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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저/전미영 역 | 부키 |
긍정주의는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 태동하여 신복음주의 교회 및 기업계와 결합하면서 발전했다. 구조 조정이 일상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려 기업이 선호하는 강력한 신념 체계로 자리를 잡은 긍정주의는 영어권에 이어 중국, 한국, 인도와 같은 성장 국가들로 확산되었다. 긍정은 위기의 징후에 눈감게 만들어 금융 위기를 비롯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실패의 책임을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림으로써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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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이라는 단어는 본래 좋은 뜻이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런 사회적 관계들은 수많은 질병의 위험인자인 우울증의 방어막이 된다. 또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는 마음, 자신감 등 긍정적인 감정은 수명을 늘려주고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각 나라 사람들의 상대적 행복도를 측정한 결과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23위에 머물렀다. 이 책은 미국에서 긍정적 사고가 거의 강박관념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 세계로 확산된 ‘긍정교’는 불편한 사회 현실들을 외면하고 긍정을 강권하며 실패의 책임을 각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렸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중독성 강한 메시지는 자본주의와 동행하고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려 기업이 선호하는 신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어권에 이어 중국, 한국과 같은 성장 국가들로 퍼져 나갔다.
책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으로 시작한다. ‘암은 축복’이라는 식의 극도의 긍정적인 태도와 유방암 캠페인을 목격하면서 사회 속에 파고든 긍정 산업의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때부터
『시크릿』,
『긍정의 힘』 등 세계적인 자기계발서 속의 긍정 메시지와, 동기 유발 강사들과 기업 간의 커넥션 산업, 초대형 교회의 설교,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까지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개인의 책임을 점점 더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면 백수 청년들이나 구조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 보장의 미비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자책하고 동기 유발에 더욱 매진한다거나, 교회의 신복음주의가 전하는 설교는 ‘하느님은 사람들이 번창하길 바라신다’는 ‘긍정신학’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또한 긍정주의는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문화를 조장하고, 긍정을 맹신하면서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경제 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진단한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에서 약 3천만 명의 노동자가 실업하는 사이에 동기유발 산업은 급격히 번창했다.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미국에서 천만 부가 넘게 팔렸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대량 구입해 직원에게 나눠준 것이라고 한다. 1994년 통신회사 AT & T는 2년 동안 1만5천 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당일, 직원들을 동기 유발 행사에 보냈다. 리먼브라더스의 자산 책임자였던 마이크 겔밴드는 2006년 말 부동산 거품을 감지하고 CEO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가 해고되었고 그로부터 2년 뒤 리먼은 파산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책은 무조건적인 긍정주의의 폐해에 맞서기 위한 대안으로 ‘주의 깊은 현실주의’를 내세운다. 행복과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는 대책없는 긍정적 사고의 환상에서 깨어나,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현실의 위험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은 한국 사회의 긍정 이데올로기를 또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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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에런라이크
194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나 록펠러 대학에서 세포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 빈민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 전업 작가로 나선 그는 미국 저임 노동자들의 암울한 상황을 직접 체험해 고발한 『Nickel and Dimed』로 명성을 얻었다. 1998년 미국휴머니스트협회에 의해 '올해의 휴머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썼고 현재 『뉴욕 타임스』 『타임』 『하퍼스』 『네이션』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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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조 (인문, 역사와문화, 사회 담당)
인문, 역사와문화, 사회 담당. 한 해 한 해 흘러갈수록 깜짝 놀랄 일도 많지 않고, 매우 기쁘거나 엄청 슬픈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책’이 안겨주는 무한한 감동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 중이다. 그림이 예쁜 그림책을 편식하는 편이고, 요즘은 아날로그적인 어떤 것들에 부쩍 열광하며 지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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