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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폴 포츠, 영국의 수잔 보일, 그리고 슈퍼스타K 허각

슈퍼스타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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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에 붙는 숫자들은 규모부터 거대하다. 이를 방증하듯 슈퍼스타K2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은 길거리도 뜨거웠다

18%, 134만 6402대 1, 40억
슈퍼스타K2에 붙는 숫자들은 규모부터 거대하다. 이를 방증하듯 슈퍼스타K2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은 길거리도 뜨거웠다. 마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처럼 사람들은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가게 앞의 TV에 모여들었다.

온라인은 더 난리법석이다. 신화 창조를 위해 온라인 투표에 열을 올리고 포털사이트는 메인부터 검색어 순위까지 슈퍼스타K2로 도배가 되었다. ‘허각’이라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 후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널리 알렸으며 한 신문은 사설로, 한 정당은 미래비전으로 제시하였다.


슈퍼스타K2의 성공에 대한 분석과 찬사도 쏟아져 나왔다. 3,4년이 넘는 탄탄한 기획과 시청률의 늪으로 불리는 금요일 밤의 공격적인 편성, 특히 백미는 시청자들의 직접투표 방식이다. 마치 게임 속 아바타를 키우듯 자신이 점찍은 가수에 투표를 하고 그가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문자참여만 130만이 넘었다고 하니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 이쯤이면 기획사가 스타를 고르는 게 아니라 대중이 스타를 고르는 것이다. 슈퍼스타K선풍의 메시지가 어쩌면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134만 6402대 1의 주인공이 존박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신드롬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존박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재미교포에 번듯한 학력, 키 180cm의 미남은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왕자와 평민과의 싸움으로 점철되던 결선은 이런 스펙 때문에 예상이 계속 엇갈렸다. 가요계의 현실과 신데렐라 탄생의 꿈 사이에서 대중들의 도박이 계속된 것이다.

결국 허각이 심사위원들에게 99점을 받는 순간 사람들은 강렬한 희열을 느끼며 재미보다 불가능한 사실을 가능으로 바꿨다는 감동에 들끓기 시작했다. 내가 영웅을 만들었다는 긍지, 그리고 세상의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는 벅찬 감동이 허각의 우승 신화의 초석이 되었다. 슈퍼스타K2를 평범한 오디션 프로가 아나라 감동의 드라마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중졸의 환풍기 수리공은 2억원의 거액을 거머쥔 슈퍼스타로 탄생했다. 그런데 잠시 여기서 스톱.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스토리다 미국의 폴 포츠, 영국의 수잔 보일, 대만의 린 위춘까지 평범하다 못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인생 역전 스토리. 전세계적에 이런 비슷한 라인의 기적이 오디션 프로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민주주의를 닮은 오디션 프로의 복음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꿈틀되는 대중의 욕망의 발현일까? 후천적 노력보다 선천적 배경이 중요한 사회적 구조에 질린 사람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 같은 성공신화에 열광한다. 성공은 여름 내내 놀고먹는 배짱이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개미에게 돌아간다는 동화책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을 울린다.


과거 ‘개천에서 용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슈퍼스타K의 기적은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것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대중에게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삶이 만족스러운 사람들이 ‘기적’이나 ‘영웅’을 외칠 이유가 없다는 어떤 평론가의 말은 정확하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이런 극적인 감정마저 미디어에 철저히 이용당한다는 것이 약 오를 뿐이다. 슈퍼스타K는 음악프로그램인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음악을 사용하되 음악이 주인공이 아닌 드라마! 한마디로 쇼였다는 것이다. 현재 음악 사이트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슈퍼스타K 출신들의 음악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이다. 오디션 자체가 카피 곡 안에서 가창력을 시험하기 때문에 노래방 가수만 양성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물론 순기능도 있다. 가창력도 안 되는 비주얼 가수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렸다는 점, 그리고 세월에 파묻혀 있던 명곡을 재발견했다는 점은 박수 받을 만하다. 이문세나 이적을 모르는 세대에게 과거의 명곡을 알렸다는 부분은 장단을 떠나 파급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허각이 부른 「하늘을 달리다」와 장재인이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강승윤의 「본능적으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슈퍼스타K가 국민의 화제를 음악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심사위원 윤종신의 말은 날카롭게 들린다.


대한민국에 이런 ‘뮤직 쇼크’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엠넷은 슈퍼스타K2를 제작하기 위해 40억원을 투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디어는 끊임없이 스타를 필요로 한다. 스타야 말로 대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그 주도권을 지상파 방송에서 대형기획사로 그리고 다시 케이블 방송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문제는 여전히 자본의 보이지 않는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숫자놀음’이다. 미디어는 기획사보다는 판매 면에서 더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TV만 틀면 나오는 재방송과 부속 프로그램, 거기에 간접광고까지 아름다운 신화 뒤에 도사리고 있는 자본의 그림자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슈퍼스타K는 하나의 거대하고 멋진 쇼이며 판타지다. 사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일은 바로 이것이다. 신데렐라가 된 TOP11의 운명은 현실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슈퍼스타 시즌 1의 서인국의 사례를 보다시피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답지가 않다. 케이블 출신에 대한 지상파의 텃세가 사라질 리도 없고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가 재편될 확률도 적다. 그들의 동화는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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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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