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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호모 콰이렌스]잠 못 이루는 영혼과 함께하는 백가지 질문

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많은 친구를 갖고 싶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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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에, 마치 천일 밤 계속 될 것 같은 질문들을 안고 뒤척이는 애타는 심정으로, 이 연재를 시작한다

잠 못 드는 밤에, 마치 천일 밤 계속 될 것 같은 질문들을 안고 뒤척이는 애타는 심정으로, 이 연재를 시작한다.

나에겐 이런 질문들이 있다.
왜 가장들은 잠든 어린아이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가?
왜 엄마들은 잠든 어린아이 옆에서 불안감에 떨며 기도를 올리는가?
왜 자식들은 부모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가?
왜 이 세상이 모두 너를 원한다고 외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가?
왜 내가 느끼는 경이로움은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가?
왜 끝없이 나를 증명해야 하는가?
나는 영화를 좋아해요,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좋아요, 나는 나탈리 포트먼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책을 좋아해요,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해요, 나는 제인 에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모차르트를 좋아해요, 나는 힐러리 클린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 처음 만난 사람 앞에 폭포수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의 목록을 쏟아 놓고 있는가?


점잖고 올바른 말만 하고 예의바르고 에티켓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사람들, 겉으로는 훌륭하다 말하는 그들 앞에서 왜 나는 속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가?
왜 핸드폰에 전화번호 목록은 늘어나도 전화 걸 곳이 없는가?
누구에겐가 실례가 되지 않는 시간은 언제인가?
왜 트위터와 페이스 북에 많은 친구를 갖고 싶어하는가?
왜 슬픔을 느끼는 자 앞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끼는가? 정작 나 자신도 슬프면서?
왜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사람들은 원래 다 그래, 세상은 다 그래 라고 말하게 되었는가?
왜 일하고 싶은 직장은 없는가?
왜 열정은 갈 곳을 잃었는가?
왜 읽어야 하는가? 왜 들어야 하는가? 왜 배워야 하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왜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고 살아남은 내가 미워진다는 말을 알아듣는가?
간신히 라도 좋으니 아주 아슬아슬해도 좋으니 아주 조금만 더 좋은 인간이 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꿈을 잃지 말라는 말은 왜 기만적으로 들리는가?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노래는 왜 내 맘에 남는가?
왜 너의 성공이 나를 초조하게 하는가?
네가 죄인이다 돌을 던지는 자들은 왜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가?
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왜 힘없이 죽어버린 사람의 유언을 지켜주긴 그렇게 어려운가?
왜 국회의원은 가장 가난한 자와 춤을 추지 못하는가?
왜 강자는 약자를 괴롭히는가? 왜 약자는 약자를 괴롭히는가?
왜 내가 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왜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왜 우리는 경쟁해야 하는가?
왜 연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본 바로 그 몸으로 멸시와 모욕을 당해야 하는가?
왜 매일매일 수치심을 느끼는가? 왜 작은 불행들은 끊이질 않는가?
왜 보험회사 직원들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한가?
왜 구원은 믿음이 아니라 계약으로부터 오는가?
왜 사주팔자, 타로 카드, 오늘의 운세, 종말론자. 별자리점은 묵시론적으로 내 마음을 뒤흔드는가?
왜 풀리지 않는 인생 이야기들, 어긋난 삶, 우수와 체념, 회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끌리는가?
왜 나는 너를 속이는가?
왜 소심해지는가? 왜 비굴해지는가? 왜 용기를 잃는가? 왜, 왜, 왜…
자신의 삶에 지극히 만족하는 사람들은 왜 타인의 삶에 무관심한가?

그리고 왜 이런 마음속의 질문들을 가슴에만 넣어두고 주식과 아파트 시세와 입시 정보만 물어봐야 하는가?

이런 질문의 목록은 끝이 없다. 나는 세헤라자드보다도 더 많은 밤 왕을 사로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왕이 불안과 동요를 감수한다면, 왕이 내 목을 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메를로 퐁티를 기억한다. 나치전범으로 재판받기 전 경찰청장 파퐁은 자신은 이제 아무 것에도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 메를리 퐁티는 자신은 모든 일에 놀란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카프카를 기억한다. 발자크는 어떤 장애물도 나를 쓰러트리지 못한다고 했다. 카프카는 모든 장애물은 나를 쓰러트린다고 했다. 나는 쓰러진 자, 그러나 일어서면서 질문 하는 자, 일어서기 위해 질문하는 자로 이 연재를 시작한다.

나는 이제 이런 질문들을 꺼내서 물어본다.
나는 이제 이 질문 안에 오로지 사랑만이 담겨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앞으로 연재될 호모 콰이렌스는 한국의 인문학자들에게 보낼 편지글 더하기 답장 혹은 편지글 더하기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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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런던을 속삭여줄게』, 『고전읽기-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이후 쭉 고전 읽기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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