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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타도!’ 외치며 탄생한 최고의 명반 - Beach Boys (1966)

획기적인 사운드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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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사운드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죠. <Pet Sounds>는 「Sufin' USA」의 히트 싱글 이후 자칫 유행가를 부르는 그룹으로 남을 수 있었던 ‘비치 보이스’가 그들의 최강 매력 ‘보컬 화음’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의 실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앨범입니다.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고 있죠. 효과음을 이용한 ’일렉트로닉‘의 시작, 필 스펙터가 창안한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의 녹음기술의 진가를 느껴보세요.

비치 보이스(Beach Boys) <Pet Sounds> (1966)

비치 보이스의 음악 리더인 브라이언 윌슨이 <Rubber Soul>로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앞서 가는 그들이 두려웠다. 자신도 상상하지 못할 작품을 만들어내 그들에게 충격을 되갚아야 했다.

그는 자신과 동생 칼, 데니스, 사촌인 마이크 러브 그리고 친구인 알 자딘으로 구성된 비치 보이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서프 음악(surf music)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몇 해 전까지 자신들은 저 유명한 「서핀 유에스에이」(Surfin' USA)를 비롯해 「파도를 타자」(Catch a wave),「서프하는 아가씨」(Surfer girl) 등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과 태양을 무대로 서핑의 즐거움을 담은 낙관적인 노래를 가지고 팝계를 강타했었다.

그러나 드높은 인기의 와중에서도 그는 서프 음악을 계속하는 게 못마땅했다. 이제는 뭔가 실험적인 ‘자기 음악’을 하고싶었다. 64년 말 신경쇠약 증세로 그룹을 잠시 떠나게 되면서 이러한 전환 욕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윌슨은 서핑 사운드와 결별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비치 보이스의 변신을 위해 홀로 작곡 편곡 녹음에 열중했다. 목표는 상기한대로 ‘<Rubber Soul> 초월! 비틀스 타도!’ 였다.

66년 5월에 발표된 <Pet Sounds>는 이같은 브라이언의 예술적 욕구가 낳은 산물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비치 보이스라는 그룹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브라이언 개인의 독집에 가까웠다. 음반의 어떤 곡에도 이전의 비치 보이스 색깔은 배어나오지 않았다. 해변 소년들의 쾌할함은 거품이 빠져버렸고 곡은 훨씬 느려졌으며 작사가 토니 애서의 지원을 받은 노랫말은 자기성찰의 분위기로 흘렀다.

획기적인 변화는 무엇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나타났다. 브라이언은 필 스펙터가 창안한 녹음 기술인 ‘월 오브 사운드’를 적용해 더빙의 반복으로 사운드를 두껍게 했고 종소리 경적음 외침소리와 같은 효과음을 많이 응용했다. 그것은 곧바로 녹음업계에 일렉트릭 아닌 ‘일렉트로닉’ 물결을 일으키는 기술적 개가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캐롤라인 노」(Caroline no) 「신만이 알지」(God only knows) 「슬룹 존 비」(Sloop John B) 그리고 「해답이 있는 건 알아」 (I know there's an answer) 등은 복잡하고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신만이 알지」의 충격을 훗날 뮤지션 피트 셀리는 이렇게 술회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도저히 어떤 악기를 썼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밀도 있는 컴팩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사용되었는지 알아내는 데는 정말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당시 캐피틀 레코드사는 이 음반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브라이언이 돈만 낭비하고 히트할 앨범을 만들지 않았다고 불평했고 오히려 뒤이어 나온 비치 보이스 히트곡집의 홍보에 주력했다. 흔히 명반들이 당하는 고전적 시련이다. <Pet Sounds>가 대중적으로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게 좋은 것이 아닌가요」(Wouldn't it be nice) 와 「슬룹 존 비」는 빌보드 싱글 차트 톱10에 올랐으며 ‘앞마잹 옛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의 피리소리…’의 「그리운 고향」으로 번안되어 알려진 서인도 제도의 민요 「슬룹 존 비」는 그 친숙함 때문에 오랫동안 애청되었다.

이 앨범의 진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 나타났다. 레코딩 종사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스튜디오 자체가 하나의 음악 도구라는 사실을 배웠다. 평론가들은 지금도 이 앨범을 시대를 앞서간 60년대의 몇 안되는 ‘컬트’ 음반의 하나로 꼽고 있다. 브라이언 윌슨은 이 희대의 걸작으로써 실험적인 자세와 비범한 음악 능력을 인정받았다. 비치 보이스가 서프 음악의 짧은 유행을 넘어 반짝 그룹으로 전락하지 않고 록의 전설로 숭앙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 앨범 덕분이다. 전에는 그토록 부담스러워 했던 캐피틀사는 96년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CD 박스 세트를 제작, 뒤늦게 윌슨의 천재성에 헌정했다.

브라이언은 비치 보이스 이미지의 혁명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한 가지는 그대로 살리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것은 그들이 록 역사에 남긴 음악유산으로 평가받는 바로 그들만의 절묘한 보컬 화음이었다. 환상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하모니가 여러 음향 효과와 갖가지 소리와 믹스되어 경이를 창출한다.

당대와 후대의 음악인들이 느낀 경이를 들어본다.

“이 앨범은 우리로 하여금 음악을 듣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소닉 유스)

“이제 <Pet Sounds>를 상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것은 ‘역사적 다큐멘터리’다.”(캐피틀사)

“난 지금도 이 앨범을 듣는다. 당시에도 내게 일대 전환점이 되어 만약 <Pet Sounds>가 없었다면 아마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폴 매카트니)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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