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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 북 숍 북 카페 서재 김태경 저 | 동아일보사 |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회사를 관두면, 또 언젠가 일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면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그러면서 적당히 폼도 나는 '작은 북 카페 하나'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그런 희망사항을 나보다 먼저 현실로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4인의 북 카페 주인장으로부터 북 카페 오픈부터 운영까지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꼼꼼히 배울 수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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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저 사람이 읽는 책이 궁금했다.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 책 읽는 사람 발견, 자동적으로 책에 눈이 꽂히고 제목을 알아낼 때까지 집요하게 쫒는다. 멀어서 안 보이면 표지를 눈 스캔 해 짐작되는 책이 맞는지 바로 찾아본다. 서점에 몸담기 전부터 있던 이 버릇은 직업으로 인해 좀 더 강화, 확장되어 이제는 한 권의 책 보다 책 리스트나 그 사람의 서재가 더 궁금하다. 책이 모여 있는 사진은 깨알 같은 제목들을 두고두고 보고 또 본다. 그래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
이 책은 정말 우연히 발견한 보물창고다. 내겐 잡지 보다 볼거리가 가득한데, 가지각색으로 개성껏 꾸며진 북 숍과 카페, 서재가 각각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책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길 즐기는 주인장들의 목소리다. 책을 읽기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가만히 있기에는 좀 심심할 때 하나하나씩 꺼내보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초콜렛 같은 책이다.
크게 3분류로 나눠 중독성 있는 작은 서점 10곳, 갖고 싶은 서재 8곳, 찾아가고 싶은 북카페 15곳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책 저장소인 도서관이 빠져 있는데 최정태의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보충하면 좋다) 23곳 모두 당장 달려가고 싶은 곳들로 남다른 개성과 사연이 가득하다.
대형 음식점이 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만든 헌책방 ‘가가린’, zin이라는 1인 셀프 잡지를 처음으로 도입한 독립 출판집단 미디어버스가 주인인 소수를 위한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 (the book society)’,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NHN의 ‘nhn library 1’ ,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없어졌으나 오랫동안 신사동 가로수길의 문화 아지트였던 ‘아트 앤 드림’ 등 관심이 없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숨겨진 북헌터들의 아지트들이다. 런던의 ‘아틀라티스 북숍’, 뉴욕의 ‘미스터리어스 북숍’, 영화 노팅 힐의 ‘트래블 북숍’의 서울 버전이다. 우리에게도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멋진 서점이 있다!
이번에는 주인장 이름도 특이한 8명의 서재 차례. 10년전 압구정동의 유일무이 한 외국 서적 판매 서점인 ‘르북’의 주인이자 북 프로듀서인 여인명의 서재는 수많은 잡지와 책, 빨강 파랑 노랑 종이로 가득찬 그야말로 개인 잡화점이다. 간판도 없이 후미진 골목에 숨어있는 여인명의 서재이자 바인 루팡 더 스페이스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참 용한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 책에 소개된 서재 중 가장 액티브하고 자극적인 공간이다.
반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재화의 서재는 참 정감있고 편안하다. 2009년 부암동으로 이사 와 라디오PD인 남편의 직업까지 고려해 책과 CD를 거실 전면에 전진배치 했다. 창문 너머로 우거진 나무와 최소한 장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가장 아날로그적이자 실용적인 서재다. 한편 포토그래퍼 김한준의 서재는 8명의 서재 중 가장 유연함이 돋보인다. 책꽂이는 이래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블럭 놀이처럼 자유롭게 움직여 늘 새로운 책장, 늘 새로운 배치가 되도록 한다. 이처럼 주인들의 성격과 취향, 습관과 로망이 그대로 반영된 서재는 내면을 투영한 주인장 그 자체, ‘나=서재’다.
서점은 사라지고 북카페는 늘어간다. 인생, 커피 한 잔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북카페의 원조 삼청동 ‘my library’ 의 정은주 사장은 직접 책을 골라주는 에디터도 겸한다. 제 집 서재처럼 안락하게 꾸민 실내와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 커피 맛을 챙기는 정성이 좋은 북카페를 유지시켜 주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나온 ‘내 서재’가 롤모델로 예사롭지 않은 북 컬렉션을 볼 수 있다. 대척점에 있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북카페 ‘마당 바이 에르메스(madang by hermes)’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에르메스가 오픈한 북카페다. 뉴욕의 매디슨 애버뉴, 도쿄의 긴자, 파리의 생토노레에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삶과 예술에 대한 고급 취향을 느낄 수 있는 매장과 갤러리, 레스토랑. 오피스가 한데 모여 에르메스 고유 색상인 오렌지 컬러를 돋보이게 한다.
이외에 그림책만 모아둔 ‘그림책상상’, 디자인 전문 서점 ‘정글’ 등 다양한 주제와 독특한 인테리어의 북카페들을 보며 내 서재를 만들 때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과 창업 하고픈 도전 정신도 얻는다.
따뜻한 봄이 오면 한번씩 둘러보고 싶은 곳.
커피 한 잔 마시며 저 사람이 읽는 책을 실컷 노려볼 수 있는 북카페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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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집 앞 만화 가게 아저씨와의 두터운 친분 덕에 벌써 십수 년째 만화책은 공짜로 보고 있다고 하니 책 취향이 깊고도 다양한 그녀. 재미있는 사실은 나이 들수록 그 취향이 점점 실용적으로 변해 결국 잡지사 기자가 되었고, <신디 더 퍼키> <세븐틴> <스타일H> <나일론> 등에서 10년 넘게 에디터로 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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