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바뀌었다. 엄지와 검지로 열심히 평평한 자판을 문지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엄지가 대세였지만 금세 손의 감촉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기술이 달라진 것인가? 아니다. 기계와 소통하는 물리적 방법이 달리진 것뿐이다.
인간은 기술적 발전을 통해 기계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해왔다. 자동차는 무거운 크러치를 두 발과 손으로 조절하는 대신 한 발만으로 속도를 쉽게 조절하게 되었다. 수동 개념에서 자동 개념으로 바뀐 것은 자동차 기본 개념 자체가 아니라 자동차와 운전자의 소통 방법이다. 이를 기술적 편리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계를 움직이고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편리함이라는 개념으로 찾아낸 것일 뿐이다.
컴퓨터 역시 마우스에서 터치로 바뀌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노트북 컴퓨터와 마우스를 들고 다녔다. 줄이 달렸던 마우스는 무선으로 바뀌고, 지금은 아예 마우스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이 변화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마우스의 역사는 컴퓨터와 의사 소통방법의 역사다.초창기는 볼마우스였다. 볼 이전엔 컴퓨터 자판에 달린 동서남북 커서가 전부였다. 볼마우스를 지금 상상해보면 상당히 기계적으로 재미있는 발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당시에도 쉬운 기술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을 굴려 방향을 결정하고, 공이 굴러간 만큼 위치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장거리를 움직일 때는 마우스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야 했다. 마우스가 망가지면 공을 꺼내 책상에서 가지고 놀던 생각이 난다.
그 뒤에 광마우스가 나왔다. 빛을 내는 다이오드의 값이 싸지고 일반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식 볼을 버리고 빛을 이용한 광학 방법으로 바뀐 것이다 마우스 아래쪽에는 빨간 빛을 내는 LED 다이오드와 이를 감지하는 센서가 만들어진다. 빨간 불빛이 마우스 패드에 반사되어 센서에 도달되면 신호를 처리해 얼마만큼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1초에도 수백 번씩 반복하기 때문에 화면의 커서는 매우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외에 휠마우스가 있다. 휠마우스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문서를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광마우스에 붙어 있다. 그 다음으로 레이저 마우스가 있다. 마우스는 레이저로 작동되고 전용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전용 패드에는 일정한 문양이 있어서 일정한 빛의 산란을 일으킨다. 반사된 레이저를 센서로 확인하면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장치다. 그리고 타블렛이 있다. 타블렛은 펜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해서 패드에 그림을 그리면 컴퓨터에 입력되는 장치다. 요즘에는 일반 종이를 끼워넣고 일반 펜으로 그릴 수 있는 장비까지 나와 있다. 주로 디자이너나 만화가 등이 많이 이용한다.
요즘 대세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없앤 터치스크린이 대세다.PDA, LCD, CRT, 은행, 관공서, 각종 의료장비, 교통안내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다. 터치 스크린은 손가락이나 펜 모양의 스틱으로 스크린을 건드리면 접촉이 일어난 부분을 인식해 명령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모니터가 큰 대형 화면의 스크린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작업이 가능한다. PDA와 같이 매우 작은 화면에서는 뭉퉁한 손으로 작업한다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따라서 볼펜과 비슷한 끝 부분엔 스크린이 손상되지 않게 둥글고 부드럽게 처리된 펜을 쓴다.
터치스크린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스크린 표면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에 반응하는 센서가 작동하는 방식이있다. 이를 압력식 스크린 터치 방식이라고 한다. 압력센서는 촘촘하게 만들어져 압력이 가해지면 위치를 좌표로 인식하게 된다. 스크린 위를 탁! 탁! 때리듯 압력을 가해야만 작동된다. 이 방법은 간단해 많이 쓰이기는 하나 정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다른 방법으로 스크린 표면에 정전기 방식을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스크린 표면에 접촉하여 전기를 충전시켜 센서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정전식 스크린은 인듐틴옥사이드라는 투명하고 전기가 잘 통하는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의 네 모서리에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화면에 손가락을 댄 순간 전기가 유리에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인식하는 센서가 위치를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압력을 가해야만 인식하는 센서와는 달리 감촉이 부드럽고 여러 곳을 터치해 작동할 수 있는 멀티 터치가 가능한다. 두 손으로 화면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하다.
단점으로는 전류가 통하지 않는 장갑을 끼고 작동하거나, 손톱이나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건으로는 조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장점이기도 해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오작동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정전식의 대표적인 터치 스크린으로는 아이폰이 있다.
압력식의 경우 스타일러스 펜으로 적을 수 있어 필기나 작은 글씨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손으로 작동하는 정전식으로는 이런 섬세함을 표시할 수 없다. 아이폰이 따라 올 수 없는 점이 작은 면적에서 섬세한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감압식과 정전식 외에 최근에는 전자 유도식도 적용되고 있다. 전자 유도식은 전용 펜을 사용하여 따로 터치하지 않아도 위치를 인식해서 커서를 자동으로 이동한다. 그 외에 뇌파를 이용해 커서를 움직이는 방법도 있다. 이경우 뇌파를 인식할 수 있는 특수 헬멧을 써야 하지만 손으로 작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적격인 기술이다.
또 한가지 상상할 수 있는 방법으론 우리 눈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커서가 움직이고 작동할 수 있는 컴퓨터다. 이는 우리 눈의 동공을 위치를 파악해 커서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손과 발을 이용해 한 번에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기술일 수 있다. 이런 특수한 기술이 일반화된다는 것은 경제성 및 필요라는 문제의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 언젠가는 일반화될 수 있는 기술 아닐까?
에필로그요즘 컴퓨터를 교체해 마우스를 쓰지 않고 있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작업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어떤 땐 손가락에 쥐가 날 지경이다. 마우스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참고 있다. 어떤 경우는 학생들이 보기에도 답답한지 어렵게 두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보고 한마디씩 하곤 한다.
“교수님, 마우스 구해올까요?!”하지만 이번에 마우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터치방식의 마우스에서 밀린다는 생각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사실 새로운 기술에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따라잡기 힘들어진다. 새로운 기술의 순환이 빠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