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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 츠지 히토나리 저/안소현 역 | 소담출판사 |
『냉정과 열정 사이』, 『우안』 등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주목을 받은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에세이집이다. 그의 여덟 번째 에세이집이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2003년부터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가 파리지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가이드북'(guide book)이 아니라, 그가 직접 프랑스에서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터득한 잡다한 지식과 생활방식, 파리의 비밀 정보를 담은 '라이브 북'(live book)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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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동경하는 것이 있다. 사람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고, 또 그 무언가 일 수도 있다. 내가 동경하는 것은 ‘프랑스’.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면서 처음 다른 나라에 대해 알았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나라 프랑스 그리고 파리. 왜냐고 묻는다면 난 그냥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한 번 가본적 없는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도 프랑스다. 내 생애 딱 한 번 해외여행을 해야 한다면, 이곳을 가볼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프랑스 파리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보고 있다. 그러던 중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좋아하는 츠지 히토나리의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상큼한 오렌지 빛으로 물든, 프랑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이 그려진 표지가 내 맘을 설레게 했다.
1년 반 동안 저자가 취재하고 써온 이 책은 나를 비롯해 ‘언젠가 꼭 파리에 가게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사하는 책이다. 파리에 관한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잘 알려지고 유명한 곳들을 그저 소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터득한 지식을 비롯해 생활방식, 파리의 비밀 정보를 담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말하듯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라 ‘라이브 북’인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꼭 파리에 가고 싶다는, 가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책이며, 정보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집중하며 읽었다. 체험으로 알아낸 살아있는 정보니까. 그리고 글 사이사이 그려진 일러스트는 전문 화가의 솜씨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들의 이야기들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인상 깊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프랑스도 잘 알지 못하는데 일본사람인 저자이기에 일본과 비교할 때는 모르는 내용이라 갸우뚱 했었다. 둘 다 나에겐 낯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두 문화에 대해 동시에 알 수 있었고, 일본문화는 저자가 태어난 나라이기에, 프랑스문화는 저자가 살면서 체득한 정보이기에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라 ‘파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들릴지도. 하지만 분명한건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파리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소박한 글이지만 분명 그럴만 하니까. 또한 파리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분명 곧 파리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분명 난 저자와 함께 하고 있었으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파리에 가봐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조만간 곧!
파리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를 풀어본다. 이 글 속에서 분명 당신은 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사람은 생각한다. 일개미로 일생을 마칠 것인가, 인생을 만끽하고 죽을 것인가.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게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누구나 우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폐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게 프랑스의 개인주의다. (p.19)바게트를 사려고 일부러 멀리 있는 빵집에 가기도 한다. 바게트는 표면은 얇게 구운 전병처럼 바삭하지만 안이 촉촉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게 좋다. 이런 상반되는 느낌에 맛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적당한 간에 단맛이 더해지며 최고급 바게트가 탄생한다. 바게트와 레드와인, 익히지 않은 햄에 약간의 치즈가 있으면 그만이다.
해 질 무렵 바게트를 들고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파리다운 광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맛있는 바게트가 있는 거리는 당연히 활기차다. (p.32)
카페를 나올 때도 담배 가게를 나올 때도 누군가와 서서 이야기를 한 뒤에도, 수업 후에도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돈을 낸 뒤에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오흐부아’라고 인사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마트에서 돈을 낸 후 ‘사요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계산하는 사람은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p.52)
돌아다니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해진다. 좀 더 값싸고 좀 더 맛있는 곳은 어차피 나중에 소개할 테니 일단 여기서 눈요기만 해두는 편이 좋다. 어쨌든 어른의 유원지다, 조심할 필요는 없다. 우아한 척하면서 걷기만 해도 마음이 즐거워질 게 틀림없다. 높은 품질과 풍부한 종류의 상품은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고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겹지가 않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르 봉 마르셰’의 지배인이 되고 싶다.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