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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 왜 빨리 소모되나 했더니…

인터넷은 주는 만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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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는 도구인가 흉기인가? 못을 박기 위해 사용하면 도구가 되지만, 대상에게 휘두르거나 손잡이를 놓쳐서 날아가면 흉기가 된다.


망치는 도구인가 흉기인가? 못을 박기 위해 사용하면 도구가 되지만, 대상에게 휘두르거나 손잡이를 놓쳐서 날아가면 흉기가 된다. 내 손에서 날아간 망치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망치도 모를 수 있다. 많은 정보통신 기기가 만들어놓은 잔해들이 이렇게 도구와 흉기의 갈림길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백미러에 빨간 불이 보였다.
“기사님 이 불빛이 뭔가요?!”

뭔가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간단히 대답했다.
“카메라로 다 찍고 있는 겁니다.”

요즘 택시를 타면 택시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택시 밖 도로에 대한 운전 기록이 카메라로 기록된다. 카메라 기술과 메모리 기술이 흔해진 이유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이제는 가타부타 도로상에서 다툴 이유가 없다. 택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치 정보와 영상 기록은 시간에 따라 무선으로 택시회사로 보내진다. 택시 뒷좌석에서 있던 정보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랑 어디서 와서 어디까지 갔는지 모두 기록된다. <화양연화> 영화 같은 택시 속에서의 비밀은 이젠 없다.

모든 기록들은 내가 모르는 곳에 보관되고 있다. 핵심은 이러한 기록이 정의롭게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불리한 입장을 대변하는 도구로 쓰여야 하는데 불리한 입장을 감추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인 GPS도 마찬가지다. 대학원 때 GPS수신기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는 GPS 수신 장치는 매우 고가의 안테나 수신 장치였고, 군사용이었다. 당시는 노트북 컴퓨터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GPS 수신기가 거의 모든 차량에 부착되어 길을 쉽게 찾아다니는 현재를 생각하면 만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위치에 따라 측정하기 위해 용달차에 컴퓨터를 싣고 돌아다니며 실험하기도 했었다.

GPS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머리 위로 2만 미터 상공에 24개의 GPS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이 위성은 정확한 궤도를 돌고 있다. 지상에서는 이 위성 중 4개의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수학적으로 처리하여 쉽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정확도는 지구상 내가 어디 있는지 10미터 범위 오차까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이 지진으로 20센티미터 대서양으로 밀려난 것도 알 수 있었던 게 정확한 GPS 덕분이다.

남극 탐험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 역시 GPS 수신기가 지정하는 정확한 곳에 깃발을 꼽아야 한다. 날마다 얼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지도를 보고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히말라야 정상 정복을 인정받는 절차는 파노라마 샷으로 정상 아래의 풍경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의 날씨가 나쁠 경우 GPS로 고도를 인식시키고, 자신의 위치 좌표를 남기는 방법을 쓴다. 이 방법을 쓰지 않을 경우 인정하지 않는다. 정상을 정복했느냐 못 했냐의 판단에서도 GPS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컴퓨터는 아이피(IP) 주소를 갖는다. 이 아이피 하나만 있으면 컴퓨터를 사용한 위치 및 지역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터넷의 악플러 역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아이피 주소는 구글 지도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름 모를 한적한 피시방에서 사용했다고 해도 찾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해커들이 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의 아이피를 사용해 해킹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터넷상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줘야지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기록이 남는 것이다. 이런 흔적을 깨끗이 지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해커이지만 쉽지 않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은 안테나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근방에 있는 중계기로 보낸다. 그래야 그 중계기를 통해 전화를 받게 된다. 가끔 한적한 곳에 가면 쉽게 배터리리가 소모된다. 중계기를 찾아야 하고 그만큼 센 전파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계기가 있는 곳에서 전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 및 전파 세기 등의 정보가 기록될 수 있다. 중계기 입장에서는 그 근방에 얼마나 많은 핸드폰과 연결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통화가 많으면 중계기의 용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학교에서 홍대 앞 클럽에 갔다면 자연스럽게 경로가 기록되고 내가 클럽에 머문 기록도 남게 되다. 위치정보를 이용한다면 지도상에 나타난다. 이런 기록이 핸드폰 통화의 품질을 최고고 만들기 위한 정보라면 도구라 정의할 수 있지만, 악용될 경우에는 추적되고, 뒷조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에필로그
얼마 전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다시 찾게 되었다.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날 때는 집전화가 통신 수단의 전부였는데, 귀국할 즈음에는 사람들 손에 다들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그 동안 전화번호가 바뀐 사이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사실 내 연락처와 소식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다. 우연이지만 뜻하지 않은 선물이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는 홍대 앞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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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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