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키스가 날아다녀요! 정말 맛있네요”

모차르트의 러브레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사랑하는 당신, 나는 여기에서 뭔가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당신과 우리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거요.

콘스탄체

아내, 콘스탄체에게

1790년 9월 30일
프랑크푸르트, 독일

내 마음 속의 가장 소중한 작은 아내여!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받았더라면 모든 게 괜찮을 텐데요.- 애퍼딩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낸 내 편지를 받았길 바라요.- 지난 편지에서 당신에게 리비젤 페이스와 이야기 해보라고 말했지요. 다만 안전하게 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만약 내가 초고로 2000굴덴을 H에게 올려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때 당신은 다른 이유를 대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내가 뭔가의 사업적 거래를 생각하고 있긴 한데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여기에서 뭔가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당신과 우리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거요. 내가 여기서 알려져 있고 존경받고 있는 건 사실이요, 하지만 음… 아니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봅시다.

어떤 경우든, 신중을 기하는 쪽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이 거래를 H와 결론 맺기를 원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나는 얼마간의 돈을 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전 이제 일만하면 돼요. 나는 그 일을 내 작은 아내를 위해서 아주 행복하게 할 겁니다. 내게 편지를 보낼 때는 항상 당신의 편지를 통상 우편(*우체국에서 찾아가는 우편, 주로를 따로 기입하지 않음)으로 주소를 써 보내세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현재 비엔나에 있는지 바덴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는 이 편지를 호퍼 부인의 주소로 써서 보냅니다. 당신과 다시 함께 할 걸 생각하면 어린아이처럼 모든 게 흥분이 되요. 만약에 사람들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아마 부끄러울 겁니다. 모든 것이 나에게 차갑습니다.-얼음처럼요. 만약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면, 나를 좀 더 즐겁게 해주는 예의 바른 사람들을 찾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모두 허무할 겁니다. 잘 있어요, 내 사랑.

온 영혼을 다해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는 모차르트가.


1790년 10월 17일
매인즈, 독일

추신, 내가 마지막 페이지를 쓰는 동안 종이 위에 눈물이 뚝 뚝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힘을 내야겠지요 -잡았다!- 수많은 키스가 날아다니고 있어요 - 두 개 잡았다! 키스들이 거대하게 모여 있는 게 보여요. 하하 방금 세 개를 잡았어요.- 정말 맛있군요 - 당신은 여전히 이 편지의 답장을 할 수 있지만 반드시 린츠에 통상우편으로 주소를 써야 합니다 - 그게 가장 안전하니까요. 레겐스부르크로 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도 확실하게 말해줄 수 없어요. 단지 겉봉투에 수신자가 가지러 갈 때까지 편지를 잘 간직해달라고 써 두세요.

안녕, 친애하는 가장 사랑하는 작은 아내여. 건강을 돌보세요. 그리고 도시로 나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어떤지 편지로 말해주세요. 안녕, 당신에게 백만 번의 키스를 보냅니다.


작가 소개

요한 크리소스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Johann Chrysostom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하며 계속해서 사랑받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음악 신동으로 다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피아노 거장으로 유럽을 여행하였다. 그는 심포니, 콘체르토, 콰르텟 그리고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바니>, <마술 피리> 같은 오페라 등 수백 곡을 남겼다.

모차르트는 맨하임에 있는 뮤지컬 센터를 방문했을 때 음악적으로 재능있는 베버 가문과 친해지게 되었고, 집안의 장녀이자 성악가이기도 했던 알로이시아에게 구애를 했으나 거절당하고 만다.

수년 뒤 모차르트는 비엔나에 있는 베버 집안에 하숙인으로 들어가게 되고 가장 어린 딸이자, 당시 열 아홉살이었던 소프라노 가수 콘스탄체에게 관심을 돌리게 된다. 그들은 사귀게 되었지만 콘스탄체가 실내 게임에서 다른 남자에게 종아리를 재어보는 것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잠시 헤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결혼하였고 두 명의 아들이 생존했다.(총 여섯 아이를 낳았다.)

콘스탄체는 1783년 찰츠부르그에서 있었던 모차르트의 ‘C 마이너 미사’의 첫 공연에서 리드 아리아를 불렀고, 이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바로크 스타일의 그의 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편지에서 H는 음악 출판 발행인이었든 프란츠 안톤 호프마이스터(Franz Anton Hoffmeister) 이고 호퍼 부인(Madame Hofer)은 콘스탄체의 여동생 조세파(Jospha)를 말한다.

모차르트는 1791년 미망인과 어린 자식들에게 상당한 빚을 남기고 죽었다. 콘스탄체는 추모 음악회와 남편의 근간을 출판함으로써 가족들에게 재정적인 안정을 찾아줄 수 있었다. 그녀는 결국 숙박인으로 처음 만난 덴마크 외교관과 재혼하였다.


서진의 번역 후기

예술계에는 문학적 신동 보다는 음악적 신동이 더 많습니다. 신동 영역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후세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흥행사의 역할을 자처하며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벌게 했습니다.

아버지와 찰츠브루크의 답답한 궁정을 떠나고 싶었던 모차르트에게 콘스탄체와의 사랑은 자신을 억압하고 있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아버지는 끝내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고, 결혼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차르트는 결혼 이후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며 승승장구하지만 지나친 낭비로 인해 가산을 탕진하고 말지요. 편지에서도 돈에 대해 자꾸 언급하는 이유가 그런 식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항상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키스가 수십개가 날아다닐 정도로 모차르트는 아내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 그의 재능을 시기한 살리에르가 독살을 했을 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력에 기반한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 진혼곡을 작곡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제가 궁금한 것은 그가 어떻게 죽었느냐가 아니라, 죽는 순간에 과연 누구를 생각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버지일까요, 아내일까요?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