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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당신은 내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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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나긴 군중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갈구하던 두 영혼이 마침내 서로를 발견하면... 마치 두 영혼처럼 불같고 순수한 결합이 땅에서 시작되어 천국으로 영원히 지속됩니다.


아델 푸쉐(Adele Foucher)에게

1821년 파리

내 사랑,
아무리 기나긴 군중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갈구하던 두 영혼이 마침내 서로를 발견하면… 마치 두 영혼처럼 불같고 순수한 결합이 땅에서 시작되어 천국으로 영원히 지속됩니다.

이 결합은 사랑, 진실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 입니다. 삶이 헌신과 열정에서 나오는 사람의 사랑, 가장 위대한 희생이 가장 달콤한 기쁨인 사람을 향한 사랑이지요.

이것은 당신이 내게 불어넣은 사랑입니다. 당신의 영혼은 사랑하게 만들어 졌고 그것은 천사들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차 있어요. 그러나 어쩌면 당신은 다른 천사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우에 나는 걱정에 떨어야만 하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의 영원한,
빅토르 위고.


1822년 3월 15일 금요일 저녁

어제와 그제, 즐거운 두 밤을 보내고 나서, 나는 오늘 저녁은 확실히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이곳에 앉아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겁니다. 게다가 나의 에델,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델,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이이야기 하지 않았던가요? 오 맙소사, 이틀 내내 스스로에게 매 순간 마다 이런 행복이 꿈이 아닌지 묻곤 했습니다. 내가 느낀 것이 이 땅의 것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이런 맑게 갠 천국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아직 모르겠죠 아델, 내가 체념하고 하기로 했던 것을 말입니다. 아, 내 자신은 알고 있을까요? 왜냐 하면 나는 나약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내가 모든 미친 절망의 바보짓들에 대해 스스로 준비해 왔기 때문입니다. 난 용감하면서도 잘 체념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나를 겸허히 당신의 발 앞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주 위엄 있고, 아주 다정하며 강한 당신에게 말입니다. 내 헌신의 최고 한계가 내 삶 자체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관대한 내 사랑 당신은, 나를 위해 당신의 휴식의 순간을 희생할 준비가 되었군요.

당신은 자연의 모든 선물을 받은 특권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용기와 눈물을 둘 다 가지고 있지요. 오 에델, 이런 말이 눈먼 광신이라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향한 열정은 내 삶을 통틀어 계속 지속되어 왔고 날마다 커지고 있어요. 내 모든 영혼은 당신 것입니다. 만약 내 모든 존재가 당신 것이 아니었다면 내 존재의 조화로움은 잃어버렸을 것이고, 나는 죽어야만 했겠지요. 불가피하게 죽었을 겁니다.

아델, 이건 내게 희망을 주거나 절망을 줄 편지가 도착할 때의 명상이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어떤 것이 내 기쁨이었는지 알고 있겠지요. 내가 아는 것을 당신이 느꼈을 수도 있으니 설명하지 않을게요.

나의 아델, 왜 기쁨(joy) 말고는 이러한 감정을 대신할 다른 말이 없을까요? 그건 인간의 언어에 그런 행복을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애처로운 체념으로부터 무한한 천상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갑작스럽게 널뛰는 감정이 나를 화나게 합니다. 심지어 지금도 나는 이성을 잃고 있어요. 이 신성한 꿈에서 갑자기 깨어날까 두려워 몸서리칩니다.

오, 이제 당신은 내 것입니다! 이제야 당신은 내 것입니다! 곧 한 달 뒤에, 어쩌면, 내 천사는 내 팔에 안겨 잠들고, 깨어내고, 살겠지요. 모든 순간. 모든 당신의 생각, 모든 당신의 모습이 나를 위해 존재할 겁니다. 내 모든 생각, 모든 내 순간, 모든 내 모습도 당신을 위해 존재할 겁니다. 아델!

잘있어요 내 천사, 내 사랑스러운 아델! 잘 있어요! 나는 당신의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고 잠이 들 겁니다. 아직도 나는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당신을 꿈꿀 수 있어요. 곧 아마도 당신은 내 곁에 있게 될 겁니다. 잘 있어요.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위해서 당신을 포옹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잠시 흥분했던 것을 용서해 주시오.


빅토르 마리 위고 (1802-1885)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이다. 노동자 계층의 곤궁한 현실에 관심을 끌었던 '노틀담의 곱추'와 '레 미제라블' 등의 명작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낭만적인 프랑스 문학의 가장 유명한 작가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위고는 어린 시절 이웃집 소녀였던 아델 푸쉐와 사랑에 빠졌다. 격렬한 사랑에 빠져 10대 후반에 비밀 약혼을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보다 명문 집안의 며느리를 원했다. 둘은 3년 가량을 비밀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마침내 1822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그들은 결혼했다. 아델은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으며, 각자 몇 번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1868년 그녀가 죽을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였다.


서진의 번역후기

세상에서 가장 짧고 유명한 편지를 보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빅토르 위고 였을 겁니다. 레미제라블의 성공을 기다리던 작가는 “?” 하나만 적은 편지를 출판사에 보냈고 답장은 “!” 느낌표 하나였지요. 그런 편지 였다면 번역하기 쉬웠겠지만 역시, 연애편지는 다르더군요. 사랑하는 연인을 신성화하고 사랑을 종교처럼 여기는 것은 작가들의 연애편지에서 공통된 것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편지는 ‘광신’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 처럼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과연 예술가들에게 사랑은 꼭 필요한 영감(inspiration)일까요? 아델과 결혼한 이후로도 빅토르 위고는 여배우 쥘리에트 드루를 필두로 많은 연인을 사귀었습니다. 그의 작품의 드러나는 민중에 대한 애정은 아마도 그가 만나던 매춘부들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프랑스 정치 변혁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그는 작가 뿐만이 아니라 정치가로서도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빅토르 위고가 있을 정도로, 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이, 그대로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나타나는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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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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