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곳곳에서 아픈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식의 소식은 너무 많이 들어 감각이 무뎌질 지경이고, 최근에 일본에 닥친 참사는 끊임 없이 비극적인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그렇고, 우리 누구나가 그렇지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내게 될 겁니다. 물론, 종종 들리는 경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긴 할 테지만요.
그래서, 한번쯤은 더 들여다보자는 의미랄까요? 지구 곳곳의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4월의 테마는 “웃어라 지구야! 우리가 몰랐던 지구촌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누면 좋을 지구 이야기,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안아줄 위로의 마음을 담고 있는 책들을 책방 사람들에게 공개해주세요!
1. 세계 곳곳의 아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저 | 이후 | 2004년 01월
최근 일본의 대지진과는 또 달랐던 아이티 지진, 지구촌을 흔들어놓았던 그 비극도 이제는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 곳에 사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여파를 미치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일테지만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는 한 때 있었던 빅뉴스에 불과하다. “시신 ○○○구”가 발견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지금,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으로, 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안락한 거실의 텔레비전으로 옆나라 일본의 처참한 풍경을 보고받는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아이티 지진 무렵에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책,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다.
포토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킨 것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간혹 보도사진전을 가면 그 무게 혹은 격정에 마음이 쿵 내려앉다가도,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이들 앞에서 셔터를 찰칵찰칵 눌렀을 사진기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손택은 말한다. 우리가 정말로 타인의 고통을 가늠하고, 그에 공감할 수 있는지. 도리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보도하는 CNN을 비롯한 국제통신들은 우리를 더욱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뉴스에 터져나오는 전쟁 화면들은 때로는 어딘가 익숙한 전쟁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려운 화제를 다루는 어려운 책이라 소개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한 번쯤 보면 좋은 책이지 싶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저/유영미 역 | 갈라파고스 | 2007년 03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누가 보아도 좋을 만큼 친절하게 기아의 실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사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릴 수 밖에 없는지,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기 전까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식량자원의 고갈’이라는 답을 더 그럴듯하게(?) 여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오늘의 점심 식사만 생각해 보아도, 나는 배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는 이유로 음식을 남겼다. ?량의 양이 지금 인구의 2배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빈곤 국가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기아에 시달리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 불합리하다. 인간의 생사가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현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이 책은, 내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빈곤과 기아 문제에 대한 원인을 생각하게 했다. 세계 질서와 사회 구조에 의해 죽어가는 배고픈 사람들이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마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 추천한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김영미 저 | 추수밭 | 2011년 03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빈곤과 기아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재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두 책은 내용적으로 수렴하는 바가 많습니다. 빈곤과 분쟁은 서로의 원인이면서 결과이기 쉬우니까요. 형식적으로도 아들에게 조곤조곤 알려주는 형식이라 비슷하네요. 물론 이 책이 지닐 수 있는 차별점도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개할 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 다루지 않았던 지역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분쟁지역 전문 PD답게 직접 밟아 본 땅의 이야기를 현장감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책 구성 자체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 보여줬던 ‘전 지구적 조망’ 보다는 개별 지역의 디테일한 조망에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죠.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을 ‘사람이 아닌 짐승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하는 이스라엘 어린이, 다이아몬드 때문에 사지가 절단된 시에라리온 사람들, 해적이 되는 게 꿈인 소말리아 어린이 등 분쟁이 어떻게 인간을 만들어가는지를 스냅사진처럼 명료하게 전합니다. 중동은 원래 다혈질이야, 아프리카는 원래 미개해… 마치 원래 그런 곳, 그런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분쟁의 역사적 전개과정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라볼 수 있죠.
사실 오늘날의 선진국-문명국이라 자부하는 미국도 인디언을 잔인하게 소탕했고, 유럽은 마녀사냥을 겪었으며, 일본도 생체실험을 하지 않았던가요? 세상에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며, 사람들을 싸우게 만드는 이유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리고 싸움의 이유에는 단지 그 지역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그 분쟁은 온전히 그 지역 사람들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역시도 석유를 얻고, 건설 수주를 위해 리비아 같은 독재 정부의 존재를 지지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책의 제목은 적절해 보입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이유를 묻는 자만이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 모든 분쟁에 우리도 미세하게 혹은 의외로 깊이 묶여 있을 수도 있다는 진실. 우리에게도 분명 해야할 몫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빈곤의 종말제프리 D. 삭스 저 | 21세기북스 | 2006년 07월
꼴에 직장인이라고 가끔 돈 펑펑 쓰며 히히낙낙 거리고 있을 때, 한 순간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밥 없어 굶어 죽고, 약 살 돈 없어 병 들어 죽는데 나만 이렇게 가짜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건지 허무해질 때가 있다.
『빈곤의 종말』은 빈곤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진단하고 가난한 국가들을 빈곤에서 탈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왜 가난한 국가는 계속 가난한 걸까. 그건 자립할 수 없는 정말 약간의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데 농기구가 없고 비료가 없다. 이러면 생산력이 떨어지고 대가족을 먹여 살릴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 어딘가에서 빚을 얻는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저자 제프리 삭스는 가난한 국가들이 일어 설 수 있도록 단단한 농기구 같은 것들을 배 터져 죽는 나라들이 원조를 하자고 말한다. 빈곤에서 자본축적으로 가는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누리는 행복. 가능할까?
2.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진짜 그곳의 모습을 봅니다.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오소희 저 | 북하우스 | 2009년 03월
세상은 넓단다. 매일 집-회사를 반복적으로 노다니는 사람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세상은 넓단다. 넓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형편과 상황에서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고귀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언제 결혼을 할 것이며, 언제 집을 마련하고, 승진을 할 것인지,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들에 사로 잡혀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상이란 막연하기만 하다. 문제는 관심. 뭉서을 바라보고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지경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대지진과 해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인도양 너머 저 어딘가에는 갓 10살된 아이들이 꿈을 꾸기도 전에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인생의 고달픔을 알아가고 있다. 그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들의 아픔이 남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그들도 나와 같은 땅을 디디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라오스에 대한 책이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책이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 한 모자(母子)가 라오스라는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부대끼며 들려주는 이야기다. 때로는 이해할 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 인정하고 소중한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눈을 들어 시선을 달리 해보면 세상은 넓고 삶의 소중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 터키, 라오스,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세상을 몸으로 마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요푸공의 아야 1마르그리트 아부에 글/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이충민 역 | 세미콜론 | 2011년 02월
아프리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이 전부였기에 사자나 초원,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낯선 아프??를 소개해주었다. 만화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말 코트디부아르는 전쟁과 기아의 고통이 아닌 젊음과 자유의 공기가 넘쳐난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 을 꾸며 살아가는 주인공 아야와 미래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좇는 친구 아주아와 빈투가 겪게 되는 사건, 사고는 마치 드라마 연속극처럼 반전을 거듭하며 눈을 떼기 힘들다. 특히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연애나 솔직한 감정표현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아프리카인 들의 정열적인 기질을 엿보게 한다. 바쁜 성장 속에 웃음과 여유, 이웃 친척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엄청난 사고도 훌훌 웃으며 털고 일어나는 아프리카 인들의 신선도 100% 이야기를 추천해본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강경수 저 | 시공주니어 | 2011년 02월
지구에서 소외 받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의 아픔은 멀리 있는 우리에게 죄책감을 주곤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유 없는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불행한 아이들’ 의 장면이 과잉 되면서, 내가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없지 않느냐는 속수무책의 모순 속에 빠지거나 언제나 누군가는 아프더라, 는 거리감 두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동화책은 이렇게 지구촌에서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무뎌지고 점점 식상해질 무렵의 우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1959년 채택된 국제연합 아동 인권 선언문에 따르면, 모든 어린이에게는 10가지 기본적 인권이 있다고 합니다. 무차별 평등, 기회 균등, 사회 보장, 우선적 보호, 학대 방지, 모든 착취에서의 보호, 위급한 상황에서 우선 구조, 고아 및 기아의 수용 구호, 혹사 금지, 세계 평화에 기여함 등이 그것입니다. 동화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이러한 기본적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담백하게 전하면서 어린이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결코 힘들다거나 아프다, 배고프다 등 의사표현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간결한 글과 거친 붓터치가 그려낸 그들의 일상이 고달픈 삶을 대신 말해주고 있습니다. 늘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 꾸게 해주는 동화책들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인권 그림책은 어린 독자들 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까지 자신의 터전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매일 바쁘고 피곤하다며 오로지 자신의 삶만 걸었던 우리들에게 지구촌 공동체를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도 될 것입니다.
3. 생존과 희망의 목소리,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7SEEDS 세븐시즈 1타무라 유미 글그림 | 서울문화사 | 2003년 06월
작년 말부터 계속해서 터지는 여러 상황 때문인지,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영화 2012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어려운 만화만 골라보는 사촌 언니 덕분이었습니다. (설날에 놀라와서 권한 책이 어째서 세븐시즈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당황스럽지만 덕분에 좋은 작품을 알 수 있었어요.)
세븐시즈는 인류가 멸망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일곱개의 씨앗. 멸망의 운명을 알게 된 각국 정부들이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선택한 7명이 사람들, 그들이 새로운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지구의 환경은 도저히 인간이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위험한 식물과 동물들, 너무나도 빈약한 지식. 그들에게 충분한 것은 단 한가지 살아나가야 한다는 마음뿐이지요.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처절하게 울부짖게 됩니다. 오만하게 자연의 모든 것을 정복했노라 웃는 순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다시, 싸워나갑니다. 그렇기에 지금껏 살아왔던 것이겠죠.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아도, 상상도 못했던 위험한 자연을 마주해도, 한걸음 더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멸망을 이야기 하는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노승영 역/제임스 웨슬리 롤스 저 | 초록물고기 | 2011년 04월
20년 남짓(사실은 30년 가까이) 살아온 나에게 끔찍했던 뉴스의 기억은 너무나도 많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무너짐, 서해 훼리오 사건, 무궁화 열차 탈선, 아시아나 항공 추락, 역시 대한항공도 추락과 같은 대형 사건들.
서해교전, 서울 불바다설, 천안함 침몰, 연평도 사태 등 국방관련 뉴스들. 9?11사태와 같은 말도안되는 사건, 최근 일어난 일본의 대형 쓰나미, 지진, 원전 폭파설까지… ‘평화롭던 나날이 과연 지속될 수는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세상”으로 보인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스스로 익혀야 할 것들에 대해 이 책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매뉴얼』은 가르쳐주고 있다. 지적 욕구를 채워 주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유용한 아이디어, 방법 등을 제시하는 이 책은 세계 여러 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과 전쟁이 있을 때마다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제임스 웨슬리 롤스의 저서다. 그는 책에서 ‘각 개인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되 이웃과 결속력을 다지고 서로 돕는 방향으로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이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근의 재앙은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지구촌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겨울로부터 봄노익상 저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03월
‘지구촌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우리와 꽤 가까이 있는 이들의 삶의 현장을 담아냅니다. TV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될 사건은 아니지만 늘 곁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지요. 무서운 속도와 무게감으로 순식간에 일상을 초토화시키는 변화는 없지만,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은 하나 둘씩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갑니다. 경제적인 박탈감, 심리적인 상실감은 조금씩 그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안깁니다.
책은 그렇게 팍팍하다면 팍팍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함께 수록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의 매일은 살아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걸어갑니다. 이 책에 실린 ‘가난한 살림집에 살던 사람들’이 그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기대어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희망은 있다.’라고 한다면, 저는 아직 꿈 속에 있는 걸까요? 치고 박고 싸우다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수 도 있겠지만, 뭐 그런 건 과정이라 여기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