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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가수의 최강 라인

장혜진, 권진원, 메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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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한 창법과 감성 보컬의 최강자 장혜진이 다시 한 번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견 가수가 된 이후에도 오히려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스트레이트한 창법과 감성 보컬의 최강자 장혜진이 다시 한 번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견 가수가 된 이후에도 오히려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장혜진만의 색깔로 재해석된 곡들.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다음은 「Happy birthday to you」로 유명한 권진원의 7집입니다. 여전히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기본으로 ‘노찾사’부터 시작된 그의 음악 색깔을 잘 나타내주네요. 마지막으로 봄과 딱 어울리는 앨범,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봄>인 메이팝입니다.

장혜진 <사랑했나봐> (2011)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이다. 지난해 첫 리메이크 앨범에서는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비롯해 「한 남자」, 「끝난 건가요」, 「왜」, 「비오는 거리」 등 다섯 곡을 불렀고 이번에도 「널 사랑해」(김정은), 「사랑했나봐」(윤도현밴드), 「일생을」(김현철), 「해줄 수 없는 일」(박효신), 「Goodbye」(제시카) 등 다섯 곡이다.

연속으로 기존 곡 재해석 앨범을 내는 것은 부담 없는 청취를 바라는 근래 소비 행태에 맞추는 동시에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보컬을 시범하려는 뜻도 살짝 담겨있는 것 같다. 이 점에서 그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할 ‘멋 부리지 않는’ 가창법이 돋보인다. 건조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감성적으로 들리고 클라이맥스 대목에서는 호쾌한 게 장혜진 보컬이다.

장식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목소리를 내기에 거둘 수 있는 효과일 것이다. 조금은 의외의 선곡인 「사랑했나봐」나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은 그러한 무가공과 스트레이트 창법이 곡의 느낌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 마로니에의 김정은이 불렀던 「널 사랑해」는 가사에 따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며 노래하라는 일종의 교본에 다름 아니다.

다만 주 멜로디가 확실한 곡들이 대부분이라서 결과적으로 절정 부분이 조금 억세고 매운 감이 있다. 더 누르고 억제해서 처절함을 줄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일정 부분 선곡에서 오는 영향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Goodbye」는 부담스럽다.

「키 작은 하늘」, 「내게로」, 「1994년 어느 늦은 밤」의 빅 싱어가 연속 리메이크 앨범을 낸다는 것은 현재 시장을 두려워하는 인상을 줘 개운치 않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장혜진이라면 ‘10곡 이상의 신곡’이라는 전통, 정통 접근을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중견이 된 후에도 호응을 얻었던 「마주치지 말자」나 「당신께 말합니다」, 「가라 사랑아」처럼 새 노래를 듣고 싶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권진원 <멜로디와 수채화> (2011)

물에 적신 물감의 번짐이 아름답게 퍼진 앨범이다. 듣는 내내 봄 냄새를 맡게 되고, 동시에 안락감도 절로 전달된다. 물론 「Happy birthday to you」 이후 끊어진 히트곡 행렬은 여전히 빈자리다.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고, 불혹의 중간에 자리 잡아서일까. <Jinwon Street 5th>(2001) 보다 여유로우며, 어두운 그림자를 심어놨던 <나무>(2006)와 비교하면 햇살 가득하다. 다른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욕심 부리지 않았다.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짠 정성스런 악기 연주 방식은 그대로다. 기구들의 톤을 바꾸고, 성대의 힘을 낮춘 음색 조합이 자연스럽게 새 앨범의 색깔을 완성했다. 정규 음반임에도 25분 52초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10곡이 갖는 단결력은 앨범이 존재해? 할 이유도 설명한다. 음악 인생 20년의 관록이 돋보인다.

소소한 일상을 신사적으로 해석해내는 가사들은 이번에도 빛을 낸다. 남편 유기환이 쓴 「첫사랑」, 「분홍자전거」에선 동화 같은 묘사가 돋보이고, 그리움을 나타낸 「언제 볼 수 있나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무슨 일이 있나요」에서의 단어들은 센 것만이 해답처럼 보였던 가요 작사 표현에서 세련되면서도 예의를 갖추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쁜 걸음마」, 「오늘 아침 비」에선 처음으로 연주곡도 넣으며 포크로 분류되던 음악인의 새 면모를 보여준다. 밝았던 시작과는 달리, 울퉁불퉁한 신시사이저로 커튼을 치는 「누구나」는 일곱 번째 여정의 헤어짐을 깔끔히 알린다. 좋은 작품이다.

이 산뜻한 흐름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민중가요의 대표주자였던 ‘노찾사’의 멤버, 「살다보면」(1994), 「토요일」(1994), 「Happy birthday to you」(1999) 같은 오랜 애청 가요를 생산해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이 왜 덜 느껴지는 걸까. 권진원을 아는 음악인구가 시장에서 퇴각했기 때문인가.

권진원은 ‘브로콜리 너마저’, ‘가을방학’과 같은 신세대 뮤지션만큼 일상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사 제조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선율을 창조해내는 재능도 있다. 평균 2분대라는 듣기 부담스럽지 않은 편곡으로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만큼 자연스레 음악이 귀에 잠기는 것은 아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정서와 표현미가 농익었으나 여전히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예술성을 우위에 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에게 원하는 것은 존재감의 회복이다. 현 세대가 권진원이란 이름 석 자에 익숙하지 못한 것은 시장의 책임이 아니다. 소통의 부재는 새롭게 알릴 수 있는 곡이 적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라디오에서 똑같은 노래만 리퀘스트 될 순 없지 않은가.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메이팝(Maypop) <봄> (2011)

쾌청한 하루를 열어 줄 수 있는 앨범이다. 순백의 솜뭉치 같은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파란 하늘을 연상시키며 밝고 화사한 꽃들이 만발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메이팝(Maypop)이란 이름에 걸맞게 소생의 계절에 배경음악으로 적합한 노래를 들려준다. 앨범 제목처럼 봄의, 봄에 의한, 봄을 위한 음악이다.

하늘하늘 가벼운 멜로디, 록의 구성을 나타내면서도 피아노 연주를 입혀 순화한 소리를 내는 반주, 감수성 풍부한 노랫말이 화합하며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 힘이 거세지 않고 살랑거리는 손짓으로 청취자를 유혹하니 더욱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수록곡들의 형상과 분위기가 ‘봄날에 어울리는’ 쪽에 초점을 두는 탓에 기존 몇몇 뮤지션들의 이미지가 교차되는 것이 조금 아쉽다. 페퍼톤스(Peppertones)의 쭉 뻗은 팝 록 사운드,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나 포터블 그루브 나인((Portable Groove 09)의 음악에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걸러낸 대강의 골조와 사랑에 관한 표현법, 정바비의 여성 취향 가사가 합쳐진 것 같은 인상을 들게 한다. 좋게 말해 익숙하지만 신선미는 매우 떨어진다.

아류, 유사성의 의도적 이행, 혹은 그렇지 않음을 떠나 4월과 5월에 환영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효능 좋은 습기 제거제가 따로 없다. 봄날의 밝은 기운을 고조시켜 줄 기능성 작품이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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