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흔드는 코린 베일리 래
‘진짜 음악은 이런 것이었지’
그의 확신은 빗나가는 일 없이 반도의 심장에 명중했다. 두 차례의 한국 방문은 낯선 영국 아티스트를 여신으로 부상시켰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땅에 하나의 왕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외국 투어를 하는 이유는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아줄 것인가에 대한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서 일 것입니다.”
- 코린 베일리 래 (Corinne Bailey Rae)
그의 확신은 빗나가는 일 없이 반도의 심장에 명중했다. 두 차례의 한국 방문은 낯선 영국 아티스트를 여신으로 부상시켰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땅에 하나의 왕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레이디 가가(Lady GaGa)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계의 디바들을 한 경연장에 올려 순위를 매기는 불상사는 피하길 바란다. 광대한 음악 씬에 스타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비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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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발표한 앨범 <The Sea>는 짐작하듯이 죽음과 상실에 대한 탄식이다. 사랑에 들뜬 생기발랄함은 한풀 꺾였지만 짙은 절절함이 자리를 대신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처럼 음향 속에서 정처 없이 나부끼는 모습은 딱하지만 황홀하다. 이 앨범이 나오고부터, 그 비참정서가 묘한 동감(同感)을 자극하면서 이 땅의 여심은 더욱더 코린 베일리 래에 대한 애정의 증폭을 단행했다.
음악에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상처’는 진부한 클리셰지만 현실에서는 생활을 삼켜버리는 총체적 난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비참한 개인사는 음악을 더 집중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다. 사람들은 아티스트의 불행에 천착하며 상처를 엿본다. 타인의 아픔을 통해서 자신의 생채기를 돌아보는 용기와 묘한 위안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새 그는 보컬스타일도, 삶도 관능적으로 고독을 내뱉어내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를 닮아가고 있다. 어느 소설가의 말대로 예술은 불행의 그림자를 먹고 자라는 괴물일지도 모르겠다. 무심한 듯 치열한 생(生)소리 속에서 ‘진짜 음악은 이런 것이었지’ 하는 안도감과 행복감마저 맛보게 하는 것이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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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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