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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페이건(Donald Fagen) <The Nightfly> (1982)

재즈 록(Jazz Rock) 퓨전사운드를 기조로 정통재즈, 블루스, 컨트리, 팝, 월드뮤직을 합쳐 놓은 듯한 독창적인 사운드를 그려낸 그룹 ‘스틸리 댄’. 바로 기타를 치던 ‘월터 베커’, 그리고 팀의 중심 ‘도널드 페이건’의 만남으로 시작된 그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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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록(Jazz Rock) 퓨전사운드를 기조로 정통재즈, 블루스, 컨트리, 팝, 월드뮤직을 합쳐 놓은 듯한 독창적인 사운드를 그려낸 그룹 ‘스틸리 댄’. 바로 기타를 치던 ‘월터 베커’, 그리고 팀의 중심 ‘도널드 페이건’의 만남으로 시작된 그룹이죠. 팀의 실질적 리더 ‘도날드 페이건’의 이 솔로앨범은 래리 칼튼(기타), 제프 포카로(드럼), 랜디 브레커(트럼펫) 등의 뛰어난 연주자들, 그리고 도널드 페이건의 유연한 편곡, 여전히 독특한 난해성이 잘 조합된 명반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페이건의 <The Nightfly>입니다.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en) <The Nightfly> (1982)

<Katy Lied>(1975) 이후 월터 베커(Walter Becker)와의 듀엣 체제로 팀을 존속해왔지만 솔로로 독립한 뒤 스틸리 댄(Steely Dan)의 정통성은 실질적 리더였던 도날드 페이건 쪽에서 유지되었다. 본작 <The Nightfly>(1982)는 그렇듯 음악적 계승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도날드 페이건이라는 재즈 록 페르소나가 발표한 모든 작품들 중 단연 돋을새김적 지위를 뽐낸다는 중요성도 인정받는다. 자연스레 혹자에 따라서는 스틸리 댄의 명반들, 예를 들면 <Pretzel Logic>(1974)이나 <Aja>(1977)보다 더 우수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첫 솔로 처녀작이기에 엄연히 그 음악적인 유사성은 중기작인 <Pretzel Logic>보다는 후기작인 <Aja>, 더 나아가 <Gaucho>(1980)와 근친 관계에 놓여있다. <Gaucho>의 수록곡들인 「Babylon sister」나 「Hey nineteen」이 증명해주듯, 록의 에너지는 다소 거세하되 그의 장기인 스튜디오 내에서의 세련된 가공 미학에 중점을 둬 그야말로 비단결같이 고운 사운드를 다듬어낸 것이다. 첫 곡으로 ‘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의 준말인「I.G.Y」의 풍성한 키보드 연출과 소리의 배경을 튼실하게 받쳐주는 각종 혼 연주만 들어봐도 도날드 페이건이 얼마나 스튜디오에서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지를 잘 느낄 수 있다.

또한 <Gaucho>가 힘을 너무 뺀 듯한 인상을 풍겼던 것과는 달리 도날드 페이건은 파워 게이지를 약간 올려 이를 보충하는 영민함도 발휘했다. 그러나 그 세기의 간극은 극도로 미미한 것이어서 스틸리 댄의 그룹 역사 전체를 꿰고 있지 않는 한, 파악하기가 그리 용이한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어렵다는 평을 들었던 도날드 페이건의 음악 세계는 이렇듯 솔로에까지 와서도 독특한 난해성을 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성역을 쌓아나갔다.

이 외에 백색 펑크(funk)를 멋지게 시범하는 곡이자 도날드 페이건 특유의 현대 생활에 대한 냉소 백서라 할 「Green flower street」, 대중적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흡착력으로 듣는 이들을 매료하는 「Ruby baby」와 「New Frontier」, 피아노가 리드하는 재즈 팝 타이틀 「The Nightfly」 등을 통해 왜 음반이 재즈 록 퓨전에 있어서 돋을새김적 명반으로 거론되는지 그 이유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양각과 음각으로 나눠지는 돋을새김의 형태 중에 본작은 후자에 더 가까운 케이스라는 예외성을 지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앨범만의 독자성은 구현되었다. 양각의 치솟는 기세보다는 음각의 쉽게 드러나지 않는 풍요로움에 포커스를 맞춘 도날드 페이건은 음악적 시정(視程)의 온전한 고박(固縛)을 위해 다시 한번 초일급 세션들을 동원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짜냈고, 곧바로 주위의 음악 동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래리 칼튼(기타), 제프 포카로(드럼), 랜디 브레커(트럼펫), 마이클 브레커(테너 색소폰), 스티브 조단(드럼) 등, 이름만 들어도 휘황찬란한 크레디트가 이를 잘 대변해주는 증거 인물들. 그러나 이 대가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도날드 페이건의 철저하게 계산된 편곡에 맞춰 자신들의 스타일을 변용, 곡 중간 중간에 활기를 부여하는 들숨과 날숨의 역할을 완벽하게도 수행해냈다.

그러한 들숨과 날숨의 유연한 이어짐을 통해 형성되는 도날드 페이건의 재즈 록 유동체는 조금의 경색됨도 없이 팬들을 불러 모아 명반이라는 특전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록의 황금기인 1970년대에 잔존해있었을 무수한 재능의 시체들 가운데 도날드 페이건이 서바이벌 게임의 승자가 되어 1980년대까지 고공비행할 수 있었던 비법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후로 앨범을 능가하는 재즈 록 관련 레코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희소적 가치만 따져보더라도 <The Nightfly>는 마스터피스의 훈장을 따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을 자랑한다.

도날드 페이건이 쓴 모든 곡들 중 최고라 할 재즈 발라드 「Maxine」의 기묘한 코드 진행에 그 모든 비의가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 그것을 알아내는 것 역시도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이렇듯 대중과 난해의 사이에서 도날드 페이건은 예의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자신만의 음악적 창경을 그려왔고 이는 근작 <Morph the Cat>(2006)에까지 이어지며 팝 마니아들의 찬탄을 이끌어내고 있다.

글 / 배순탁(greattak@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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