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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군의 가창력의 나비, 그녀가 뜨지 못하는 이유

타미테렐(Tammi Terrell) , 나비, 리르 르 떵(Lyre Le Te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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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팝 사운드란 이런 것 -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는 한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마빈 게이와의 이 듀엣곡 때문인지 단지 이 듀오의 활동으로만 타미 테렐을 기억하는 음악 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1980년대의 팝 사운드란 이런 것 - 타미테렐(Tammi Terrell) , 나비, 리르 르 떵(Lyre Le Temps)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는 한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마빈 게이와의 이 듀엣곡 때문인지 단지 이 듀오의 활동으로만 타미 테렐을 기억하는 음악 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솔로 활동 곡들을 모은 음반이 발표되었네요, 그리고 가창력보다는 다른 요소로 더 많은 어필을 하는 요즘, ‘디바’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나비’의 신보도 발표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핫’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보여주는 ‘리르 르 떵’의 음반도 소개합니다.

타미 테렐(Tammi Terrell) - < Come On And See Me: The Complete Solo Collection > (2011)

흑인 음악 레이블 '모타운(Motown)'을 '비운'과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필터링하면 2명의 인물이 도출된다. 한 명은 '슈프림스(Supremes)'란 팀명 결정에 직접 관여한 리더였지만, 영광은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에게 뺏긴 채, 심장마비로 32년간의 짧은 삶을 마감한 플로렌스 발라드(Florence Ballard). 그리고 또 다른 이는 24살이란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유명을 달리한 꽃 같은 처자, 타미 테렐(Tammi Terrell)이다.

1945년 필라델피아 태생인 그는 15살의 나이로 셉터(Scepter) 레코드에 적을 두고 팝계에 데뷔했다. 타미 몽고메리(Tammy Montgomery)로 활동하며 10장이 넘는 싱글을 발표하지만, 1963년 「I cried」가 유일하게 싱글차트(99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결과는 참담한 실패. 이렇듯 극심한 상업적 부진에도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가 지닌 잠재력과 장래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쇼에 합류해 활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미 테렐의 매력은 중후함과 상큼함의 절묘한 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빼어난 미모와 더불어 보컬에서도 이런 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어른스런 두 왑(Doo-wop)과 소울, 블루스 넘버들을 뛰어나게 표현하는 동시에, 통통 튀는 고탄력 음성으로 틴 팝도 소화한 듀얼 코어 적인 소질을 당시 음악계에서는 예사로 보지 않았다. 이런 점이 베리 고디(Berry Gordy)의 주목을 받았고 타미 테렐은 자신의 스무 살 생일인 1965년 4월 29일, 모타운과 계약 후 활동에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를 마빈 게이(Marvin Gaye)와의 듀오 활동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이들에게 본 작품은 대단히 의외의 모음집이다. 듀엣곡들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에도 여전히 솔로 가수의 욕심이 있었고, 이를 위한 노력이 앨범에 수록된 50곡에 빼곡히 담겨 있다. 타미 몽고메리란 이름으로 발표했던 셉터 시절 14곡을 포함해, 유일한 솔로앨범인 < Irresistible >, 싱글로만 발표된 모타운 시기의 희귀 곡들과 라이브 트랙까지 타미 테렐이란 가수를 온전히 솔로 아티스트로 인식시키게 할 만큼 충실한 구성이다.

본 작에 수록된 곡들은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점이 품질과 크게 연관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앨범에는 16살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성숙미를 풍기는 「If you see Bill,」 「Voice of experience,」모타운 시절의 첫 솔로 히트곡 「I can't believe you love me,」 타이틀 트랙 「Come on and see me」 등 보물 같은 1960년대의 팝 사운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풋풋하며 당당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솔로버전이나 「More, more, more,」 직선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I gotta find a way to get you back」 등이 담긴 두 번째 디스크는 모타운 사운드의 전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 선 사나움과 허스키함, 펑키(funky)한 감성, 호소력과 파워, 파릇파릇한 소녀의 음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보이스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1967년 마빈 게이와의 공연 도중 무대에서 쓰러진 그는 뇌종양을 선고 받고 투병중인 가운데서도 결코 녹음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68년 발표된 「Ain't nothing like the real thing」이나 「You're all I need to get by」 같은 히트 싱글들은 의지로 일군 치열한 결과물이다. 그는 여덟 번에 걸친 수술과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1970년 3월 16일에 세상을 떠났다. 마빈 게이가 발표한 일정부분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만들어 진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죽음이 모타운과 흑인 음악계에서 안타까운 손실로 받아들여졌음은 분명하다.

'마빈 게이의 파트너'로 알려진 그녀의 대중적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다. '혼자'인 타미 테렐이 얼마나 뛰어난 싱어인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모타운의 스타일을 정리하는 측면에서도 이 모음집은 가치가 높다. 40년 전, 당당하게 병마와 싸웠지만 결국 세상을 등진 타미 테렐. 그래서일까. 앨범 커버 속 해 맑은 미소엔 더없이 쓸쓸한 정서가 스며있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나비(Navi) < Hello > (2011)

신인 가수를 알리기 위한 작곡가 이현승의 눈물겨운 사투.

주목할 만한 신인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못하다. 김태우의 「사랑비」, 다비치의 「8282」,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등 꾸준한 히트곡을 내놓는 작곡가 이현승이 발굴. 직접 차린 회사의 1호 가수로 올리게 된 나비(Navi)는 데뷔 3년째지만, 여전히 이름을 알리려 노력 중이다.

안지호란 본명의 이 여성은 이미 다른 음악가들에게도 능력을 검증받았다. 김형석은 물론이고, 신승훈은 아예 본인의 20주년 기념 음반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흑인 음색이 느껴지면서도 깔끔히 지르는 발성이 발군이다. “처음 보자마자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떠올랐다.”(이현승)라고 말했을 만큼, 최근에 나온 젊은 여가수 중에선 단연 정상급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원에 나선 노래들도 범상치 않다. 2008년 3월 처음으로 내놓았던 「I love you」는 바로 침투되는 놀라운 선율과 재즈 반주로 짠 세련된 마무리로 귀가 즐거울 정도다. 이현승의 야심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잇따라 출시된 싱글들도 마찬가지. 「마음이 다쳐서」(2009), 「끝까지 들어」(2010)도 예사롭지 않은 가락이 있다. 신인이 다 받기에는 벅찰 정도로 많은 킬링 트랙들이다.

이번에도 탄탄하다. 직접 쓴 「놀라워라」는 「길에서」 이후의 발라드 후속을 충실히 메웠고, 타이틀로 나선 「잘 된 일이야」도 순위권에서 쉽게 물러나기 어려운 곡이다. 만약 후반에 배치된 과거의 싱글들이 신곡이었다면 앨범 한 장이 '멜로디 잔치'로 비추어졌을 만큼, 날렵한 가락들이 포진되어 있다. 곡과 노래 실력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대중음악에 이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호응은 냉담하다. 왜 그럴까.

'나비'란 대명사는 이미 국악, 댄스, 인디 분야에서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이름이다. 데뷔곡 역시 보편적으로 쓰여(「I love you」) 여러모로 하나의 상표를 만들기엔 뚜렷하지 않다. 거기에다 참여 명단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최고'를 위해 많은 조력자가 함께했지만, 욕심이 과했다. 어떤 장르든 시원시원히 어울리는 보컬을 지나치게 믿은 듯, 음악 방향이 애매하다. '끝까지 들어'는 댄스곡, 「우리 정말 사랑했어요」는 듀엣 발라드, 「I love you」는 팝이다. 나름 폭넓은 대중음악을 지향하려 한 건 이해하나, 싱글 몇 장에 너무 많은 걸 나타내려 했다.

그래도 억울할 만하다. 빈틈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음에도 대중은 계속 외면하고 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듯 전력투구하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클로징에 뮤직?디오를 투입하고 있고, 도시 중심가엔 앨범 포스터를 붙이고 있으며, 나비의 트위터 내용은 쉴 새 없이 기사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정도라면 회사는 '가수'라는 직업 울타리 안에서 할 수 있는 홍보는 놓치지 않았다.

빛내줘야 할 신인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못 알아봐 준다면 대중은 진정한 노래쟁이를 놓치는, 아쉬운 일이 생길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미지근한 반응 이후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지원이 끊기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면 그? 회사와 가수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다. 이승환이 < Karma >(2004)를 내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음악으로만 봐준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리르 르 떵(Lyre Le Temps) < Lady Swing > (2010)

이토록 격정적이고 흥미롭고 경쾌한 댄스음악을 들려주는 팀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이들의 음악은 즐거움으로 활짝 피어난다. 음악이 흐르는 곳이 바로 클럽이 될 만큼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마법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거기에다가 재즈와 힙합을 기반으로 팝, 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 하이브리드 스타일은 의외성과 독특함으로 또 한 번 세계 음악팬들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프랑스 클럽 신에서 '핫'하고 '쿨'한 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3인조 라이브 밴드 리르 르 떵(Lyre Le Temps)의 결성은 디제이인 두 멤버 아모르프(Amorphe)와 세콩드(Seconde)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한 파티에서 처음 만난 그들은 롤랜드나 아카이사에서 제작한 드럼 머신 같은 재래식 하드웨어에 공통 관심사를 찾았고 그런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다. 처음으로 합작해서 만든 곡은 「About the trauma drum」, 하지만 연주 음악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콩드는 그의 친구 림므(RY'M)를 불러 자기들이 만든 곡에 노래를 부르게 했다. 림므는 한 번에, 그리고 모든 과정을 즉흥으로 처리함으로써 보컬리스트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입증했고 그룹의 멤버로 영입됐다.

이미 음악 만들기에 심취한 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자기들만의 앨범을 제작하기를 원했고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곡 작업에 전념했다. 그러면서도 3년 동안 15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 덕분에 정식으로 음반을 출시하기 전부터 클러버들 사이에서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룹의 공식적인 출범을 알린 2010년 데뷔작 < Lady Swing >은 무엇보다도 면면에 들어선 혼종 양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Go down」은 콘트라베이스가 리드하는 스윙감 넘치는 연주로 진한 재즈 향을 뿌리며 「Hold the night」는 빠른 템포의 하우스 비트에 재즈 샘플을 곁들여 역동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록과 빅 비트가 크로스오버된 「Into the black hole」, 재즈와 로큰롤, 소울의 중간 지점에 안착하는 「You got it」는 리르 르 떵의 화려한 하이브리드 성향을 설명하는 노래들이다.

수록곡 모두가 댄서블한 기운을 간직한 것도 특징이다. 영미 대중음악에서 흥행 공식이 되는 전자음 위주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앨범은 춤추기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노래들을 담고 있다. 「About the trauma drum」은 스카에 근접한 리듬으로 들썩이고 「Against the grain'은 묵직한 드럼 비트와 거칠게 들리는 관악기 편곡이 흥을 내보이며 'Lady swing」과 「Sweet sugar swing」은 스윙 리듬에 자유분방한 보컬, 탄력적인 베이스라인이 어우러져 시원하게 들린다. 전혀 과잉하지 않는 편곡과 재즈, 힙합에 충실한 구성이 어색함 없이 조화되고 있다.

요즘 음악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하이브리드 클럽 음악이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힙합 마니아들이나, 댄스음악을 선호하는 이들 모두의 마음에 들 앨범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음에도 어디 한 군데 어수선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고 야무지게 결속해 몇 배로 멋스럽다. 재즈, 힙합, 댄스음악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제는 프랑스 그룹 리르 르 떵의 놀라운 데뷔작을 기억해야 한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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