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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버린 요절 천재 뮤지션의 별종 음악 -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Grace> (1994)

1997년, 갑작스런 익사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천재 뮤지션 제프 버클리. 그러나 그가 세상에 내놓은 앨범은 단 한 장의 이 앨범 <Grace>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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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갑작스런 익사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천재 뮤지션 제프 버클리. 그러나 그가 세상에 내놓은 앨범은 단 한 장의 이 앨범 <Grace>뿐이었죠. 그렇기에 더 안타깝고, 애틋한 명반으로 남아있습니다. 1960년대 활동한 인디 포크 뮤지션이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 팀 버클리(Tim Buckley)의 영향 때문인지 그의 독특한 감수성은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애잔하게 남아있습니다. 제프 버클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Grace>입니다.

제프 버클리 <Grace>

‘모든 천재가 타의에 의해 요절 당하지는 않는다. 천재는 자신만의 삶 속에서 자기만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다 초연히 떠나갈 뿐이다. 시대가 천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천재가 시대를 버리는 것이다.’ - 이외수

대중음악의 역사에는 ‘천재는 신의 질투로 일찍 죽는다’는 요절 미학(?)이 있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짐 모리슨(Jim Morrison) 등이 모두 27살에 사망하면서 전설을 낳았고 1990년대 얼터너티브 열풍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Kurt Cobain)도 요절을 통해 역사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커트 코베인 외에도 그러나 19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비극적 천재가 있었다. 바로 데뷔작 <Grace>(1994)를 통해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던 얼터너티브 포크 록 뮤지션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이다.

그는 1997년 미시시피 강에서 갑작스런 익사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 때까지 그가 발표했던 음반은 <Grace> 단 한 장. 더구나 2집을 준비하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했다. 밑의 가사 내용 때문에 그 또한 자의에 의해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오, 내 사랑/지금 비가 내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것을/나는 알고 있습니다./내가 남길지 모를 고통이 나를 다시금 일깨웁니다./불 속에서 기다려요./그리고 나는 그들이 내 이름을 물 속에 매장시키는 것을 느낍니다./기억되기는 쉽지만 한 번의 키스로 잊혀지기도 쉬운 그 이름./떠나는 것이 두렵진 않지만 죽음은 너무나 천천히 진행되는군요…. -「Grace」 中-

이런 사후의 피드백들은 그만큼 <Grace>가 1990년대의 ‘숨겨진 보석’임을 말해주었다. 밀리언 셀링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전세계에 걸쳐 탄탄한 컬트 팬 층을 형성했다. 얼마 전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실시한 ‘올 타임 베스트 100선 독자 투표’에서 플래티넘 고지를 정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그가 음악 명가(名家)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천재성을 유추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의 유명한 인디 포크 뮤지션이었던 팀 버클리(Tim Buckley, 마찬가지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1975년 사망했다.).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거의 뵌 적이 없다며 영향력을 거부했지만, 유전자의 강력한 대물림이 진행되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여린 듯 웅장한 보이스,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포키(folkie)로 음악적 방향타를 정했다는 교집합들이 증명한다.

허나 제프 버클리는 아버지의 우산 아래에서만 머물지는 않았다. 동시대의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일궈냈던 ‘창조적 돌파’에 주목, 자신만의 소리 브랜드를 일궈냈다. 강성의 그런지 사운드와의 부분 제휴를 통해 차별화 정책을 폈던 것이다. 그가 ‘얼터너티브 포크 계열’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지는 재지(jazzy)한 감성은 ?목처럼 음반을 ‘우아하게’ 업그레이드시켰다. 예측불허의 전개와 게리 루카스(Gary Lucas)의 기타 플레이가 일품인 명곡 「Grace」를 비롯해 스타트 지점인 「Mojo pin」, 포크 록의 1990년대형 사운드 메커니즘을 제시한 「Last goodbye」와 「So Real」, 영적인 느낌으로 충만한 「Lover, you should've come over」, 파워풀한 보컬이 돋보이는 「Eternal life」등에서 파악된다.

이러한 그의 독창성은 리메이크 넘버들에서 더욱 찬연히 빛을 발한다. 제임스 쉘튼(James Shelton)의 「Lilac wine」,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의 「Hallelujah」, 저명한 오페라 작곡가인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Corpus Christi Carol」 등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항시 평범한 해석을 거부했다. 곡들 중, 「Hallelujah」는 코헨으로부터 ‘원곡보다 뛰어난 리메이크’라며 찬사 받은 바 있다. 확실히 그는 동시대의 평균율에서 벗어난 ‘별종 뮤지션’이었다.

‘음악을 통한 사랑의 전파’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독특한 감수성이 감지된다. 당시 유행병처럼 번졌던 염세주의를 거부하는 태도였기 때문. 가사 전체가 사랑에 관한 ‘테마 극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을 뽐낸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정을 나눴던 후일담이 증명한다.

그의 노래가 뿜어내는 이런 마력들 때문에 세계 각처에 퍼져있는 컬트 응원군들은 지금도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사후(死後) 소개된 소포모어 LP <스케치들(나의 연인인 취객을 위해)>(Sketches(For My Sweetheart the Drunk))(1998)와 실황 작품인 <미스테리한 백인 소년>(Mystery White Boy)(2000)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이 이를 웅변한다. 1990년대를 불꽃처럼 살다간 한 음유 시인의 영혼이 결집된 마스터피스이자 불멸의 스완 송. 그의 음악은 그렇게 한 편의 아름다운 시처럼 세상을 흐르고 있다.

글 / 배순탁(greattak@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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