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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워리어스 웨이> 매력은 ‘황당함’

장동건과 워리어스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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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되는 <워리어스 웨이>는 100%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영화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극도로 인공적이고 컴퓨터 그래픽은 차고 넘친다.


이번에 개봉되는 <워리어스 웨이>는 100%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영화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극도로 인공적이고 컴퓨터 그래픽은 차고 넘친다. 이야기는 현실성이 전혀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 같은 설정에 상상력을 부추긴다.

전설의 동양인 무사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당도했다는 설정도 그렇고, 그런 무사와 사막 한 가운데서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무리들이 목숨을 건 한판 승을 펼친다는 구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동양에서 건너온 그 무사는 처음부터 영어를 잘하고, 어느 순간 마을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꿰뚫는다. 논리를 따지고 들자면 허점이 수도 없이 많은 영화다.

하지만, 달리 말해 이 영화의 매력이야 말로 이성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황당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신 멋진 캐릭터가 나오고, 러브스토리가 있고, 정의의 승리가 있고, 해피엔딩이 있는 말 그대로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머리 싸매고 논리를 따지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감상법이란 얘기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오락 대작영화의 주인공을 대한민국 토종배우인 장동건이 맡았다는 사실이고, 할리우드 메인 스트림에 안착했다는 점이다.

일단은 반갑다. 우리나라 배우가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알려진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전에 정지훈의 주연을 맡은 <닌자 어쌔신>이 있었고, <지. 아이. 조>이병헌과 <찰리의 진실>박중훈 등이 시장을 개척해온 결과다. 뿐만 아니라 송혜교는 최근 저예산 인디 영화 <페티쉬>를 선보였고,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던 보아는 춤을 주제로 한 영화에 캐스팅되어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새삼,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반가운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궁금해하며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 영화의 중심은 장동건이고, 비록 대사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턱 없이 적긴 하지만 최고로 많은 장면에서 그의 얼굴이 등장하니까.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한국 이외의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쯤, 첸카이거 감독의 <무극>이라는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은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색한 중국어와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 등장했지만, 장동건이라는 이름은 유효했다.

비록 현지화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나키스트>,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의 작품을 통해 해외와의 합작에 눈을 돌렸던 그다. 마침내 <워리어스 웨이>야 말로 해외진출의 방점을 찍은 작품인 것이다.

지난 해 미국 출장 길에 이병헌의(솔직히 얼굴은 누군지 알아 볼 수 없는) 거대한 <지 아이 조> 포스터가 걸린 빌딩 외벽을 보고 감탄하고, 정지훈의 벗은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닌자 어쌔신> 포스터를 유럽에서 만났을 때의 기쁨보다 이번 <워리어스 웨이>의 등장은 더더욱 반갑다. 지금까지 그 어떤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이처럼 또렷하게 한국 주연배우가 포스터의 중심에 얼굴? 다 드러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정말이지 오리지날 예고편에 등장했던 “인터내셔날 슈퍼스타”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한류의 물살이 태평양을 건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쁘다. 이제,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미명아래 우리의 기술만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기술에 배우들과 스탭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제는 단순히 배우들뿐만 아니라 소문이 무성한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작들도 하루빨리 보고 싶은 심정이다.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은 미국 10대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라이온스게이트와 손을 잡고 <테이큰>의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탈옥한 마약 두목과 그를 추적해가는 FBI 그리고 사건에 우연치 않게 휘말린 보안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꽤 큰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라는 것과 지난해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라이온스게이트 프리젠테이션에 특별 언급되었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다시금 리메이크에 시동을 걸고 있으며, 봉준호 감독에 대한 해외 영화계의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워리어스 웨이>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 하나보다도 좁은 땅덩어리에서 이만큼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더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디 워>에서 영화의 말미에 ‘아리랑’이 흘러나왔을 땐 사실 굉장히 오글거렸지만, <워리어스 웨이>에 등장하는 사물놀이패의 리듬감 강한 OST는 ‘우리 음악이 세계에서 먹힐 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느끼게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이지 <워리어스 웨이>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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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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