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니퍼 로페즈’. 그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남미 특유의 흥과 열정대신 전작 <Brave>에서는 발라드에 중점을 두었었죠. 하지만 그의 7번째 앨범 <Love?>는 다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운드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음악은 가요에도 있습니다. ‘아침’은 멤버들의 교체와 더불어 여전히 돌출적인 사운드로 팬들을 즐겁게 하네요. 마지막으로 뮤지끄의 신작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Love?> (2011)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라틴 팝의 열기를 주도하고 출연한 영화마다 박스오피스를 리드하며 히트 퍼레이드를 펼친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음반 판매와 차트 성적 그리고 영화 흥행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탱탱한 엉덩이를 앞세운 섹시 여가수에게 40대(1969년 생)의 생물학적 나이와 맞물려 노쇠화 되는 몸매에 대한 걱정은 음악보다 우선순위였다. 가수활동보다 더 신경을 쓴 영화의 흥행참패 역시 예전 같지 않은 외모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2007에 발표한
<Brave>의 상업적 실패는 그 불안한 제니퍼 로페즈의 불편한 뇌관을 건드렸다. 동료 가수 마크 안소니(Marc Anthony)와의 결합으로 이전의 열정적인 댄스곡보다 업템포와 발라드의 비중을 늘린
<Brave>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이탈을 가져왔다.
<Brave>는 남미 특유의 흥 대신 여유와 낭만을 담았지만 팬 층은 얇아졌고 인기는 증발했다.
제니퍼 로페즈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Love?>는 바로 이 딜레마에서 시작한다. 나이를 인정하고 성인 취향의 팝으로 음악을 택할 것인가, 대중의 선택을 위해 1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제니퍼 로페즈는 육체적인 노동과 노력이 필요한 후자를 택했다. 히스패닉 혈통의 래퍼 핏불(Pitbull)이 피처링한 첫 싱글 「On the floor」를 음반의 오프너로 택한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남미 음악을 추구한 카오마(Kaoma)의 1989년도 노래 「Lambada」를 샘플링한 「On the floor」는 2002년에 「Jenny from the block」 이후 9년에 싱글 차트 탑 텐을 기록하며 제이-로(J-Lo)의 전성기를 부활시킨 효자 트랙.
1980년대 R&B 펑크(funk) 댄스 풍의 「Good hit」과 타이오 크루즈(Taio Cruz)도 작곡에 참여한 「I'm into you」, 레이디 가가(Lady Ga Ga)가 프로듀서로 조력을 보탠 「Invading my mind」,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을 따른 「Hypnotico」, 공간을 내주지 않는 비트로 흥겨움을 지속하는 「Starting over」, 케빈 라이틀(Kevin Lyttle)의 2004년도 히트 싱글 「Turn me on」을 떠올리는 관능적인 「(What is) Love?」까지 「Until it beats no more」, 「Run the world」, 「One love」 3곡을 제외한 음반의 모든 노래는 클럽의 플로어를 지향한다.
전작
<Brave>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제니퍼 로페즈의 안쓰러운 노력이지만 앨범 전체에서 가장 뚜렷한 멜로디 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Until it beats no more」는
<Brave>의 감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제니퍼 로페즈의 음악적 욕심이 반영된 곡이다.
2010년, 소니와의 계약 기간을 채우고 데프 잼 레이블과 서명하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 제이 로는 코미디언 겸 사회자인 엘렌 디제너러스(Ellen DeGeneres)의 후임으로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Love?>의 프로모션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강화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비례한 제이 로의 파워풀한 보컬은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음반들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화려한 소스를 담아내며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아침(Achime) <Hyperactivity> (2011)
예상하지 못한 전자비트의 따귀를 맞고서 조금은 당혹스럽다. 기발한 환상문학일 거라고 펼쳤는데 쓸쓸한 연애소설(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저것 종합 단편선)을 읽는 기분이랄까. 잠시 충격을 떨궈내고 다시 이름을 확인해본다. 분명 ‘아침(Achime)’이고 보컬의 목소리도 틀림이 없다. 초조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니 멤버 교체의 소식이 먼저 들어온다. 밴드의 주축인 보컬 권선욱과 드럼 김수열을 제외하고 멤버가 거의 다시 꾸려졌다. 어떻게 변하였든 아침의 풍경이 1년 전과 같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앨범은 뒤죽박죽 사방(四方)에서 튀어 나온 4곡을 애써 묶어놓았다. 비약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켜 자신의 경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의욕이 보인다. 돌이켜보면 출발점부터 얼터너티브, 게러지, 신스팝, 펑크 등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 팀이었다. 스스로도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있는데, 정확히 중간은 아니고 중간에서 약간 비껴 있는 회색, 그 정도를 아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라는 굳은 선포를 내놓은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작정한 듯이 제목부터 과잉행동(Hyperactivity)이다.
첫 트랙부터 격렬하게 자기 변형을 끝낸 후, 찰랑찰랑 리듬기타를 타고 첫사랑의 자전거가 들어온다.
‘오랜만에 마주친 그녀가 다짜고짜 내 자전거를 빌려달라네 (-「첫사랑의 자전거 중에서」)’의 가사처럼 다짜고짜 앨범의 흐름이 바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한 마디도 못하는 주인공은 「Hyperactivity」까지 스산한 방백을 이어간다. 적적한 곡의 분위기 상 독특하게 꺾여 흥을 돋우던 가성은 무척이나 침체되어 있다.
호기를 보여줬던 전작보다 말수도 줄었다. 권선욱의 단편소설을 음표로 옮긴 「02시 무지개」에서 불씨를 안고 있을 뿐, 믿음을 불태우고 달님이 손톱을 깎던 문학적 메타포(metaphor)들이 사그라들었다. 「Dissolve」에 이르면 텍스트는 아예 인스트루멘틀 속으로 용해된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필연적으로 ‘방황’을 내제한다. 그것이 팀의 정체성이든 전개 방향이든 아니면 막연한 충동이든. 갈팡질팡하는 ‘방황’은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너무 길지만 않다면 이런 돌출행동도 마냥 타박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2011/05 김반야(10_ban@naver.com)
뮤지끄(Musiq) <Musiqinthemagiq> (2011)
같은 노선에 있던 예술가들도 마?가지다. 라파엘 사딕(Raphael Saddiq)은 예전 음악으로의 먼 여행을, 존 레전드(John Legend)는 어쿠스틱한 소리의 질감에 대한 연구를 택했다. 10년 이상 네오 소울을 짊어지고 있는 그 역시 고심했을 것이다. 결국, 음악이 가진 신비로움을 탐하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위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지는 않는다. 1970년대 소울 음악을 계승했던
<Aijuswanaseing>,
<Juslisen>,
<Soulstar>,
<LuvanMusiq>. 힙합적 요소를 가미했던
<Onmyradio>의 아날로그적 비법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요술을 수용한다.
일기장에 빼곡히 써놓은 글처럼 현실적인 내용들.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나열한다. 「Just friends」, 「love」 등에서도 이미 본적이 있다. 「Single」은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가 바탕이 된다. 「Befriends」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변화는 몸에서 일어난다. 울림의 진원지가 바뀐 노래들이 있다. 흉성을 사용해 대부분의 곡들은 불러왔지만 「Sayido」와 「Waitingstill」에서는 팔세토(falsetto) 창법이 메인이다.
선의의 경쟁자인 존 레전드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팝 선율의 모습을 띠고 있는 「Silver & gold」, 스위즈 비츠(Swizz Beatz) 피처링의 업템포 넘버 「Anything」, 총 12 곡 중 가장 미래적인 비트와 멜로디의 구색을 갖춘 「Likethesun」 등도 수록 되어 있다.
현대판 필라델피아 소울의 선두주자는 두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개체들을 동원해 ‘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음악’ 속에서 ‘이동’을 한다. 순간 우쭐대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웃기도 하며, 울기도 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그래서 ‘마법’ 같은.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제공: IZM
(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