없던 나의 독서는 거기 멈춰 있었다. 그리고 밤과 낮, 술과 물, 내 돈과 니 돈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술자리들. 소주병과 비례해 쌓여간 토사물들. 200일씩 연속 음주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스스로의 나약함을 질책했던 새벽의 골목길. 부끄럽기 보다는 여전히 영광스러운 그런 날들의 어느 하루.

통일혁명당 사건과 20여년의 옥고. 선생님의 이름은 간혹 술자리 위에 오르내렸다. 선배들은 의례 새내기들에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사주곤 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는 아무런 노력없이 신영복 선생님에게 닿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많은 술자리들은 결국 선생님으로 수렴될 예정이었는지도. 우리들은 술만 마신 게 아니라 술도 마신 것이었으니까. 술자리는 나를 변화시킨 출발점이었고, 나의 독서는 재시동을 걸었다. 『전태일 평전』, 『해방전후사의 인식』, 『공산당 선언』 류가 술자리의 소개로 만난 책이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는 그 모든 독서를 아울러 내 가치관의 중심이 되었다. 그 모든 술자리와 독서는 단 하나의 귀결점으로 수렴된 셈이다. 내가 계속 선생님, 선생님 하는 이유다. 나는 여전히 『나무야 나무야』의 자장 아래 있다.

대표작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나 『강의』를 꼽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나무야 나무야』를 건너뛸 수가 없다. 158페이지의 이 얇은 책 속에 한 시대의 위태위태하고도 장중한 흐름이 모두 조망되어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감옥에 있을 때 책을 많이 보려 하기 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생각을 많이 해보려 했다던 말처럼, 정돈되고도 의미를 꾹꾹 담은 특유의 문장은 한 문장을 읽고도 책 한 권의 성찰을 줄 듯한 내공이 있다. 지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중심을 잡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 볼 것을 추천한다. 無鑒於水 鑒於人(무감어수 감어인) 이 말에 함께 경탄할 이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담당 김성광(//blog.yes24.com/comma99)


생태 경제학자, 우석훈

 

인문/교양서가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 그리고 꼭 읽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 우석훈. ‘명랑 좌파’라고 우기고 다니지만 그의 글이나 강연을 보면 시니컬 하다는 걸 느낄수가 있다. 그가 ‘명랑’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이름 앞에 수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측컨데, 현실은 어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 살겠다는 다짐인 것만 같다. 이 추측이 맞다면 그의 삶의 태도는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의 글에 끌리는 걸까…

책을 많이도 썼다. 부지런해서 좋다. 그의 주저는 대중들에게는 『88만원세대』겠지만 나는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추천하고 싶다. 제국주의 뒤에 있는 것은 거의 항상 그렇듯 경제적 논리다. 일제의 침략도 그랬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그러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거대규모의 신규시장 확보와 새로운 1차 자원 확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경제 시스템. 외부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바꾸려면 ‘전쟁’이 벌어 졌을 경우 덕을 볼 사람을 줄이는 게 해결책이다. 여기서 질문 왜 ;촌놈’ 들의 제국주의인가? 식민지를 만들려면 식민지 지역을 연구하는 ‘지역학’ 발달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 분야의 연구가 거의 존재 하지 않고 삽만 달랑 한 자루 든 채 제국주의 하는 게 촌스럽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생태 경제학자인 우석훈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컨텐츠팀 감동훈(//blog.yes24.com/britboy)


인간이란 무엇인가? :: 심리분석의 대가들

심리 에세이스트, 김혜남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 전,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열정적룀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또 잃고, 다시 사랑하고…연애에 계속 실패하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있었다. '도대체 내 문제가 뭐야?' 혼자 내 단점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지만, 또 다른 만남에서도 나는 똑같은 실수를 거듭했다. 다시는 누군가를 독하게 사랑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이별 앞에서는 무방비 상태로 완전 해제 되곤 했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발끝까지 내려앉는 것을 경험했다. 격려의 한 마디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따뜻한 배려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일 만큼 나는 지쳐 있었다.

그런 나에게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의 김혜남 작가와의 만남은 크나큰 위로였다. 그녀의 책은 언제나 나에게 말 그대로 '위로'다. 누군가를 진실하게 좋아하면서 겪어야 했던 외로움의 근원을 그녀의 글에서 찾았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 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사실 수십 년 간의 내 삶을 지배해왔다는 사실에 직면하며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더 이상 나의 어두운 그림자와 대면했을 때 아프지 않다. 만약 그녀가 냉철하고 신랄하게 나의 아픈 부분들을 끄집어 내기만 했다면 나는 결코 그녀를 이렇게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서른을 맞이하며 내가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모든 것이 불안했을 때도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나에게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힘과 용기를 주었다. 위로와 용기, 나에게 김혜남의 책은 바로 그런 의미다.

-가정과 생활/건강과취미 담당 김규영(//blog.yes24.com/kimgyuyoung)


일상의 모든 것은 철학,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사랑, 사랑, 사랑. 이렇게 대놓고 사랑이 궁금한 작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왜냐하면 저 질문들은 나도 늘 궁금했던 것이니까. 그래서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한 것이 사랑 3부작을 넘어서 에세이, 철학서, 여행기 등으로 까지 슬슬 뻗치더니, 어느새 출간된 책은 다 읽고 다른 책이 안 나오나 궁금해하고 있다. 그의 책은 ‘쉽게 읽혀서’ 좋다. 일상의 소재를 통과한 그의 생각을 담은 문장은, 철학이 어려운 학문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했다. 그러니까 꼭 ‘철학자’라고 이름 달고 있는 사람만 해야 하는 일도 아닌 거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그렇게 좀 더 생각하면 세상이 훨씬 재미있고 생생하게 읽힌다.

‘첫째 딸 콤플렉스’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나에게 막연한 다독임 보다는 확실한 원인을 제공해준 책! 사람이면 누구나 한 개쯤은 가지고 있을 콤플렉스로 인해 생기는 불안에 대해 그 원인과 해법을 준다. 사실 나는 ‘해법’편보다 ‘원인’쪽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막연하게 불안한 이유, 그 ‘왜?’에 대해서 이렇게 말로 풀어 쓴 책 중 가장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알쏭달쏭한 철학, 심리학 용어가 많지 않지만 분명 생각할 만한 포인트를 적절하게 제공하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의 시작을 찾을 수 있다. 원인 모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컨텐츠팀 박숙경(//blog.yes24.com/kissguy)


대중적이라고 무시당해야 하나? :: 만화가/장르문학가

이 시대의 휴머니스트, 강풀

 

강풀은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전천후의 작품을 내는 작가이다. 벌써 4번째를 맞이한 순정만화 시리즈는 우리가 다 익히 많이 본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의 사랑이 아닌, 모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가 굳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소외된 사랑, 또는 이렇게 존재할 수 도 있는 사랑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랑 이야기가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강풀의 작품을 보노라면 세상 어디엔가 이런 사랑이 있겠지 하며 참 살아갈만한 세상이라고 따뜻한 웃음 짓게 된다. 또 다른 그의 세계는 한번 잡으면 손 뗄 수 없게 만드는 긴박한 작품들 『타이밍』, 『26년』 같은 공포, 스릴러작품들이다. 내러티브가 워낙 탄탄하면서도 일상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그 공포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따스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가지고 쥐락펴락하기에 이 작가, 강풀의 신작을 늘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강풀의 작품을 읽으면 늘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곧 따뜻해져 온다. 세상의 종말과 좀비 라는 다른 소재를 사용한 이 책 역시 그런 나의 강풀 작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형과 단둘이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엄마 아빠, 틱틱대지만 마음으로는 사랑하는 연인을 가진 여자가 있다. 이 둘의 잔잔한 일상에 종말이 찾아오고 자신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좀비로 변해간다. 아무리 변하고 못난 짓을 해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가족이며 사랑이 아니던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 남녀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인간임을 확인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 역시 한 명의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아무리 변해도 그들에게 남는 마지막 순간, 그들의 모든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주인공들도 용기를 내어 자신들 최고의 기억 속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강풀은 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나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음을 떠올리며 힘내라는 응원을 이 작품을 통해 전해준다.

-만화/잡지 담당 김수연 (//blog.yes24.com/2uriel)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 권교정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이 맘에 들면 계속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만화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한데, 그 중에서도 권교정이라는 작가에 대해선 이성이 작동하질 않는다. 그냥, 무조건! 나왔다 하면 장바구니에 담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사랑하는 데 이유를 붙이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래도 내가 권교정의 작품을 이토록 사랑하게 된 계기를 회상해보자. 어느 날 동생이 대여점에서 낯선 작가의 『붕우(朋友)』라는 단편집을 빌려왔다. 대단히 우울해뵈는 표정으로 무장을 갖춘 남자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였는데, 느슨한 마음으로 벽에 기대어 책을 보던 나는 가장 처음에 실린 표제작 「붕우」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단 하나의 단편을 보고 이토록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된 건 정말이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선 결심했다. “이 작가 책 사야지…”

이 작가의 만화는 이렇게 내 마음을 깊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시작한 잡지마다 폐간 혹은 휴간되는 바람에 완결?닅 만화도 변변히 몇 편 없고, 자신의 이름도 잘 알리지 못했다는 것은 그 후에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베스트 작가…ㅋㅋ) 대여점과 온라인을 뒤져 완성한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나만의 자랑! 그녀의 만화는 모두 추천할 만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한 편을 고르라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바이블 혹은 어록처럼 생각하고 있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야말로 강력 추천작. 이 작품에 나오는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호감. 압도적인 안타까움"이라는 대사가 이 작가의 만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내 감정을 잘 표현한 듯 싶다.

-도서2팀장 조선영 (//blog.yes24.com/ssct)


판타지에도 철학이 있다, 이영도

 

 

이 작가를 도대체 왜 좋아하게 된 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나는 것은 쉬는 시간에 읽다가 뒷 내용이 궁금해 수업시간 까지 읽어버린 『드래곤 라자』 추억. 그리고 ‘말이 말을 이해하다니, 나는 말의 말을 모르는데’ 같은 언어유희 대사에 낄낄거리다가 사례에 들려버린 기억이다. 중학생이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 책이 그토록 재미있었던 것일까…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작가에 대한 애정공세는 결국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전체 작품을 사는 것은 기본이오. 단편집은 물론 단편이 수록된 잡지도 모아 들이고, 팬들이 낸 책까지 사들였으니, 이 정도면 조금 위험한 팬일지 모른다. 결국 책장 한 켠을 이영도 존으로 명명해 책을 채워놓고 있는 중이다. (다행이 아닌 불행으로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아 더 이상 증식은 안 하고 있다) 이 작가 덕분에, 인생을 줏대 있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고 말 많고 탈 많은 사춘기를 조금은 무난히 넘길 수 있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도 해볼 수 있었다. 사고관의 80%가 이영도 작가로 인해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작가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드래곤 라자』다. 첫 작품이니만큼, 뒤에 나온 책에 비해서 조금은 설정상 빈틈이 있다는 평도 있지만, 수업시간에 숨죽이고 읽은 추억이 존재하기에 내게 있어서 최고의 작품은 바로 이 책이다. 드래곤과 인간을 이어주는 라자라는 존재. 본인이 상당한 역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구로써 평가되는 이들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을 대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내 현재 상황에 따라 떠오르는 것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주변의 모든 것이 불안한 사춘기 때에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접하게 된 20대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타인을 파괴하는 정당성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또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컨텐츠팀 박희라(//blog.yes24.com/cad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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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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