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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청소년, 리버럴 소녀와 ‘이념갈등’

당신은 ‘지못미, 걸조’의 뜻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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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신조어에 쩌십니까?
어느덧 생활 깊숙이 들어온 은어와 비속어를 어디까지 써야 할까

헐~,

이라는 감탄사는 바람직한가. 청소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한 방송국 프로듀서한테서 “작가들이 ‘헐’이라고 써오는 대사는 무조건 지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저속한 말이 말글살이를 더럽힌다고 보기 때문이다.

쩐다,

는 또 어떤가. 어린이책을 만드는 한 출판 편집자는 학습만화에 실린 “쩐다”라는 대사 때문에 학부모 독자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잘못된 은어와 비속어를 사용해도 좋다고 용인해 주는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영화 속의 뽀뽀장면처럼…

오늘은 ‘비공식 언어’를 변호하고자 한다. 비공식 언어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언어)파괴자’라는 공격을 당하기도 하지만, 널리 퍼질 경우엔 인터넷 오픈사전에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당근이지”라는 말도 그렇다. 여기서 당근은 채소의 이름이 아니다. “당연하다”는 뜻이다. 내 기억으로는 이 말이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중반이었다. 아직도 너나없이 쓰는 걸 보면 수명이 꽤 길다. ‘당근’은 얌전한 수준이다. 즐, 뷁, 구려, 므훗, 베프, 캐안습, 스겜, 피방, 깜놀, 여병추 등등 파격적인 신조어들이 어느덧 언어공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용어들에 관대하다. ‘즐’이나 ‘뷁’이나 ‘므흣’ 같은 경우엔 어떤 기대감이나 분노, 만족감을 드러내는 상황을 절묘하게 형상화했다. ‘안습’도 마찬가지다. 발음마저 촉촉한, 기가 막힌 조어다. 문제는 이러한 용어를 공식적인 글에 넣어도 되느냐다. 나는 상관없다는 쪽이다. 다만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 영화 속의 야한 장면처럼 말이다. 전체 맥락과 분위기를 설명하는 도구로 등장하는 뽀뽀장면이라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불쑥불쑥 무작정 튀어나오면 난감하다. 앞에서 예로 든 “헐~”이나 “쩐다”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의 문화와 풍경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면 넣을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는 공식적인 글에 ‘헐~’이나 ‘ㅋㅋ’처럼 이상한(!) 용어를 쓴 적이 있다. 문체의 자유로움을 허용하는 말랑말랑한 지면이었기에 가능했다. 정색을 하고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신문의 칼럼이었다면 시도조차 안 했다. “경박하다”는 욕을 먹을 게 뻔해서다. 아이들 역시 논설문 같은 글에 신조어를 구겨넣는다면 꼴이 우스워지리라. 솔직한 일상을 드러내는 생활 글이라면 ‘베프’나 ‘깜놀’따위가 무슨 대수랴.

학교에서 창작 콘테스트 열어보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꼭 ‘국적불명의 언어’라는 비판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대안은 ‘언어순화교육 시급’이다. 이럴 때 쓰라는 말이 있다. “쩐다~.” 언어와 관련해 국적을 염불처럼 외우는 일은 촌스럽다. 꼭 ‘순수국산’만이 아름답고 좋다는 견해를 대할 때마다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헐~.”(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 ‘언어순화교육’이란 말을 접하면 ‘삼청교육’이라는 말부터 떠오른다. ‘순화’라는 표현...음..(정말 죄송한데) “구리다 흑흑.”

각급 학교에서 ‘신조어 창작 콘테스트’를 여는 상상을 해본다. 새로운 용어를 창조하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 단어를 빚고 조각하는 감각도 갖춰야 한다. 압축적이면서도 기발하고 재밌는 말을 발명하면서 놀아보자. 세종대왕이 만든 말만 쓰면 허기지다. 한글에 한자어도, 영어도, 일어도, 불어도 섞어보자. 말의 유희다.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말도 있다. “즐~.”

입만 열면 교훈? 헐~ 오나전 구려 흑흑

“뉴라이트 준석, 리버럴 은서.”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장난스럽게 비유를 해보았다. 준석과 남매는 요즘 ‘이념갈등’이 심하다. 평소 여동생의 버릇없음과 나댐을 준열하게 꾸짖던 오빠답게, 준석은 신보수주의자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세 명의 대통령 중 보수적인 분을 싫어하면서도, 생활 가치관은 보수에 가깝다. 우리 집의 ‘뉴라이트’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비하면 여동생 은서는 자유분방하다. 말 그대로 ‘리버럴’이다. 신조어를 둘러싼 입장만 봐도 그렇다. 먼저 준석이다.

“나는 신조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동생은 쓴다.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만 계속 쓴다. 어쩔 수 없이, 유행이란 것이 사람을 지배하나 보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신조어의 사용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한글을 사랑하자고 외쳐야 한다.”

신조어에 관해 쓴 글의 결론 부분이다. 갑자기 “에헴”하면서 수염을 쓰다듬는 서당 훈장의 모습에 준석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예끼 이놈들, 한글을 갖고 장난치는 게냐”며 회초리를 들고 분기탱천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왜 그럴까. 준석은 위의 결론에 앞서 이렇게 썼다.

“'오나전' '뭥미' 꼭, 줄임말의 목표가 아니어도, 쓰고 싶어서, 어쩌다 오타를 냈는데, 은근히 맘에 드니까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에 쓰다가, 유행어가 된다. 특히 '완전'에서 '오나전' 같은 경우는 오히려 글자 수를 늘려낸다. 이들 때문에 한글이 파괴된다는 거다.(중략) 미래를 보아라. 당신은 현재 신조어로 통하고, 신조어로 받는 '신조어 사회'에서 살고 있다. 당신은 친구를 통하여 신조어를 배웠고, 자신도 신조어 전문가(?)가 되어 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만약 아기를 낳게 되면 상관없이 신조어를 쓴다. 아이에게 신조어를 가르친다. 아이도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대를, 대를, 대를... 이어간다. 결국 계속 원래 언어를 신조어로 변형시키다 보면 결국엔 한글이 파괴되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은서는 여기에 반대한다. 은서의 글을 보자.

‘광클, 볼매, 걸조’를 아십니까?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리버럴 소녀’ 은서. “신조어가 무슨 한글을 파괴하냐”고 오빠를 조롱한다. 소녀의 리버럴함이 상당 부분 ‘생각없음’에서 나와 유감이다.

요즘 사람들은 길게 말하기 귀찮아서 줄임말을 많이 쓴다. 새로 나온 줄임말을 소개한다..

광클 = 미치도록 빠르게 클릭,
볼매 = 볼수록 매력있다.
걸조 = 걸어다니는 조각상
설리 = 설레게 하는 리플
흠좀무 -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솔까말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빛삭 - 빛의 속도로 삭제함
반모- 갑자기 웬 반말모드
넘사벽-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또, 요즘 많이 쓰는 줄임말은

오나전 = 완전
깜놀 = 깜짝 놀라다
젭라 = 제발
지못미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ㅠㅠ
완갑떨 - 완전 갑자기 떨리다
오마낫 - 어머나
엄훠 - 어머
어익후 - 어이쿠
등등이다.

여기에 더해 득템(아이템을 얻음), 엄빠(엄마와 아빠),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킹왕짱(최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도 많이 쓴다. 나도 줄임말을 아~주 많이 쓴다. 아 참, 그리고 내가 지어낸 줄임말도 있다.

예를 들자면, 학원이 끝나서 집에 오면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 배고파~ 오늘 베반이 뭐야?” ‘베반’이란 ‘베프’(베스트 프렌드)에서 따온 것으로 ‘베스트 반찬’이다.

어떤 네티즌들은 그 몇 글자 더 말하는 게 귀찮냐고 화를 내신다.
하지만! 난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편리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게 귀찮아서 안 쓰는 것이라면 미래의 전자제품도 귀찮아서 안 만들어도 되겠네.
편리한 것이 좋은 것 아닌가? 모든 사람들 편리한 것 좋아하지 않나?
그래서 난! 줄임말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심한 욕 ‘병x리’(병X도 좋아하는 리플) 같은 것도 줄임말로 가려줄 수 있지 않나? 그냥 그대로 말하는 게 더 심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깐. 우리 모두 편하게 줄임말을 쓰자 ^v^

쌍욕도 줄임말로 하면 순화된다고?

준석의 논조가 “신조어 줄임말은 한글을 파괴하기 때문에 안 된다”였다면, 은서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 편리하면 되지”주의다. “신조어를 써봤자 얼마나 된다고 그 많은 한글이 파괴되겠냐”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신조어 그까이꺼 뭐”다. ‘뉴라이트 오빠’ 준석에게 한대 머리를 쥐어 박힐 이야기가 욾닐 수 없다. 꼭 준석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은서의 글엔 반박할 여지가 많다. “심한 욕도 줄임말로 가려줄 수 있지 않나?” 하는 부분은 논리적으로 수긍이 안 간다. 욕을 줄여서 말한다고 칭찬으로 둔갑하지도 않거니와 의미가 축소되지도 않는다. 입장 바꿔놓고, 너게 욕을 먹는다면 기분이 좋겠니? 그렇다면 심한 조증(躁症]이거나 정서장애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후다닥 글의 매듭을 짓기 위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뱉은 거겠지. ‘미래의 전자제품’ 운운하면서 ‘편리성’을 찬양한 부분도 그렇다. 아빠가 신조어의 병폐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그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그게 비공식 언어라는 사실(뉴스 아나운서가 그런 말 안 쓰잖아!)을 아는 이상 한동안 유행으로 친구들간에 쓰고 말 거라서다. 편리하면 무조건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준석은 어떤가. 이 청소년도 한때는 신조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헐”의 전도사였다. 입안이 헐 정도로 ‘헐~’을 내뱉던 게 엊그제다. 통계적으로 보면 은서의 말을 비웃기 위한 용도로 ‘헐’을 사용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말에 아빠조차 전염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 아빠는 준석에게 ‘헐’에 관하여 분석해보도록 했다.

‘헐’의 두 가지 얼굴

도덕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늘 100점을 맞을 수 있을 만큼 ‘도덕정신’으로 똘똘 뭉친 ‘뉴라이트 청소년’ 준석. ‘신조어’ 문제에 관해서도 보수적인 확신을 가졌다.

“헐.

이 말은 어른에게는 쓰면 안 되는 반말이라고 한다. '헐'. '대화 중 상대방이 놀랄 만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할 때 우리가 자연스레 하게 되는 말', 내가 해석한 바이다. 그러나 특징이 있다면 '헐'은 두 가지 표정과 함께, 두 가지 문장 부호와 함께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헐-?!(여기서 발음 할 때 조금 ?! 부분의 음을 낮추어 주어야 한다)'을 두 종류로 나눌 때 표정과 문장 부호를 두 종류로 나눈다면 어떻게 나눌까? 놀랄 때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하는 '헐', 그리고 상대방이 어이 없거나 웃긴 얘기를 하면 웃으면서 '헐~'한다. 그럼 퀴즈를 내겠다. 다음 중 고은서가 전교 1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준석의 응답은? 1번. 헐~말이 되냐~ 걔 공부도 안 했는데 어떻게 백 점을 맞아! 2번. 헐-?! 진짜? 와 내가 고은서가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런 줄은 몰랐는데!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두 개 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 다른 것이 있다. 그러니까 1번에서 고은서는 원래 '공부를 무지하게 못하는' 아이였으나, 2번의 고은서는 원래 성실하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이다. 이렇게 둘 다 되지만 그 묘사하는 대상이 조금 뭔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두 번째 퀴즈 들어가겠다. 누군가 이야기한다. '고은서 핸드폰이 고장났대' 1번. 헐~ 아주 잘하는 짓이다. 만날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더니만, 꼴좋다. 2번. 헐-?! 걔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걔 폰이 얼마짜린데? 와 진짜 안됐다. 물론, 여기서도 정답은 둘 다다. 하지만 예의상 정답을 얘기하자면 2번이 될 테고, 1번에서 고은서가 정말로 만날 폰을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한다면 1번도 정답에서 예외는 아닐 테다.

그래서 '헐-'도 상황에 맞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애가 백점을 맞았다고 했을 때, 그 애가 잘하는 애로 보이냐 못 하는 애로 보이냐에 따라 헐의 모양이 달라 질 수 있고, 어떤 애가 핸드폰을 망가뜨렸을 때, 그 애가 평소에 폰을 잘 관리하느냐 안 관리하느냐에 따라 헐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헐은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헐은 절대 어른에게는 써서는 안 되는 문구이다.

바보야, 교훈이 아니라 통찰이야

‘헐’은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어이없음’과 ‘놀람’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쩐다’ 역시 두개의 뜻을 품고 있다. 그것도 ‘좋다’와 ‘나쁘다’로 상반된 뜻이다. 맥락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바뀐다는 걸, 나 역시 얼마 전에 알았다. 아무튼 준석은 확고한 ‘이념과 철학’으로 무장했다. 마지막 결론은 어른에게 절대 버릇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다. ‘헐’을 논하면서도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다. ‘신보수 청소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여기에 비해 은서는 ‘리버럴’하지만 철학이 없다. 그저 감정의 흐름에 자기 글을 내맡기는 경향이다.

준석의 ‘도덕적 사고’(!)에 믿음이 가면서도 걱정스럽다. 혹시 ‘애늙은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오늘 두 종류의 글에서 준석은 꼭 교훈을 내놓았다. 신조어에 관해 이야기할 때 결론을 “우리 모두 일어서자”는 선동으로 맺기까지 했다. 웅변대회 연단에서 부르짖는 모습이다. ‘헐’에 관한 글에선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헐은 절대 어른에게는 써서는 안 되는 문구이다”라고 썼다. ‘절대’라는 말을 쉽게 쓰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이란 전제도 마음에 안 든다.

나의 노파심일는지 모르겠으나, 준석이 교훈의 노예가 될까봐 두렵다. “교훈 없으면 글이 아니잖아요~”라고 확신하건 아닐까? 나는 비웃고 싶다. “교훈 빵개여도 좋은 글이걸랑요~.”

‘교훈’이란 가르침이다. 때론 ‘가르침’도 필요하다. 문제는 가르칠 위치나 때가 아닌데도 가르치려는 태도다. 마지막 문장을 반드시 ‘교훈’으로 끝맺으려는 습관이란, 글맛을 떨어뜨리는 상투적인 행동이다. 요즘 말로 ‘오나전 구린’ 글쓰기 습관이다. 있는 그대로 친구들의 생활과 대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우리 모두 일어서자”라고 하고 싶다면, 그 근거가 될 만한 심각한 사례들을 보여줘야 한다. 준석의 글엔 실상은 적고 개탄은 과잉이었다. 아니다. 실상이 없지는 않았다. 그 실상으로는 설득력이 모자랐다.

‘교훈’보다는 ‘통찰’이 멋지다. ‘통찰’이란 한마디로 ‘꿰뚤어보기’다. 또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다. 어린 친구들의 글이라고 ‘통찰’을 못 줄리는 없다. ‘꾸민 글’로는 안 된다. ‘솔직한 글’이라야 한다. ‘주장’만으로도 안 된다. 글쓴이의 독특하거나 오래된 사유가 발효돼야 가능하다.

오늘의 결론을 맺을 때다.

첫째, 신조어에 중독되자.

조금은 역설적인 의미다. 어린 시절에 신조어에 푹 빠져보자. 새로운 신조어도 만들어보자. ‘생활회화’를 100% 신조어로 쓰고, 글에도 왕창 섞어보자. 걱정 마라. 중독기간 길지 않다. 금방 질린다. 나중엔 친구나 어른들이 아무리 쓰라고 권해도 쓰지 않게 된다. 쓰고 싶을 때 실컷 써라. 중독성에서 못 깨어나면? 쯧쯧 왕따 될 텐데….

둘째, 교훈에 중독되지 말자.

교훈은 ‘맛없는 글’을 만드는 최악의 재료다. 남에게 ‘선생 노릇’을 하려는 오만한 자의 무기다. 속된 말로 ‘재수 없는 글’이 되기 십상이다. 잘난 척 폼을 잡기 때문이다. 꼭 좋은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거나, 바른 방향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고 못된 길로 갈 사람이 전향하지는 않거덩?

글 쓰는 이가 먼저 벗어나야 할 습관은 ‘신조어’가 아니라 ‘교훈 강박’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념갈등’의 승자는 은서? 어쩌다가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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