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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재즈의 후발주자, ‘음악 혼’을 담아내다 - 빛과 소금 < 빛과 소금 1집 > (1990)

과 소금은 미련한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결과를 어딘가 모를 응원군에게 맡긴 채 초지일관 음악만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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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재즈의 후발주자, ‘음악 혼’을 담아내다 - 빛과 소금 < 빛과 소금 1집 > (1990) ‘나가수(나는 가수다)’의 인기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으로,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순위 발표를 하는 ‘장기호’도 요즘 음악 팬들에게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故 김현식의 백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처음 연주생활을 시작한 후, 박성식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거쳐 다시 기타리스트 한경훈과 의기투합한 빛과 소금까지. ‘장기호’는 바로 이승철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샴푸의 요정’의 원작자이기도 하죠. 명반으로 기억되는 이 앨범에는 이 ‘샴푸의 요정’뿐만 아니라 ‘그대 떠난 뒤’, ‘내겐 노래 있어’와 같은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빛과 소금 < 빛과 소금 1집 > (1990)

불광불급(不狂不及)!

빛과 소금은 미련한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결과를 어딘가 모를 응원군에게 맡긴 채 초지일관 음악만 팠다. 김현식의 백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함께 연주했던 유재하가 솔로 데뷔작(1987년) 발표에 이어 사후(死後) 영웅 대접을 받고, 김종진과 전태관도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이름으로 1집(1988)을 내 퓨전음악의 선구자로 떠오를 때, 그들은 더 기다려야 했다.

이후 '사랑과 평화'의 멤버로 들어갔던 장기호와 박성식은 한경훈을 맞아 '빛과 소금'을 결성하고, 상기한 동료 뮤지션들보다 더 몇 년이 흐른 1990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에 포기했을 법도 하지만, 음악적 성과물이 절실했던 그들은 끈을 놓지 않았다.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라는 문구는 그래서 이런 경우에 적당할 것 같다.

하지만 김종진과 전태관의 봄여름가을겨울은 퓨전재즈 대중화의 선두에 서서 대중적 영광을 누렸던 반면, 빛과 소금은 후발주자의 멍에를 지우지 못했다. 기타 중심의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달리, 빛과 소금은 박성식의 키보드를 내세워 스타일의 차별화를 기했지만 그들만큼 '큰' 밴드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모두 5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동료들이 받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누리지 못했다.


데뷔 시절엔 누구나 그렇겠지만, 빛과 소금의 1집 라이너노트에 쓰인 글은 서럽다. “방배동의 어느 초라한 지하 월세방에서 우리 셋은 이 앨범을 계획했고 모든 작업을 했습니다. 녹음을 끝낸 우리들은 그 지하실의 냄새나던 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먼 훗날 이 앨범을 듣게 되면 분명히 그 지하실의 어수선 했던 작은방 하나가 기억날 겁니다. 이 앨범을 그 작은방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앨범에 들인 정성과 그로 얻은 음악적 성과에 비해 돌아온 영예는 작았지만, 이 글은 가난과 어려운 과거에 대한 긍정이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팀명처럼 실제로떵 기독교인이었던 그들은 CCM 색채가 짙은 「내겐 노래있어」를 통해 그런 노래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시킨다. '난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이 세상 끝까지 노래하리 / 나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모든 사람 사랑하겠네 / 노래하자 사랑의 노래를...'

당시에도 하덕규, 조하문과 같은 CCM 진영의 가수들과 공연을 하곤 했던 그들은 성가곡인 「Beautiful」을 수록해 자신들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두드러지게 부각시킨다. 3집의 「주기도문」, 5집의 「감사드려요」 등에서도 그들의 최종 가치라고 할 선교(宣敎)를 이어간다. (현재도 장기호는 <장기호의 CCM 캠프>라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봄여름가을겨울, 「춘천 가는 기차」의 김현철, 버클리 4인방 정원영 한상원 한충완 김광민 등과 더불어 한국 퓨전재즈 초창기 밴드였던 그들은 '질'에 대한 자존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웰 메이드' 뮤직을 추구했던 것이다. 라디오 전파를 곧잘 탔던 「샴푸의 요정」과 「그대 떠난 뒤」는 질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주선율이 인상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전개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사랑과 평화 4집에 먼저 실렸었던 「샴푸의 요정」은 빛과 소금의 데뷔작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어 지금까지 애청되고 있으며, 김진표가 최근 샘플링을 하기도 했다.

완성도를 뒷받침한 것은 연주력이었다. 가수라기보다 연주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겠지만, 연주곡인 「아침」, 「그녀를 위해」, 「빛 1990」 등에서 그들의 연주는 발군이었다. 특히 「그녀를 위해」와 「빛 1990」은 한국 퓨전재즈의 질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빛과 소금이 결성되고 데뷔작이 나오기까지 그들은 오랜 변방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결국 이 앨범이 1990년대의 명반 대열에 편입되면서 작게나마 보상을 받았다. 경량(輕量)한 태도도 용서가 되고, 자극으로 얻어낸 인기에 눈길이 쏠리는 부박한 가치관의 시대에 그들의 묵묵한 외길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세련된 음악을 향해 치열하게 피와 땀을 쏟아낸, 이것은 음악 혼의 침전물이다.

글 / 엄재덕 (ledbest@hanmail.net )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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