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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 바지유를 아시나요? - 화가의 꿈을 안고 파리에 모인 세 화가

마네나 드가는 인상파의 일원으로 간주되긴 했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인상파와 엮이는 것을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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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인상파라고 부르는 일군의 화가들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인물들을 꼽아 보라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보들레르가 있고, 마네가 있으며, 또한 마네의 친구 드가도 있다. 그리고 별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인상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프레데릭 바지유이다. 인상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바지유라는 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대개 인상파라고 한다면, 모네나 피사로, 더 나아가서 르누아르나 시슬레 정도를 생각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이택광 저 | 아트북스
유럽 문화의 중심지이며 예술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 대표 명소인 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며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공간이 되어 주었던 파리. 인상파는 이러한 파리의 변화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화가들을 칭하는 말이다. 지금 파리의 모습은 19세기 후반 오스망 남작의 지휘 아래에서 추진된 도시계획으로 완성 되었는데 이 때 인상파 화가들은 이 변화의 순간순간을 마치 스냅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림으로 담아냈다.
프레데릭 바지유,「콩다민 가에 있는 바지유의 아틀리에」,
캔버스에 유채, 98?128.5cm, 1870, 오르세 미술관, 파리

오늘날 우리가 인상파라고 부르는 일군의 화가들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인물들을 꼽아 보라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보들레르가 있고, 마네가 있으며, 또한 마네의 친구 드가도 있다. 그리고 별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인상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프레데릭 바지유이다. 인상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바지유라는 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대개 인상파라고 한다면, 모네나 피사로, 더 나아가서 르누아르나 시슬레 정도를 생각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마네나 드가는 인상파의 일원으로 간주되긴 했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인상파와 엮이는 것을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세대로 보나 출신계급으로 보나 이들은 인상파의 ‘젊은 악동들’과 자신들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두루뭉술하게 이들을 인상파라고 부르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살롱 화풍과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외에 뚜렷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여하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한 배를 타고 있었던 셈이다.

인상파의 탄생 과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862년 모네는 군대에 지원했다가 지병으로 인해 복무를 그만두고 고향인 르아브르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모네는 여름 내내 요한 바르톨트 용킨트와 어울렸다. 용킨트는 네덜란드 출신 풍경화가인데, 주당에 색골이어서 젊은 모네의 관심을 끌었다. 용킨트는 모네를 다시 파리로 보내서 화가 수업을 계속 받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만약 용킨트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인상파는 존재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모네는 다시 파리로 와서 미술 아카데미의 회원이었던 샤를 글레르의 문하생으로 들어간다. 모네는 처음 파리로 상경해 수이세 아카데미에서 화가 수업을 받을 때 피사로를 만나 의기투합했는데, 물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네는 글레르의 스튜디오에서 르누아르와 바지유를 만나서, 예전에 피사로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그림에 대한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영국 BBC에서 만든「빛을 그린 사람들(The Impressionists)」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바지유와 모네, 그리고 르누아르가 카페에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에서 바지유는 가업을 이으라는 부모의 권유와 화가라는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진지한 청년으로 그려진다. 바지유는 몽놠으로에서 태어나서 부유하게 자랐다. 프로테스탄트였던 부모는 바지유에게 사업을 권했지만, 그는 화가에 뜻을 두고 있었다. 마네의 경우처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바지유도 부모를 설득해서 화가 수업을 받기 위해 파리로 왔던 것이다.

파리에 모여든 이유나 과정은 서로 달랐지만, 이들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패기와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패기와 열정을 감안한다면, 이들 셋이야말로 인상파라는 거대한 나무를 자라나게 만든 씨앗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스망의 도시개발로 웅성거리던 파리에서 이들은,「 풀밭위의점심」이 살롱 전시를 거부당한 후 미술사 최초로 ‘개인전’이라는 새로운 전시 형식을 만들어 낸 마네를 옹호하고, 마네의 편에서 고리타분한 살롱의 미학을 질타한 젊은 화가들이었다.

바지유의 그림「콩다민 가에 있는 바지유의 아틀리에」는 바로 이렇게 혈기 방장했던 초기 인상파의 진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그림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설왕설래하지만, 정확하게 통합할 수 있는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명확한 것은, 이 그림에서 초기 인상파를 지배했던 새것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그림은 평범한 아틀리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기에서 보이는 아틀리에의 분위기야말로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귀스타브 쿠르베의「화가의 아틀리에」와 이 그림을 비교해보면 이 말의 뜻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귀스타브 쿠르베, 「화가의 아틀리에-현실적인 알레고리」,
캔버스에 유채, 361?598cm, 1854~55, 오르세 미술관, 파리

쿠르베 역시 자신의 그림에 여러 지인들의 모습을 그려 넣었는데, 예를 들어서 오른쪽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책상 위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나이가 보들레르이다. 바지유의 그림도 자신의 지인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을 보면 바지유는 지금 이젤에 걸린 그림을 완성해서 지인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인들은 누구일까?

역시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당시 그들과 친하게 지냈던 조각가 자샤리 아스트뤼크와 모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인물들도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르누아르나 시슬레일 것이라고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에드몽 메트로인데, 바그너의 음악에 홀딱 반한 바지유의 친구였다. 바지유는 이젤 앞에 서서 팔레트와 붓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마네에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마네에 대한 존경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프레데릭 바지유,「화장」,
캔버스에 유채, 132?127cm, 1870,
파브르 미술관, 몽펠리에

바지유의 아틀리에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들은 모네와 르누아르, 그리고 자신의 그림들이다. 「화장」도 보이고, 「투망을 든 어부」도 알아볼 수있다. 이 아틀리에는 가난해서 작업실을 임대할 수 없었던 르누아르와 함께 쓰기 위해 바지유가 빌린 것이다. 바지유의 그림에서 르누아르와 유사한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투망을 든 어부」와 르누아르의 「고양이와 함께 있는 소년」이라는 그림을 비교해보라. 두 그림은 바지유의 아틀리에에서 르누아르가 함께 기거하면서 생활할 때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이들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삶은 콩으로 배를 채우면서 그림을 그렸다.

프레데릭 바지유, 「투망을 든 어부」,
캔버스에 유채, 134?83cm, 1868,
제3세계를 위한 라우재단, 취리히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고양이와 함께 있는 소년」,
캔버스에 유채, 124?67cm, 1868~69,
오르세미술관, 파리

그렇게 거칠 것이 없이 자라나던 인상파의 꿈은 1870년 돌연 위기를 맞이한다. 보불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그리고「콩타민 가에 있는 바지유의 아틀리에」를 완성한 그해 바지유는 국민방위군에 자원했다가 전장에서 그만 전사하고 만다. 향년 29세, 결과적으로「콩다민 가에 있는 바지유의 아틀리에」는 바지유의 유서로 남은 셈이다. 이런 사실에서 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이 인상파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르누아르와 모네의 일상에서 바지유가 지녔던 삶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택광
경희대학교에 영미문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
경향신문에 ‘이택광의 왜’ 연재 중
네이버 캐스트 '오늘의 미술'에 '인상파 아틀리에'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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