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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사는 삶: 작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 레슨』

쓰레기 같아도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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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는 게 시시해질 때가 있다.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것처럼,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순간. 그런 시시한 순간마다 나는 글을 쓴다.

 
글 쓰며 사는 삶: 작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 레슨
나탈리 골드버그 저/한진영 역 | 페가수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프리 라이팅 수업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한 번쯤 작가를 꿈꾸고 그러한 삶을 동경하며 생의 나머지를 글로 채우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인생은 고단하고 글쓰기는 녹록치 않다. 우여곡절 끝에 종이와 펜을 들고 탁자 앞에 앉은 뒤에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책은 글쓰기를 갈망하면서도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인생과 사유에 관한 책이다.

문득, 사는 게 시시해질 때가 있다.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것처럼,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순간. 그런 시시한 순간마다 나는 글을 쓴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 단락을 만들고, 단락과 단락을 이어 하나의 글을 지어낸다. 시시해져 가는 나의 시간들은 글 쓰는 시간들로 겨우 메워져 왔다. 따라서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란 단순히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보이기 위한 글이든 보이지 않기 위한 글이든, 글 속에는 방향이 있다. 두서가 있든 없든, 써 내려가는 글은 방향성을 갖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방향을 향해 쓰고 또 쓰다 보면 결국에는 답을 얻게 된다. 그런 과정이 날 살아 있게 했다. 우습게도 나는 행복의 절정에서조차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속은 여러 생각들로 부산했고, 글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글 쓰며 사는 삶.

그래서, 내 삶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소설가나 시인을 업으로 삼지 않아도, 매일 글을 쓰고 써왔던 글을 읽으며 그렇게 이어지는 삶. 그것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삶이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글 쓰며 사는 삶을 살겠다!” 다짐하고 외쳐도, 격무에 시달리고 피로에 찌든 회사원의 감성은 쉽게 말라갔다. 멋진 글을 향한 욕심만큼이나 무거워진 단어들은 거추장스러웠고, 그 엄청난 무게에 숨이 막혀 더는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었다.

“네가 하루에 한 페이지씩 쓰면 1년에 365페이지야. 그럼 장편소설이 된다고.”
달콤한 천사의 목소리를 10분 동안 경청한 뒤 글을 써보는 게 어때?

그녀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쓰레기 같은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 (전작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근사한 첫 문장을 고르느라 한 시간 째 썼다 지운 내 글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한 마디. 위대한 작품을 쓰리라 기대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글을 쓰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그녀의 주장은 한 때 나의 창작욕에 불을 지폈다. (그래, 나는 박민규도 알랭 드 보통도 아니지 않은가!)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통제를 벗어나 야성의 마음을 풀어놓아야 한다고. 필요하다면 귓속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을 속삭이는 천사를 스스로 키우기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글을 쓰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그 방법론에 더해 작가들의 소소한 생활과 사고 방식을 보여준다. 나아가, ‘작가적인 삶을 살기 위한’ 자세를 제시한다. ‘너는 쓸모없는 패배자고, 펜 하나도 집어들 수 없는 바보’라고 말하는 의식의 파편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주위에 펼쳐져 있는 광대한 하늘인 야성의 마음으로 뛰어 들어가 만물이 우리를 통과해 지나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쓴 글을 버리지 말고 공책에 모두 그대로 남겨두라고 제안한다. 모든 글이 담겨있는 공책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며, 자기의 진짜 마음을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형편없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 때는,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자기가 쓴 글의 몇 단락만이라도 읽어주기를 권한다. 자신의 글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지 않아도, 그냥 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가벼워지고 다시 힘을 얻게 될 거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써나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써놓은 글을 다시 읽는 과정에서 ‘아, 또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새삼스럽게 내가 쓴 표현에 감탄하는 것도, 당시의 생각에서 한 뼘은 자라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내 목소리로 내가 쓴 단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읽어가는 시간이 참 좋다. 그녀가 말한대로 ‘(타인에게든, 스스로에게든) 글 읽어주는 시간’이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주는 것이 분명하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신에게 말하라. “나는 작가다.” 스스로 그 말을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 그냥 씨앗 하나를 심어놓았다고 생각하자. 우리의 삶은 거대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무거운 펜을 들어 막막한 페이지 위에 올려 놓고 실제로 쓰기 시작하면, 이 세상의 보이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나는 작가다.”라는 말이 당신 안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불러 올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원하는 것과 실제의 당신이 만나서 하나가 될 것이다. (p.123)

글쓰기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언제나 가슴 떨리는 일이다. 가슴이 떨리는 경험은 참으로 위험쿇다.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 결국에는 또 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늘 작가가 되길 소망하지만 작가적인 삶을 살기에는 핑계도 변명도 많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짐한다. “나는 작가다.” 쓰레기 같은 글을 써도 괜찮다는 그녀의 말을 이번에도 또 한번, 믿어보련다.



나탈리 골드버그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시인이며 소설가다. 오랜 세월동안 동양적인 가치를 체험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 속에 담아냄으로써 글쓰기를 갈망하는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작가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때로는 강철처럼 단단하게 때로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등을 두드리며 “머뭇거?지 말고 펜을 들라”고 독려하는 글을 써왔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으며, 이 책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녀의 집필과 강의, 명상 등 인생 전반에 대해 동행취재 하였으며, 2006년에는 밥 딜런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Tangled Up in Bob'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된《Writing Down the Bones》를 비롯하여《Old Friend From Far Away》《Banana Rose》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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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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