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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간판, 아니 이 죽일 놈의 간판

짧은 문장 속에 알맹이를 녹이기 위해 강아지처럼 낑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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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에 간판을 달아봐
짧은 문장 속에 알맹이를 녹이기 위해 강아지처럼 낑낑대다

“누구냐 넌.”

<올드보이>를 떠올리다 피식 웃었다.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묻는 극중의 오대수(최민식 분). 한데 전화를 받는 ‘영 걸’의 반응이 딴 판이라면….

“제 주민등록번호는 2008로 시작하고요. 진세유치원을 거쳐 문촌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달걀형 얼굴에 눈은 작고 보조개가 있는데 키는 145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말이 안 된다. 이건 어떤가.

“저는요.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쎄뿌리깡 무두셀라 구르미 하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 라고 하는데요.”

미시클럽이 뭐 어쩌고 어째?

사람에겐 이름이 있다. 짧은 이름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이름들을 지어봤다. 그 중 준석과 은서라는 아이들 이름은 빼야 한다.
가족이 흔쾌히 동의할 만한 이름을 내놓지 못해, 다른 이의 힘을 빌렸다. 세월이 흘렀다. 이젠 중딩과 초딩이 된 그 아이들에게 이름 짓는 고통을 안겨준다. 오픈게임으로 조사부터 시켰다. 사람이 아닌 상점의 이름. 바로 ‘간판’이다.
준석과 은서는 약 두 시간 동안 집 근처의 거리를 헤매며 간판들을 취재했다. 그다음엔 ‘우리 동네 간판’을 주제로 글을 썼다.

은서의 글이다. “재미있는 간판이 많다. 그 경우 10개를 보여주겠다.(중략) 아나파 치과는 치료가 안 아파요, 를 말하는 것 같다.
꿀벌미시클럽은 OO프라자 근처에 있는데 꼭 꿀벌들이 다니는 미시클럽 같다. 아마도 꿀벌들처럼 달콤한 여자/남자가 다니는 클럽일 것이다. 위풍닭닭은 ㅋ. 이 상점 이름을 지은 사람은 정말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하략)” 미시클럽이 뭐 어쩌고 어째? 은서는 특이한 이름 10개를 소개한 뒤 설명을 달았다. 준석은 중딩답게 웃기는 간판을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책 제목과 신문 표제어 뽑기의 어려움으로까지 연결해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본 게임에 들어가 보자. 준석과 은서 각각에게 자신의 글 제목을 뽑아보도록 했다. 글쓰기 홈스쿨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낯선 과제다. 은서는 어느 때보다 투덜거렸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렸다. 은서의 작품만 보겠다.

1. 내가 본 잼있는 간판들
2. 잼있어서 눈길을 끄는 간판들
3. 잼있어서 기억이 나는 간판들
4. 센스만점 간판조사
5. 간판에 대하여
6. 내가 조사한 센~스 있는 간판들
7. 센스 짱 간판들
8. 세련된 간판들
9. 크하하 웃기는 간판들
10. 세련이 너무 넘치는 간판들.

“간판이란 말 죄다 빼고 다시 10개!”

아빠의 지시에 따라 10개나 뽑았다. 무작정 시비를 걸었다. “죄다 간판이란 말이 들어갔네. 그 말 넣지 말고 다시 10개!”
내가 생각해도 고문이었다. 두 번을 더 ‘빠꾸’시켰다. 은서는 이를 갈며 총 40개의 제목을 지었다. 그 마지막 결과물 10개는 다음과 같다.

1. 이런 재밌는 상점 이름을 들어는 보셨나요?
2. 이렇게 잼있는 상점 이름은 처음 봤어요!
3. 위풍닭닭, 창의력의 차원이 다른 상점 이름
4. 이런 잼있는 상점도 뜻이 있을 거예요
5. 사람들을 오게 하려고 만든 재미있는 상점이름들
6. 뭔가 색다른 상점 이름
7. 이젠 상점이름의 차원이 달라진다
8. 그냥 것들과 다른 상점이름
9. 창의력이 풍부한 상점 이름들
10. 머리속에 쏙쏙 박히는 상점 이름.

이번엔 ‘간판’대신 전부 ‘상점’ 투성이다.
제목이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가르칠 생각은 없다. 알맹이를 짧은 문장 안에 녹여내는 고통을 박터지게 경험했으면 충분하다. 간판 하나에 기울이는 사람들의 정성과 고생이 와닿았으면 된다. 먼 훗날 준석과 은서가 아들딸 이름을 제 손으로 짓는데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

너희가 ‘시디머리’를 아느냐


“시디머리.”
내 맘대로 지어본 말이다. 배추머리도, 바가지머리도, 깍두기머리도, 똥머리도 아닌 시디머리다. 머리가 시디(Compact Disc)처럼 작다고? 노! 씨디처럼 둥그렇다고? 노노! 컴퓨터에 파일이 든 시디를 넣어보라. 들어가자마자 맹렬한 속도로 회전한다. 작업을 하고 꺼낼 때까지도 뱅글뱅글 돈다. 답을 찾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가는 뇌, 그게 시디머리다.

준석과 은서는 간판에 대한 글을 쉽게 완성했다. 아빠가 특별히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퇴짜를 놓지 않았다. 둘 다 한방? 통과했다. 아이들의 머리는 시디처럼 돌지 않았다. 여기서 끝난 줄 알았다. 복병이 기다리는 줄은 몰랐다. 글을 쓴 뒤 간판을 달아보라하자 그때부터 시디머리가 작동했다. 딱 한 줄을 쓰는 게 긴 글보다 어려울 줄이야. 한 두 개가 아니라 10개씩 뽑아야 했다. 시디머리와 관계없는 은서의 글부터 보자.

크하하, 웃기는 간판들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상점 이름을 찾아.” 은서가 헤매고 다닌 동네 거리 상점의 간판들.

우리 동네에는 재미있는 간판이 많다.
그 경우 10개를 보여주겠다.

다나아 치과, 아나파 치과, 꿀벌미시클럽, 위풍닭닭,
(위풍닭닭은 어디 지나가다가 보게 된 간판인데, 재미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멍텅구리 꼼장어, 아딸, 시너바, Hot 요가, bar삭, babara

다나아 치과는 OO프라자쯤에 있는데, 이름이 이 치과를 다니면,
아픈이가 다~ 나아요. 라는 뜻이다.

아나파 치과는 차를 타고 오던 중 발견했다.
아나파치과, 이 치과는 치료가 안 아파요. 를 말하는 것 같다.

꿀벌 미시 클럽은, OO프라자 근처에 있는데,
꼭 꿀벌들이 다니는 (?) 미시클럽 같다.
아마도 꿀벌들처럼 달콤한 여자/남자가 다니는 클럽일 것이다.

위풍닭닭은... ㅋ, 이 상점 이름을 지은 사람은 정말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위풍당당에서 당당을 닭닭으로 바꾸다니...

멍텅구리 꼼장어. 이 곳은 꼼장어를 파는 곳인가 보다.
그런데... 꼼장어는 원래 멍텅구리인가?
잘은 모르지만, 왠지 어딘가가 재미있다.

아딸의 원래 이름은 아딸 떡볶이인데,
아버지와 딸이 만든 떡볶이의 줄임말이다.
역시 떡볶이 맛이 꼭 아버지와 딸이 만든 떡볶이 처럼 맛있었다.

시너바는 OOO돔에 있는 상점인데,
다나아나 아나파처럼 내 신발 신어봐~ 라는 뜻이다.
그곳에는 예쁜 구두들이 많았다.

Hot 요가는 저번에 OO프라자 옥상에서 불이 났을 때 친구들끼리 이야기했다.
그 때 생각해낸게,
불났을때 요가하면? 핫요가!
불 났을때 개가 있으면? 핫도그!(비로소 그 때야 Hot 요가가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다.)

bar삭은 콩불 옆에 생긴 군것질 집인데,
바삭거리는 음식만 모아서 판다는 곳이다.

babara는 시너바보다 훨씬 더 좋은 구두들을 파는데,
꼭 이러는 것 같다. 시너바! 내 구두들 좀 바바라~!


아빠가 만든 ‘짬’ 어때?

철없음부터 지적하고 넘어가자. 불났을 때 요가하면 ‘Hot 요가’? OO프라자 옥상에서 불나는 걸 보고 나서 그런 농담을 했다고?
‘화재’를 그런 식으로 ‘화제’에 올리면 안된다. 불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재난이야

‘크하하, 웃기는 간판들’이라는 글의 간판은 은서가 직접 달았다. 앞머리에서 열거한 20개 중에서 아빠가 ‘베스트’로 선정한 제목이다. 핵심을 그런대로 세련되게 함축했다. ‘상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뒤의 제목들은 대부분 길다. ‘이런 재밌는 상점 이름을 들어는 보셨어요?’ ‘사람들을 오게 하려고 만든 재미있는 상점 이름들’ 따위는 숨이 찬다. 은서는 주로 이름이 재미있는 간판을 중심으로 글을 썼으니 ‘크하하’라는 의성어가 잘 어울린다. 상점 간판도 그렇고, 글의 제목도 그렇고 짧아야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남아야 찾아오고, 글도 읽는다.

은서가 말한 간판들은, 말 그대로 웃긴다. “정말 좋은 이름이다”라고는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장난스런 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튀는 간판이 잠시 주목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신뢰를 주거나 깊은 인상을 남길지는 “글쎄올시다”다. 가령 ‘다나아’ ‘아나파’같은 경우 1차원적이다. 고유의 개성을 살려 의미를 농축했다는 판단은 들지 않는다. 오래 남을 제목이 아니다.

아빠도 올해 ‘상점’이름을 하나 지었다. 봄이 시작될 무렵 회사 노동조합에서 ‘카페’를 만들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아빠에게도 부탁했다. 회사 ?원들이 일하다 잠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곳. 아빠는 머리를 시디처럼 돌리면서 수 십개 이름들을 떠올렸다. 그 중 두 개의 후보를 노동조합에 내밀었다. 하나는 ‘잠시’(暫時)였고, 또 하나는 ‘짬’이었다. ‘잠시’는 ‘짧은 시간’이라는 뜻의 한자어이고, ‘짬’은 ‘어떤 일에서 손을 떼는 겨를’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회사 내 카페의 기능을 1~2개의 음절로 짧게 압축했는데, 여운이 남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노동조합은 아빠가 내놓은 안중에서 하나를 채택했다. ‘짬’이었다. 이걸 영어로 ‘zzam’이라고 풀었다. 현재 회사 카페에는 이 이름이 붙어있다. 준석도 ‘웃기는 간판’을 예로 많이 들었는데, 그 모든 간판 중에서 ‘zzam’보다 근사한 간판을 찾지 못하겠다. ㅎㅎ 너희들이 웃기는 간판만 골라서 그렇단다. 다음은 준석의 글.

큼직큼직, 나의 눈을 찌르는 것들

“눈만 뜨면 간판을 본다.” 신문의 큼지막한 제목들도 결국 간판이다.

문제를 내겠다. 장님이 아니고서는 보기 싫든 보고 싶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많을 것이다. 사람, 아니면 아파트, 자동차, 창문 등등... 정확한 한 가지 답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기준을 정했다. 이번 주제는 ‘간판’이다. 이것도 하나의 대답이다. 장님이 아니고서는 누가 못 보겠는가?

간판은 해석하자면 ‘간단한 글자를 기록한 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맞는 말이다. 누가 간판에다가 긴 문장을 쓰던가? 예를 들자면 ‘산채촌’, ‘잔치국수’, 등등, 수없이 많다. 많은 곳에도 사용된다. 인테리어, 슈퍼, 학원같은, 그런 밖에 있는 편의 시설 등이 매우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런데 요즘은 간판 ‘디자인’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우리 엄마처럼 간판 디자인이 구식이어도 일단 들어가 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에 집착하게 된다. 앞의 문구를 보는 순간, ‘아~! 맞아 맞아’ 갑작스레 이런 말이 나오지는 않는지?

뭐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서예 글씨로 된 간판을 좋아한다. 뭐 딱딱한 굵은 돋움체로 된 간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름이 특별하든 말든 상관은 않지만, 뭐 굳이 서예가 아니더라도, 돋움체가 아닌 것들은 대부분 다 좋아하는 편이다.

어쨌든 정말 많다. 특이한 이름들. 예를 들어서 걍 PC방, 마니머거도돼지, 까투리, 까투리옆집(진짜 옆에 위치함), 놀랄 만두. 아무리 봐도, 다시 봐도 정말 특이한 이름들이다. 특히 ‘까투리’ 라는데 그 옆집이라고 ‘까투리 옆집’. ‘졸라 빨라 pc방’너무 평범한 이름 같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독창적, 또 너무나 재미있는 이름이다. 뭐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고깃집 같은데 ‘마니머거도돼지’ 라고, 재미있다. 패러디 이름도 있다. ‘아디닭스’, ‘베스킨 라분식’ 원래 말은 ‘아디다스’와 ‘베스킨 라빈스’인데, 이를 따라하여서 닭집과 분식집을 표현한 게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 ‘돈 주고 돈 먹고’라던가, ‘그 레벨에 잠이 오니 pc방’같이, 재미있지만 별로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 간판도 있다.

그러나 어디 큼직하고 널찍하며, 거리에 종종 보이는 것만 간판이던가? ‘책 제목’ 역시 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진짜 간판처럼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는 짧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 책, 거리의 간판? 오직 그것뿐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또 매우 자주 보는 우리들의 ‘TV’, 그 안에도 간판은 안 볼래야 안 볼수가 없다.

신문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엿볼 수 있다. 광고에 비하면 대부분 찾기가 쉽다. 큼직 큼직하기 때문이다. 판은 아니니 우리는 그것을 ‘표제’라고 부른다. ‘기사의 제목’이다. 대부분 그걸 보고 ‘아 이것은 무슨 무슨 내용이겠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4대강, 100원 투자해 25원도 못 건진다’ 물론, 부제를 보아야 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이 제목만 봐도 ‘아, 4대강 사업 비용편익이 별로 좋지 않겠구나’ 하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엉? 딱 봐도 간판과 비슷하지 않은가? 텔레비전 광고 문구와도 마찬가지로, 간판은 예를 들어 ‘마니머거도돼지’처럼 ‘욾 돼지고기 하는 음식점이구나’ 하고 알며, ‘즐거우셨습니까? 당신의 마지막 운전이 될 수 있습니다’와 같은 광고 문구를 볼 때 ‘아 마지막 운전이 되지 않도록 운전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표제만 봐도 그 내용을 대충 파악해 놓아 버린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간판은 ‘밖에 음식점이나 경찰서, 병원’ 등의 편의시설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신문이든, 잡지든, 책이든, 광고든, 자동차 번호판이든(그러나 특징이 없어서 집어넣지는 않았음) 다 간판이다. 오죽하면 눈만 뜨면 간판을 본다 하겠는가. 어디서나 다 볼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간판이다.


‘아침 점심 저녁까지 질리도록’ 기네

여기에 나오는 간판 이름은 발품을 팔며 찾지 않았다. 준석은 거리의 간판 조사를 한 직후 수첩을 잃어버렸다. 결국 글을 쓸 땐 인터넷으로 재밌는 간판 이름을 검색했다.
은서의 글보다는 훨씬 입체적이다. 준석은 상점 간판이 간판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짧아야 한다는 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그 기능과 역할도 꿰뚫고 있다. 은서보다 한 수 위다. 제목을 짓는 솜씨에선 은서에게 밀렸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말을 맛있게 빚는 편이지만 딱 한 방이 아쉬웠다. 은서의 제목에선 베스트를 선정했다. 준석이 뽑은 10개의 제목 중에선 베스트를 뽑기가 난감했다.

1. 아침 점심 저녁까지 질리도록 보여 드리겠습니다.
2. 아침 점심 저녁으로 스치고 지나간 것들, 죄다 간판 투성이들?
3. 어디서나 질리도록 보는 ‘이것’
4. 문제 : 간판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5. 꼭 커야 간판인가?
6. ‘간판’의 의미는 뭘까?
7. 간판은 어디서 찾을 수 ‘없을까요?’
8. 간판의 ‘의미’를 꿰뚫었는가?
9. 거리에도 간판, Tv에도 간판, 신문에도 간판, 어디에나 간판!
10.니들이 ‘간판’을 알아?

1번의 제목처럼, 왜 이리 제목이 ‘아침 점심 저녁까지 질리도록’ 긴가. 2번은 정도가 더 심하다. 9번도 막상막하다. 은서처럼 100%는 아니지만, 준석도 80%를 ‘간판’이란 말로 채웠다. ‘간판’이란 말을 빼고 다시 뽑아보도록 했다.

11. 어디에 들어가든지 ‘메인’역할 담당!
12. 날 보면 ‘시작이 반이다’ (간판이나 표제를 보면 그 내용 등을 반은 알게 됨)
13. 어디서나 나를 끌어당기려는 녀석들

준석 역시 제목에 괴로워했다. 연신 “아이 씨”라고 투덜거리며 짜증을 부렸다. 두 번째로 뽑을 땐 딱 세 개밖에 못 시킨 배경이다. 아무튼 건질 게 없다. 결국 준석 글의 제목은 아빠가 뽑았다. ‘큼직큼직, 나의 눈을 찌르는 것들’이라고 말이다. 간판이고, 신문제목이고 눈아프게 찌르잖아!
매력적인 제목을 붙이면, 모자라는 글이 살아난다. 이 점을 알기에, 신문사에서는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를 따로 뽑는다. 간판 이름과 디자인이 그럴 듯하면, 후진 상점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이 점을 알기에, 회사의 이름을 만들어주고 돈을 받는 ‘네이밍 회사’들이 영업을 한다. 준석이 뽑은 12번 제목처럼 ‘간판이 반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결론은

멋진 간판을 달자

………가 아니다.

진짜 결론은 반대다

간판에 목매달지 말자

사실은 말이야. 세상 사람들이 정말 중요시하는 간판은 상점 간판이나 글의 제목 따위가 아니다. 학교 간판이다. 그 간판(학벌)은 무덤까지 간다고 한다. 입시경쟁은 좋은 간판을 따기 위한 피나는 싸움이다. 국제중, 외국어고, 명문대, 알아주는 대기업까지 이른바 ‘스펙’이라는 간판들의 총체. ‘우와~ 나이스 간판’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이 죽일놈의 간판!’
그런 간판에 ‘목매달’면 인생의 ‘금메달’이 주어질까? 무리하게 매달던 청소년들은 좌절하고 실망하다 진짜 목매달고 저세상으로 떠난다. 행복은 ‘간판’따위가 결정하지 않는데…. 더 이상의 구질구질한 ‘훈계질’은 생략!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간판을 기억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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