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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 자동차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 『자동차 바이러스』

자동차는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이 쉽게 차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차가 없으면 출근은 어떻게 하고, 여행은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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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바이러스
헤르만 크노플라허 저/박미화 역 | 지식의날개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것, 아름답던 마을이 사라진 것, 노동자가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것, 인간이 이처럼 소외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 책은 이 모든 근본 원인이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이동수단, 자동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인에게 자동차는 의족과 같은 존재이다. 사람들은 무겁고, 크고, 인간의 감각 기관이 따라잡을 수 없을 지경까지 높은 속도를 내는 이 기계를 통해서만 이동하려고 한다.

자동차는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이 쉽게 차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차가 없으면 출근은 어떻게 하고, 여행은 어떻게 할까? 두 다리로 걷는 시간보다 차를 타는 시간이 더 많은 현대인에게 차를 이용한 이동은 상식이다. ‘멀어서 못 간다’라는 말은 서울에서 ‘차가 막혀 늦었다’는 핑계만큼이나 어색하고 무의미하다.

예전에 영어 학원을 다닐 때 ‘왜 면허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동차는 환경오염의 원인이기 때문에 직접 운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질문한 차 없이는 불편할 텐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불편이야 하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고, 100% 전기로 움직이는 차가 나온다면 운전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전기차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환경오염 측면에서만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자동차 바이러스』를 읽으며 깨달았다. 자동차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치료 불가능한 바이러스처럼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공해와 같은 환경 파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해 알면서도 자동차 없이는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바이러스』는 환경 오염을 넘어 자동차가 어떻게 가족 중심의 생활 방식을 사라지게 하고,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파괴 하는지 보여준다.

자동차는 일터와 먼 곳에 사람이 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회사가 멀어진 만큼 차로 출퇴근 하는 시간도 길어 진다.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은 여유가 없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자동차가 우리에게 먼 곳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을 준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실제 늘어난 여유 시간은 없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웃과 의미 있는 관계를 갖는 게 가능할까?

자동차의 보급은 집? 직장의 분리뿐만 아니라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게 했다. 자동차 덕분에 싸고 편하게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는 지역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은 싸고 편하게 쇼핑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형마트를 이용하지만 먼 곳에 있는 마트까지 가서 주차하고, 넓은 매장을 돌아 다니면서 물건을 사는 게 과연 시간과 비용 대비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주차 시설이 잘 갖춰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다. 사람은 많이 모여 있지만 소비하기 위해 모인 그곳에서 인간다운 감정의 교류나 대화는 찾아 보기 어렵다. 자동차가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의 사회 활동 공간을 파괴하고 개개인을 점점 외로운 섬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1월부터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을 중독을 막기 위해 16세미만의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된다. 『자동차 바이러스』는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문제 역시 자동차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한참 밖에서 뛰어 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모두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인간에게 끼친 가장 무서운 영향은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동차가 사람 보다 우선인 생활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좁은 길에서는 차가 빨리 지나 갈 수 있도록 사람이 양보한다. 대형 건물에 사람이 앉아서 쉴 곳이 부족한 건 이해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하면 화를 낸다. 교통신호도 보행자 보다는 자동차 위주다. 심지어 차도는 있지만 인도가 없는 곳도 있다. 인도가 있어도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찻길로 걷는다.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람보다 차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자동차가 너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니 자동차가 사회적인 관계, 인간의 생활방식, 지역경제, 공공장소를 파괴한다고 생각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문제점들이 모두 자동차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화의 산물인 자동차가 어떻게 삶의 방식과 사고 방식, 생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자동차 바이러스』의 문제 제기는 차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자동차 바이러스』는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자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추진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실례로 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이견이 많은 사안이지만 자동차가 다니던 길을 시민들에게 돌려 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함께 주차장을 인간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제거하자고 한다. 주차장을 최소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나 매일 가는 상점까지 가는 길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두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주차공간을 없애고 자동차에게 빼앗겼던 공간을 인간에게 돌려 준다면 시민들은 공공장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이고, 공공장소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공기는 맑아질 것이고 밤에는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와 상가는 다시 주거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너무 꿈 같은 이야기지만 진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아닐까?

자동차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겠지만 자동차가 줄어드는 세상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더라도 약자인 보행자 위주, 사람 위주의 사고방식을 같고 천천히 여유 있게 운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데 운전하는 분들이 총보다 무서운 살인 무기를 만진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 배려의 마음부터 시작한다면 자동차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들도 점점 줄어 들 것이라 믿는다.



헤르만 크노플라허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교통계획과 교수. 수십 년간 자동차 문화 비평가로 활동하며 ‘기적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자동차에 대해 단호하고 도발적인 논쟁을 펼쳐오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인간의 어리석은 맹신과 그로 인한 사회적 타격을 알리는 다수의 저술로 유명하다. 2004년부터 비엔나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부다페스트 클럽과 유엔 글로벌 보행자 대표회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여준호 (수험서/자격증, 대학교재(전문서적) 담당)

YES24 수험서/자격증, 대학교재(전문서적) 담당. 고양시 주민. 2005년 생일에 도로주행 낙방의 충격으로 운전면허는 따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시원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2009년 12월 듀엣곡 「행복한 바보」(준수& 준호, 디지털싱글)를 발표. 친구 결혼 선물이었으나 친구 부부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합격과 성공까지 드릴 수 없지만 제게 남은 모든 행운을 드리겠습니다. 팍!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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