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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onnection

Like a 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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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30일(미 현지시간)은 어쩌면 국내 음악 팬들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계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Like a g6」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기 때문이죠.

2010년 10월 30일(미 현지시간)은 어쩌면 국내 음악 팬들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계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Like a g6」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기 때문이죠. 조 한(Joe Hahn)이 디제이 역할을 맡고 있는 린킨 파크(Linkin Park)의「In the end」가 아쉽게도 2001년에 2위에 그치는 바람에 첫 영광은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한국계 멤버 정재원(J-Splif), 노지환(Prohgress)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일시적으로 동포애를 자극하는 호들갑이 탐탁치는 않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힙합과 한국과의 접점이 있었던 순간들을 잠시나마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회식의 좋은 예
파 이스트 무브먼트로 운을 띄워보았으니 몇 마디 첨언 좀 해보겠습니다. 「Like a g6」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죠. 엘에이의 코리아 타운을 배경으로 촬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힙합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위스키와 샴페인으로 뒤엉킨 주지육림의 광경이 도배되지만, 의외로 소박한(?) 소주와 맥주병이 일렉트로닉 힙합 사운드에 맞춰 화면에 등장하다보니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리아 타운에서도 ‘입맛따라 즐겨먹는 일동 막걸리’가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도 뮤직비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죠.

회식의 나쁜 예
소주와 맥주병이 도열해 있는 즐거운 술자리하면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떠올려지곤 합니다. 올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풍성했던 음악 페스티벌 중에 하나인 ‘써머 위크앤티’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단연 카니예 웨스트였습니다. 내는 앨범마다 족족 평론과 대중의 찬사를 받는 힙합 메시아가 한국 땅을 밟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보내기에 충분했죠. 낙산 해수욕장에서 광란의 무대를 선사한 그는 한국을 떠나면서도 익살맞은 풍경을 덤으로 선물하는 대인배적 기질을 뽐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평가한 별 3개 레스토랑만을 출입할 것 같은 그도 한식당에 들어가서는 다소곳한 양반다리차림으로 한국음식을 즐겼더군요. 사이다 병을 들고 있는 동료는 뭔가 불만이 많아 보이네요.

그래…끝내준다, 끝내줘
현재 대세인 힙합계의 아이콘을 몇 명 뽑으라면 카니예 웨스트말고도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구심점인 윌아이앰(will.i.am)을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투애니원(2ne1)과의 작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 인물이 되었죠. 문제는 또 뮤직비디오입니다. 요즘 힙합 계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래퍼인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호흡을 맞춘 「Check it out」에서 말도 안 되는 한글 자막으로 도배를 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말도 안 되는 발음으로 시작 멘트를 날리는 동양인 남성과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번역을 한 듯 맥락과는 전혀 맞지 않는 한글 자막을 보면 폭소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이 두 남녀 래퍼는 한국어가 특수효과 처리된 배경으로 쓰일지 몰랐었나봅니다.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일본 문화 예찬론을 펼쳤으니 말이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긍정적으로만 표출된 것은 아닙니다. 아이스 큐브(Ice Cube)는 엘에이 폭동에 기름을 부은 「Black Korea」라는 곡에서 흑인을 잠정 범죄자로 여기는 한국인 상인들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의 성격으로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가 이민 시절 「Call me tiger」라는 곡을 썼던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니다.

차는 역시 독일산이 최고지.
앞서서 언급했던 니키 미나즈와 근래 들어, 때 아닌 디스전에 가담하여 노장투혼을 불태우고 있는 릴킴(Lil' Kim)은 2000년 발표한 <The Notorious K.I.M>앨범의 수록곡 「Off the wall」에서 국내 모 자동차를 업신여기는 가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힙합 가사의 주된 테마 중에 하나인 뽐내기(Swag)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벤틀리와 한국산 자동차를 대조시킨 것이죠 (I`m a Bentley / y'all something like a Hyu****). 사실 특정 자동차 회사는 이상하게도 동네북마냥 힙합 가사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1995년 곡 「One more chance」의 리믹스 버전에서도 여성에게 선심을 사기 위한 공략으로써 한국 자동차를 벤츠로 바꿔주겠다고 호언합니다. (Baby Benz, traded in your Hyundai Excel).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던 터라, 그 당시만 해도 ‘한국 자동차=서민용 자동차’라는 선입견이 광범위하게 존재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분명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힙합 뮤지션의 존재를 알린 공신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숨은 실력자들이 있지요.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의 래퍼인 라카(Rakaa Iriscience)가 우선 떠오릅니다. 이들은 올드 스쿨 힙합의 거장, 런 디엠씨(Run DMC)의 잼-매스터 제이(Jam-Master Jay)를 추모하며 카니예 웨스트, 존 레전드(John Legend)와 함께한 「This way」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끌었던 바가 있습니다. 라카는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 어머니와 흑인-원주민 피가 섞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역시 가정환경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지 라카는 2009년 드렁큰 타이거의 8집 앨범에 수록된 「Monster」에 참여하여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케로로가 아니올씨다.
에픽 하이와 다이나믹 듀오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케로 원(Kero One)을 빼놓으면 섭섭하실 것 같네요.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두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힙합 아티스트입니다. 출생지를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던 중, 의외로 그의 싱글 앨범이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정규앨범까지 발표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무명 시절에 비하면 현재 그의 위상은 대폭 상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윌아이앰이 그의 음악을 듣고 급히 동영상으로 러브콜을 날렸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케로 원의 음악이 궁금해지신다면 솔로 앨범들(<Windmills Of The Soul>, <Early Believers>, <Kinetic World>)을 들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에픽 하이와 함께 한 「Rock steady」와 다이나믹 듀오 곡에 피쳐링한 「지구본 뮤직」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의도가 불순했든, 건설적이었든지 간에, 멀리 미국 힙합 신에서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호불호를 떠나서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근래 들어 국내 힙합 뮤지션과 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가 늘어나게 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다음 앨범에 한국 아티스트가 참여한 곡이 또 다시 좋은 차트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비용과 노력대비 인지도를 높이는 효율 측면에서 이만한 훌륭한 수단이 없는 것이겠죠. 굳이 자신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에만 치중하여 과도하게 접점을 찾기보다는, 우선 음악적인 교감을 전제로 하여 협업을 이루는 구도가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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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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